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우먼 인 블랙』 리뷰

0I사금 2025. 4.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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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우먼 인 블랙』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배우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은 공포영화입니다. 『우먼 인 블랙』의 원작소설은 영화를 보기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영화에 대한 소식을 일찍 접한 적이 있기에 흥미가 생겼지만 우리나라에서 극장개봉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었어요. 나중에 TV에서 언젠가 한번 해주지 않을까 기다린 적도 있었지만 딱히 영화의 편성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래서 인터넷으로 DVD를 직접 주문하여 뒤늦게나마 감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문을 했을 때 중간에 한글날 포함 휴일들이 많이 끼어있어서 구매하기까지 며칠이 좀 소요된 기억도 있지만요.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영화를 소장하게 되었는데요. 케이스 뒤편의 러닝타임 부분의 문구를 살펴보니 영화는 총 95분으로 최근 나오는 영화치고는 좀 짧은 편이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일단 눈에 들어온 것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인데 아무래도 '해리 포터'의 이미지가 강하니 이것을 벗어나긴 힘들 거라는 생각과 달리 이 영화에선 『해리 포터』때와는 다른 이미지와 분위기를 선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우먼 인 블랙』은 고전적인 약 19세기 후반의 영국으로 추정되는 공포영화인지라 같은 영국 배경이라도 판타지 영화인 『해리 포터』랑은 여러모로 달랐는데요. 영화의 원작 소설은 좀 더 덤덤하게 읽어 내려간 측면이 있는데 다만 여성원귀가 등장한다는 데서 우리나라의 고전적인 설화의 분위기를 떠올린 감이 있었어요. 어쩌면 한 맺힌 귀신, 특히 여성 원혼의 이야기는 단순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는데요. 그런데 영화는 영화 나름으로 소설에서 다른 방향으로 각색한 것이 눈에 뜨더군요.

눈에 띄는 것을 설명하자면 일단 주인공의 설정부터 약간 다른데 죽은 미망인의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온 변호사라는 점은 같으나 소설에선 부인과 아들이 멀쩡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 속 주인공 아서 킵스는 산고로 아내를 잃고 아들을 혼자 키우는 홀아버지라는 설정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킵스가 더 우울하고 절박한 심정을 선보이며, 자식을 잃은 마을 사람들에게 더 공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요. 일단 마을 사람들은 그가 잠든 유령을 깨웠다고 믿는 것처럼 그를 적대하고 유일하게 그의 편에 서주는 이는 역시 검은 옷의 유령에 아들을 잃은 마을 사람 샘입니다. 그의 아들이 살아서 장성했더라면 주인공 나잇대일 것이라는 언급으로 그가 아서 킵스를 통해 자신의 아들을 연상한다는 점과, 아서는 샘 부부가 가족을 잃었다는 데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소설에선 아이들의 죽음이 유령의 소행이며 이미 과거의 일로 지나간 것처럼 언급되는 반면, 영화에선 아이들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아서가 괜히 저택을 들락거려 유령을 깨웠다고 믿는 것처럼 여겨 그를 적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공포의 방향이 다르지만 우리나라 웹툰 『이끼』와 비슷한 면도 느껴졌습니다. 영화 오리지널로 화재사건이 일어나 유령에게서 보호하고자 가두고 키운 마을 아이가 죽음으로써 유령의 잔혹함이 더 부각되기도 하고요. 아서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지만 아이는 스스로 체념한 듯 분신자살을 하면서 검은 옷의 유령에게서 아이를 구하는 것을 불가능함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또 영화 오리지널로써 아서와 샘은 뻘에 갇힌 아이의 시신을 찾아 원혼이 된 어머니의 시신과 같이 묻어주고 죽은 어머니의 원한을 풀어주려 합니다. 하지만 원혼의 대사 '아들을 죽게 한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 반복되는 것처럼 유령의 원한은 아이를 언니 부부에게 빼앗긴 것이 아닌, 아들의 죽음 자체에 있음이 암시되지요. 즉, 어떤 식으로든 원한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또 영화의 특징 중 하나로 소품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인데 유령의 저택은 인형과 박제로 공포 분위기를 더합니다. 특히 원숭이 박제와 인형이 자주 나오는데 원숭이는 동양권에서 수호신이면서 동시에 원수에 대해 매우 가차 없는 동물로 알려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이 서양에서도 전해지는 것인지 유령이 나타날 때마다 이 원숭이 인형들이 부각되며, 동시에 원한을 잊지 않는다는 원숭이의 특징을 생각하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의미심장해집니다. 동시에 개는 유령을 보고 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 개가 한번 유령에 홀릴 뻔한 주인공을 향해 짖어서 그를 깨웁니다. 그리고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안개 낀 배경이 많은데 뻘과 눅눅한 습기, 벽지가 낡은 저택으로 분위기를 더하는데요. 고딕 호러적 분위기를 말한다면 이런 것을 말하는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영화의 결말은 원작과 많이 다른데 일단 원작의 결말은 유령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생각한 주인공 앞에서 아들과 부인이 사고로 죽는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소설의 서장 자체가 나이를 먹은 주인공이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이지만 영화는 원작과 달리 아들이 선로에 떨어져 그를 구하려던 아버지 아서마저 전차에 치어죽고 두 부자가 죽은 아내와 재회하는 엔딩이에요. 제 추측으로는 아서와 아들 조셉은 결코 유령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는 아서가 유령의 원한이 어디에 근거했는지를 잘못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아서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고요. 그래도 마지막에 아서는 죽은 부인과 재회함으로써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이 되었는데 이는 유령의 배려라기보단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에서 보는 관객들을 배려하기 위한 영화적인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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