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 15화 리뷰 (2020. 8. 24. 작성)
드라마 『모범형사』 15화 리뷰입니다. 초반부터 기대를 가지고 본 것이고 8화에 좀 실망스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사이다를 주고 스토리가 회생할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면서 보게 된 드라마인데 어째 후반부로 올수록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네요. 유정석이 저지른 짓이 만 천하에 공개된 것은 당연히 나와야 할 일이지만 이것이 경찰들 스스로가 사건을 파헤치고 수사해서가 아니라 마치 유정석 본인이 사건 자체에서 발을 빼고 짐을 덜려는 행보로 자기가 저지른 짓을 기사화한 뒤 자살을 한 것은 좀 에러였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진범들이 법의 처벌을 안 받고 자살을 하는 루트를 개인적으로 싫어하는지라...
차라리 유정석 부장한테 협박을 받은 오종태가 진심 열받아서 우발적으로라도 유정석 부장을 살해하는 전개로 갔더라면 덜 찜찜했을 부분. 15화 초반은 유정석 부장이 과거 자기 누나를 성고문하여 자살하게 만든 경찰인 조성기를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조성기는 이미 그전에 드라마 속에서 악행을 열심히 저지르고 다닌 동생 조성대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뉘앙스로 말한 바 있어 그보다 더한 쓰레기라는 것은 충분히 암시되었어요. 거기다 이번 15화에서도 역시 드라마에서 나온 범죄자들보다 더한 인간이라는 게 드러나 유정석 부장이 그를 돌로 내리쳐 죽인 것도 차라리 사이다면 사이다였고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유정석을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인, 목격자였던 장진수 형사까지 돌로 내리치고 후에 자기 사건을 덮겠다고 애꿎은 이대철에게 누명을 씌운 뒤 그가 사형을 당하게끔 유도한 것은 어떤 식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부분이며 정말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면 차라리 이대철이 사형당하기 전 경찰에 가서 자수했어야 옳은 부분이었죠. 이대철이 이미 대신 누명 쓰고 죽은 마당에, 그것도 오종태가 블랙박스 영상으로 협박질을 하고 난 다음 자기 죄를 밝히고 죽는 연출은 유정석이 자신이 한 짓을 진심 후회하고 반성한 게 아니라 어차피 약점을 오종태한테 잡히고 경찰들의 의심을 산 이상 도망갈 데 없으니 그동안 싫어하던 오종태를 엿 먹이고 죽음으로 도피한 것 같은 느낌만 받았거든요.
그리고 유정석 부장과 관련해서 진서경 기자의 캐릭터도 오락가락하는 느낌이라 맘에 안 들었는데, 진서경은 8화에서 재심에서 중요한 증거를 자기 기자 생명을 지키고자 숨기는 이기적인 짓을 저질러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후에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는 모습을 보여 그나마 캐릭터가 회생하는 듯하더니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운 유정석 부장에게 미안하다면 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납득이 안 가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처음 진서경이 윤상미 경위랑 술 먹고 울 때는 대사를 잘못 들어서 죽은 이대철한테 미안해서 저러나 했는데 알고 봤더니 미안한 대상이 이대철이 아니라 유정석이었다는 거...
나중에 진서경이 유정석에게 들은 과거 이야기를 경찰들에게 전화를 털어놓는 장면이 나와 이 장면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해도, 진서경이 이대철이 아닌 유정석에게 그렇게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지는 의문이었어요. 이대철은 진서경의 행동에 의한 피해자였지만 유정석은 오히려 그동안 진서경을 이용해 먹었고, 자기 살인을 숨기기 위해 애꿎은 사람을 끌어들인 장본인이니까요. 차라리 궁지에 몰린 유정석이 자수를 하고 오종태까지 여죄가 밝혀져 잡혀 들어가서 이대철이 사형당하기 전에 풀려나는 이야기였으면 카타르시스가 엄청 느껴졌을 텐데 이대철이 이미 죽은 마당에 그런 카타르시스는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그렇다고 진범 중 하나가 사이다처럼 응징받은 것도 아니니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가 찜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