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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정년이』 1화 리뷰

by 0I사금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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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1화 리뷰입니다. 동명의 웹툰 원작도 있고, 예고편이라던가 등장하는 배우들도 그렇고,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꽤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시작되기를 좀 고대했던 바가 있었던 것도 같네요. 비록 웹툰은 초반 부분만 감상했을 뿐이고 그 시기도 좀 된 지라 내용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경향이 있지만요. 그런데 드라마는 오프닝에서 주인공 윤정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1930년대 경성(지금의 서울)에 상경하여 머물 곳을 찾아온 소리꾼 부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의아했습니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소리꾼으로 재능을 갖춘 소녀가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작을 일절 모르고 본다 한들 저 소녀가 드라마의 주인공 윤정년은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드라마의 본편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던 건지 좀 의문에 가득 찬 채 계속 드라마를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56년 목포로 배경이 바뀌면서 기다리던 윤정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그런데 과거 이야기에서 여기서 아버지 역할을 한 배우가 다름 아닌 이덕화 배우인 것도 있고(특별출연) 괜히 나온 장면은 아니겠다 싶었더니 다른 곳에서 드라마 관련 글을 찾아보았다가 오프닝에 나온 저 부녀의 이야기가 윤정년의 엄마 서사가 아니냐는 글을 우연히 보게도 되었습니다. <정년이> 1화의 내용은 소리에 특출난 재능 - 판소리 용어로 천구성이라고 작중 문옥경이 언급 - 을 갖춘 윤정년(배우 김태리 분)이 시장에서 행패를 부리는 깡패들의 협박을 무마하려고 소리를 선보이는 장면부터 등장하는데, 윤정년이 소리를 하는 걸 그 엄마(배우 문소리 분)가 매우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정년의 언니 정자(배우 오경화 분)나 다른 사람의 입으로 언급된다던가 국극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윤정년의 뜻을 강하게 반대하는 장면이 나와 무언가 강렬한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의 초반부는 꼭 타사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나올 법한 조폭(배우 오대환 특출)의 행패와 그들 때문에 힘든 생계를 보내는 윤정년 가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여기까지는 저 시대에 있었을 법한 고난을 겪는 일반 가정과 같은지라 특별하게 끌리는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전개를 깨뜨리는 건 다름 아닌 '매란국극단'의 간판스타이자 공연을 위해 목포로 내려온 배우 문옥경(배우 정은채 분)의 등장으로 문옥경은 우연히 시장터에서 소리를 선보인 윤정년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서 문옥경은 당시 톱스타이자, 여성들의 아이돌과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데 비주얼도 그렇거니와 윤정년이 가진 잠재력과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그를 국극과 연기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기게 돼요. 

또한 비주얼 자체가 올해 본 드라마에서 가장 잘생긴 역이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워낙 수려하게 나오는 데다 윤정년에게 배우가 될 계기를 마련해 주며 연기 연습까지 적극적으로 시켜주는 등 그야말로 윤정년에게 구세주 같은 포지션이에요. 원작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1화에 한정해서 본다면 윤정년과 문옥경의 관계는 이상적인 선후배이면서 동시에 매우 로맨틱한 분위기로도 해석이 될 만큼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편입니다. 원작에는 윤정년과 로맨스 겸 워맨스를 이루었던 부용이란 존재가 등장하지만, 드라마에는 이 부용이 나오지 않을 예정에 불호평이 많기는 한데 현재 드라마 시점에선 윤정년과 워맨스를 구축할 수 있는 역할은 문옥경처럼 여겨지더라고요. 또한 윤정년의 꿈과 도전을 반대하는 어머니와 달리 언니 윤정자는 동생을 응원하며 광에 갇힌 윤정년을 꺼내주고 서울로 보내주는 등 이 역시 훌륭한 연기력과 작중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몰입도를 높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 1화에서 가장 좋았던 연출은 언니인 윤정자가 광에 갇힌 윤정년을 구해주고 두 자매가 같이 꽃밭 사잇길을 달려 탈출하던 씬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씬이 윤정년 자매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암시해 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작중 팬이라던가 오디션이라던가 하는 외래어가 등장하는데, 팬이란 단어는 고증에 맞는 건지 잘 몰라도 오디션은 '오디숀'이라고 발음하거나 윤정년이 당장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은 시대 고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드라바 본방 시작 전 예고편에서 나온 윤정년이 대사 "과연 태평성대란 말인가?!"를 외치는 장면은 강렬했기에 어떻게 나오나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윤정년이 문옥경의 역할을 보고 와서 거기에 몰입한 뒤 상상하던 장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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