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2022년~2023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8화 리뷰 (2022. 2. 26. 작성)

0I사금 2024. 11. 2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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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8화 감상문입니다. 이 드라마를 중반까지 봤을 때, 아무래도 사회에서 유영철 살인사건이 가져다준 충격도 크고,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구영춘의 비중이 좀 많은 것 같아, 중간에 잡히는 것이 너무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단 보통의 범죄 수사물이라면 구영춘 같은 살인범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구영춘 같은 살인범이 중반에 잡혔다고 해서 드라마의 전개가 꺾이는 것도 아니요, 지금 활개치고 있는 정남규(아직 드라마 상 이름 모름)의 비중이나 그 행태 또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오히려 다음 에피소드도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아마 한 주마다 살인범 하나를 다룬다면 마지막 회차에 강호순 모티브 사건이 나올 예정일 듯.

이 드라마는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을 원작으로 각색된 것이고, 실제 범죄자가 수배된 순서나 범죄자가 한 행동도 많이 고증된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윤태구 팀장이 구영춘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서 다치거나 범죄분석팀이 유대를 키워가는 장면들은 드라마적인 양념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경찰들이 범죄자를 잡다가 다치는 일도 많을 테고 범죄분석팀의 저런 훈훈한 장면이 있어야 드라마의 충격적인 전개도 완화되는 구간이 되는 거고요.  이런 장면이 없었다면 팍팍하고 암울한 사건들 때문에 역으로 몰입도가 떨어졌을 것도 같네요. 일단 이 드라마는 사건 빌드업도 빌드업이지만 캐릭터의 빌드업도 탁월하다고 생각되는데 윤태구가 범죄분석팀에게 호의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8화에서 납득이 가게 그려지는 바람에 초반부 대립각을 세웠던 장면이 이제는 화가 나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8화 초반 윤태구가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 송하영의 도움이 있었지만 - 구영춘을 제압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구영춘은 그 난리를 부리면서 도주했다가 도로 경찰서로 잡혀오는데 송하영과 국영수 팀장은 취조를 받는 구영춘의 행동을 분석하여 허세와 과시욕에 쩐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채며 다른 경찰들에게 심문 방법을 알려줍니다. 드라마 내내 구영춘과 정남규(아직 드라마 상 이름 모름)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의 살인범이라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데, 일단 정남규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쾌락형 살인범에 가깝다면, 이번에 잡힌 구영춘은 열등감과 분노, 남 탓을 하는 성격을 숨긴 채 자신을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며 제 딴에는 사회의 부도덕을 심판한다고 믿는 살인범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정남규도 구영춘이 허위 자백한 뉴스에 분노하는 걸 보면 과시적이라는 점에선 비슷한 구석이 있을 듯. 어쨌든 이런 태도는 심문 내내 수사관들 위에서 여유 있는 척 굴면서 좀 더 급 높은 사람들을 데려오라 하거나,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임영동 사건 - 정남규가 저지른 것-도 자기 가 저지른 거라고 허위 자백하거나 하는 태도에서 묘사됩니다. 근데 백준식 과장이 송하영의 지시대로 우위를 보여주며 심문을 시작하자마자 자백을 하는 걸 보면 진심 강약약강의 전형이었던 모양. 서열 따지는 놈이라 김봉식 같은 인간은 애초에 상대하기 어려웠던 걸지도요?  구영춘은 작중 내내 자신을 포장하거나 과시하는 인간이라는 걸 범죄분석팀에게 보여주고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이 몸가짐을 잘해야 한다는 투로 대답하는 등 뻔뻔한 태도를 유지해서 보는 사람을 화나게 만듭니다.

그런데 하는 말은 중2병처럼 허세만 가득한데도 여기서 또 배우가 연기를 잘해놔서 복잡한 생각이 다 들게 만들더라고요.  작중 구영춘은 정신적 성장이 멈춘 놈이라 하는 말은 꼴값인데 저런 놈들이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을 하는 바람에 저런 끔찍한 결과가 벌어진 게 현실이니까요. 자기가 어떤 방식으로 시신을 토막 냈는지 그림 그려주면서 범죄분석팀에게 들이밀었을 때는 진심 기가 차다는 느낌? 이거 드라마라서 순화되었지, 실제 상황에선 어땠을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저런 놈이 자신이 한 짓을 자랑하면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우리는 범죄분석팀은 아니라 역겨움과 분노를 다 표출할 수 있지만 저걸 조사해야 하는 사람들은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아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심문과 현장 검증이 끝나고 수감된 그를 다시 인터뷰하면서 송하영이 '너는 그냥 찌찔한 인간'이라는 팩폭이 속 시원하기까지 했어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번 8화가 저번 7화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 같은데, 청장이 다른 사건을 구영춘 짓으로 하라며 지시하는 거나 김봉식이 어그로를 끄는 등 일부 발암 장면이 없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예고편을 진심 잘 뽑아내서 다음 주를 기다리게 만들더라고요. 또 중반 구영춘을 심문할 때 기선 제압용으로 관련 자료들을 가지고 가는데 여기서  우주 친구인 기자도 빠르게 눈치를 채고 심문할 때 도움 될 거라며 수배서를 챙겨주는 등 도움이 되어서 속이 편해졌습니다. 우주도 민폐캐가 아니고 기자도 민폐캐는 아닌 모양. 그리고 이번 주부터 에필로그가 추가되어 훈훈한 분위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달까요. 그리고 은근 음식이나 먹방 장면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가끔 배가 고파지기도 했고요. 이번 에필로그의 볶음밥 진짜 맛있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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