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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인챈티드 월드 : 낯선 밤의 그림자 유령』 리뷰

by 0I사금 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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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무슨 종류의 책인가 싶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인챈티드 월드』는 "천지창조, 거인, 난쟁이, 마법, 용, 사랑, 요정, 마법사, 유령, 크리스마스, 마법의 동물 등 전 세계에서 전해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주제별로 묶어, 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나오는데요. 종류는 다섯 권이지만 역시 취향상 가장 눈에 띈 제목이 이거였거든요. 80년대 중반에 나온 책을 다시 낸 거라고 하지만 현재의 시점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한 유령과 귀신 소동이 주를 이루는 책입니다.


내용은 전설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죽음을 불러오는 귀신 혹은 요정들의 이야기나 폴터가이스트현상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유령 목격담등을 다루고 있어요. 현대식으로 따지면 도시괴담이나 도시전설 느낌이 나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것은 지명이나 이름이 자세히 언급되어 실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흑사병이나 전쟁사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기묘한 이야기도 존재합니다.


대개 서구의 전설에 기대고 있지만 중간에 일본괴담이 들어있기도 한데 아마 이것은 당시 미국 사람들이 가졌던 일본에 대해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좀 위화감이 들더라도 이 이야기가 삽입되지 않았나 싶어요.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한 죽음의 신 이야기도 한가지 등장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참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건 '우트버드'라는 북구유럽의 아기유령 이야기인데, 원한에 사무친 이 아기유령은 대개 가난한 집에서 버려진 아이들이나 처녀가 피치 못한 임신을 하고 버린 아기, 혹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버림받고 얼어 죽은 혼령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가난을 이유로 아기들이 버려지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할 법한데 어린 시절 읽은 우리나라 전설을 다룬 동화책에서 굶어죽은 아이들의 혼령이 다른 아이를 꾀어내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이야기도 저 우트버드의 이야기와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의 작품에선 동양에서 귀신이나 초자연적 존재를 형상화하는 것과 서양의 형상화된 귀신들은 어딘가 차이를 보이기 마련인데 이 책을 보니 서양사람이나 동양사람이 귀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습니다. 


우트버드의 유령처럼 비참하게 버림받은 아기들이나 전쟁에 휘말려 죽은 가엾은 영혼, 살해당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원통함을 호소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이거나 죽음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어딘가 동양설화에서도 많이 보았을 법한 이야기들이거든요. 원한에 사무친 유령이 악귀가 되어 산사람들을 해치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어딜 가나 비슷한 듯합니다. 또는 산사람이 죽은 사람을 지나치게 그리워하면 그들의 안식을 방해한다는 믿음도 많이 비슷한 점을 보이고요. 죽은 사람의 물건을 훔쳤다가 된통 혼나는 인간들의 이야기도 존재하더군요.


외에도 공포스런 자연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 설화에선 뱀과 여우가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많이 등장한다면 서양에선 검고 커다란 개가 죽음을 예고하는 두려운 존재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까마귀를 죽음을 예고한다고 싫어하는 건 어딜 가나 비슷한가 싶어요. 책은 내용만으로도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데 거기에 상당수의 흥미로운 삽화들을 삽입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같다는 느낌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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