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웹툰』 15화 리뷰 (2022. 9. 16. 작성)
드라마 『오늘의 웹툰』 15화 리뷰입니다. 꾸준히 보던 이 드라마도 드디어 다음 화면 종영인데요. 그런데 예고편을 보아하니, 이번 회차에서 내용을 잘 풀어놓고 이상하게 예고편에서 새드엔딩 같은 분위기를 보여줘서 저건 마지막 화를 두고 일종의 페이크를 쓰는 건가 싶더라고요. 주인공의 성장 서사물에 힐링 코드를 번번이 깔아 둔 드라마가 이제 와서 슬픈 결말을 낼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마지막 화는 그래도 마음 놓고 봐도 좋지 않을까 믿고 싶은 느낌. 일단 이번 15화는 어머니와의 오해를 풀고 과거의 앙금이 사라진 신대륙 작가의 성장을 풀어주고, 웹툰 편집부의 존속과 허관영의 퇴장, 그리고 온마음이 드디어 정규직이 되면서 그동안 풀어놓은 것들을 수습해 나갑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에서 좋았던 것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난 신대륙 작가의 작품 세계가 좀 더 희망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흑백 원고 속에서 유일하게 들어간 컬러로 표현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신대륙 작가의 서사는 미리 만들어진 일본 10부작 드라마 버전보다 더 풍부해진 경향이 있는데, 이는 원작에서 신대륙 작가에 해당하는 나카타 하쿠가 출판 만화를 그리고 있고, 원고 완성에서부터 단행본 출간 과정까지 담당자인 쿠로사와 코코로와 여러 번 부딪히는 이야기는 현재 한국의 웹툰 시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각색이 된 것으로 보이네요. 각색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신대륙이라는 개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임동희 어시의 재등장 등 나름 감격스러운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임동희 어시는 신대륙이 회복되자마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보아 과거의 꿈에 미련을 1도 담아내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의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기 때문에 후련한 그의 선택을 응원하면서도, 어시 활동을 재개했으니 어떻게 웹툰에 다시 도전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보고 있던 시청자인 내가 더 미련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신대륙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는데 그가 그린 '피브 병기'는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화까지 예정되어 편집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장만철 편집장은 나강남 작가의 스튜디오를 편집부의 자회사로 만들어 더 실적을 이끌어낸다는 기획을 임원 회의에서 발표하면서 편집부 폐쇄를 막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석지형이 자회사의 대표로 나가는 건 예상도 못 한 일이라 약간 충격이었다고 할까요. 석지형 피디는 온마음의 멘토로써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줄곧 드라마를 보면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는 암시도 있었던 것도 같고요. 거기에 온마음의 가족 서사도 빠지지 않고 수습되는데 이 드라마는 보면 주인공만이 아니라 주인공 주위의 인물들의 이야기도 허투루 흘려보내지는 않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그런데 온누리가 유튜버 '웹툰마녀'로 채널을 운영하면서 편집부와 껄끄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신대륙 작가 누명을 벗기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 저렇게 유명한 유튜버라면 수익도 꽤 잘 나올 것 같은데 그렇게 타박할 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 웹툰마녀가 동생이라는 걸 편집부가 알게 되면 보통 껄끄러운 수준이 아니게 되겠지만. 그래도 온마음은 그동안 부모님이 장녀인 자신에게 더 신경 쓴 걸 인식하고 동생은 뒷전이 되어 섭섭한 걸 이해해줍니다. 그리고 석지형이 말한 안 보이는 데서 서포트하는 '그림자 아티스트'의 이야기로 동생에게 새로운 지향점을 알려주면서 화해를 시도하는 장면도 괜찮았고요. 와중에 온누리가 만화 카페를 찾아온 오윤 작가한테 반하는 연출은 좀 웃기더라고요. 또 웹툰 편집부가 공모전을 주최하면서 구슬아 작가가 공모전에 참가할 암시라거나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작에 있던 '민들레 철도' 에피소드도 마지막에 다뤄지지 않을까 나름 기대도 생기고요.
백어진 작가가 건강 문제로 휴재를 하면서 그 공백을 메울 작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으니... 그런데 이제 이야기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화까지 긴장을 잃지 않으려는 것처럼 약간은 불안하게 15화가 마무리됩니다. 허관영은 그동안 한 짓이 대표의 귀에 들어가 감사를 받게 되지만, 그 사실을 대표에게 알린 구준영의 입지도 그렇고 예고편을 보면 뭔가 편집부에도 일이 터질 것처럼 연출이 되어 있어 약간 불길함을 남기거든요. 거기다 백어진 작가가 허리 통증 때문에 휴재를 하고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처음 예상은 그가 회복한 뒤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 장면을 상상했건만, 수술이 끝난 뒤에도 백어진 작가가 깨어나지 않으며 편집부 직원들이 중환자실을 찾아가는 불안한 장면이 이번 15화의 엔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