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리뷰

0I사금 2025. 4.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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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1편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2편을 고대하며 기다린 건 아니에요. 보통 영화관 자체 가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에 영화 종류와 상관없이 보러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했을 때도 약간 놀러 가는 심정으로 보러 갔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결론만 요약하자면 2편 역시 재밌게 보고 왔지만 당시에 개봉했던 영화들의 상영시간이 길어지는 추세가 있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도 거의 두 시간가량 길었다는 게 좀 불만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분명 이야기를 나름 제대로 압축하면 메시지와 개연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법도 한데 이런 분량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들이 없지 않아 있는 듯했거든요. 보러 가기 전 다른 리뷰로 스포일러는 물론이거니와 영화의 단점이라 할 만한 부분도 익히 들어왔기에 기대치를 한껏 낮추고 낮추면서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킬링타임용으로 무난하고 액션씬도 시원하고 화려한 영화라는 생각은 하지만 역시 무언가 부족한 맘이 없진 않았는데요요. 히로인이야 전작 1편에서 주인공의 발목을 잡지 않고 조력을 잘하는 캐릭터라 참신하였지만 역시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피터 파커가 그웬 스테이시를 멀리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웬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영향이 부각되는 점이 별로 없고 그저 여자 친구가 자기 길 가면 멀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정도라 이것이 히어로의 사명을 흔들 정도인가 의문이 가기도. 하여간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연애라인은 극의 몰입을 끊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 노릇을 하면서 겪는 정체성 고민이나 도시를 위해 싸워야 할 의무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었는데요 도시 사람들을 구해주고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단지 그 정도에 그칠 뿐이며 이제 막 십 대를 벗어나서 그런지 젊은 혈기가 더 앞선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 피터 파커가 어째서 그 도시를 지켜야 하는지 그것이 피터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동시에 피터가 도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고찰은 확실히 구작에 비하면 부각되진 않는 점이 있어요. 일단 로맨스가 시간 잡아먹는 것은 불만이지만 도심을 가로지르는 액션씬이라거나 스파이더맨의 떡밥 중 하나인 오스본 가문 - 그린 고블린의 등장은 기다리던 게 나온 느낌이라 반가웠습니다. 

보면서 왠지 노먼 오스본이 흑막이나 최종보스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주축으로 나온 건 아들 해리 오스본이었어요. 전작 샘레이미 버전의 해리에 비하면 여기선 좀 더 귀족 스타일이었는데 그린 고블린 앞에 나타난 미스터 피어스의 존재는 영화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마블 코믹스에 무지한 입장이라 누구인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스파이더맨의 숙적인 시니스터 식스 관련 떡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후반 크레딧 영상으로 나온 것은 놀랍게 『엑스맨』의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엑스맨』의 판권은 다른 곳에 있는 걸로 아는데 혹시 판권문제가 해결되어 『스파이더맨』 세계관과 연동되려는 것이었나 추측도. (현재는 시리즈가 나오지 않으니 알 도리 없지만...)

해리 오스본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이번 악역으로 활약하는 인물은 오스코프사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맥스라는 소심한 인물입니다. 우연히 스파이더맨의 도움을 받고 그의 팬이 되어 그의 관심을 비롯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인물인데 뭔가 흑화 하는 광팬이 악당이 되는 것은 『아이언맨』 3편의 킬리언을 보는 느낌도 났고요. 킬리언이 굉장히 호불호가 갈렸던 캐릭터지만 제가 원래 악역들은 호의적으로 보는 편이고 왠지 요샌 이런 악당들의 사연도 은근히 불쌍한 구석이 있어 일렉트로도 나름 괜찮은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반 등장씬은 개그스러운 면모가 있었기도 했고 확실히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면모도 있었고요. 그런데 의외로 스파이더맨을 곤경에 처하게 한 것치곤 좀 쉽게 퇴장했단 생각도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1편에 이어 뭔가 주제의식을 담은 히어로물이라기보단 틴에이지 로맨스가 가미된 재밌는 히어로물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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