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리뷰

0I사금 2025. 4.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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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개봉 당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는 달리 새롭게 만든 리부트라고 알고 극장에 보러 가게 된 영화였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익숙하긴 하지만,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요. 막상 영화를 보게 되니 배우는 물론 전 영화의 설정과도 많이 차이가 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긴 해도 이미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계속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 구석도 있었고요.


영화의 서장은 주인공 피터 파커의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지게 된 경위부터 나오므로 스파이더맨의 탄생계기가 완전한 우연은 아닌 주인공의 부모와 연관이 있다는 게 언급이 되는데, 피터 파커의 아버지는 유전학과 이종교배를 전공한 저명한 학자로 무슨 연유에선지 모르지만 자식을 형제 부부, 그러니까 피터파커의 숙부와 숙모에게 맡기고 급하게 몸을 피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의문의 비행기사고로 목숨을 잃고 그들을 기억에서 묻고 살던 피터가 우연히 짐정리를 하다 아버지의 유품인 어떤 연구자료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요.

일단은 배우와 그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 피터 파커의 캐릭터는 이쪽이 강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어딘가 숫기 없어 보이는 소시민 스타일의 토비 맥과이어 피터와 비교하면 이쪽은 나름 고집도 있고 오기도 있는 캐릭터입니다. 수재 스타일이긴 합니다만 일진하고 싸워서 밀릴 거 알면서 괴롭힘 당하는 급우를 구하려고 들어서 히로인인 그웬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거미에게 물린 뒤 힘이 생기면서 왠지 전작의 피터 파커와 비슷한  좀 소외된 이미지의 여학생을 나서서 도와주기도 합니다. 

 

근데 전 개인적으로 조금 숫기 없어보였던 토비 맥과이어 버전의 스파이더맨이 더 정감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캐릭터의 변화는 피터 파커만이 아니라 히로인도 마찬가지인데, 샘 레이미 시리즈의 메리 제인과 비교하면 이번 히로인인 그웬은 당당한 여성입니다. 일상에서 피터의 난감한 상황을 구해주기도 할 뿐만 아니라 피터와의 로맨스도 상당히 빠르게 쌓아가는데요. 피터가 일찍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주인공이 악당과 대치할 때 상당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악당에게 납치되어 주인공을 곤란케 하는 일도 전혀 없어요. 

전 시리즈의 히로인이 잦은 납치에 양다리 비슷한 관계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았던 걸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인데, 히로인이 이렇게 당차고 강한 여성인지라 스파이더맨의 고뇌가 한층 줄어들어서 스파이더맨이 고생하는 맛으로 보는 사람들은 좀 실망할지도요. 그웬도 나쁘지 않았지만 피터가 도와준 숫기 없지만 예쁘게 생긴 여자급우도 나름 얼굴을 비추는 게 있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정히로인 자리가 메리 제인인지라 다음 시리즈에선 삼각관계를 예상할 수도 있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점도 있기 마련인데, 주인공의 각성의 계기가 되는 숙부의 죽음은 변하지 않아서 숙부는 어떤 시리즈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캐릭터의 운명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숙모는 전작 시리즈에 비하면 좀 더 비중이 커진 거 같은데, 아직 주인공이 십대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렴풋이 조카가 바로 도시를 떠들썩하게 한 영웅이라는 사실도 알아차린 거 같았고요.

이번에 등장한 악당 캐릭터는 바로 리자드맨-코너스 박사인데, 제가 기억하기로 과거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선 주인공 피터 파커가 의지하던 스승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기선 아버지의 과거 동료 연구가로 한쪽 팔을 잃고 그 팔을 재생시키기 위해 이종교배와 유전자 연구를 거듭하다가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을 하게 되고 부작용으로 도마뱀 인간이 되어 뉴욕시에 불안을 가져오게 되는데, 여기서 오스본이 코너스 박사의 후원자로 언급이 되면서 후속작 악역의 떡밥이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피터의 숙부를 죽인 강도가 잡히지 않으면서 이것도 나름 뭔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왠지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에선 흑화하는 학자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거 같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1편에선 악당 그린 고블린이 오스본 박사였고, 2편에선 닥터 옥토퍼스가 저명한 학자에서 악당으로 타락하는데 이번 리부트 시리즈에선 코너스 박사가 그러합니다. 그들 전부 힘을 얻고 난 뒤에 어딘가 인격 분열의 조짐이 보이는 공통점이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다만 결말은 이쪽 리부트 시리즈가 그래도 희망적인 편입니다.

이번 새로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화끈한 액션도 충분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빵빵 터지는 개그씬도 있고, 스파이더맨을 도우려는 뉴욕 소시민들이 나름 찡한 장면도 삽입되어 있고요. 그리고 뉴욕시의 화려한 야경도 볼만합니다. 다만 샘 레이미 시리즈에서 보였던 무거운 주제 의식은 덜하다고 할까요. 좀 가벼운 틴에이지 스타일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즐겁게 보기에는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설정이 전 시리즈완 다른데, 제 기억 상 샘 레이미 감독의 시리즈에선 피터 파커의 체내-손목부근에서 직접 뽑아내는 형식이라면 여기선 주인공이 직접 거미줄을 만들어 기계로 팔에 부착하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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