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갈하이』 1시즌 4화 리뷰 (2022. 9. 1. 작성)

일본 드라마 『리갈하이』 1시즌 4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추천해 주는 걸 보고 보기 시작해서 한 번에 달리고 싶은 걸 리뷰를 위해 참으면서 감상했던 기억이 있네요. 『리갈하이』는 법정물이긴 하지만 주인공인 코미카도가 애초에 사회정의랑 거리가 멀고, 자기 이득에 밝은데 분위기 자체가 코미디가 많이 섞여 있어서 그런가 굉장히 현실적인 결말로 끝나버려도 생각보다 찜찜함은 덜한 편이에요. 깝죽거리는 코미카도의 성격을 마유즈미가 적절하게 잡아주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등장인물들이 개그 씬을 많이 연출해서 그렇지 이번 의뢰도 굉장히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인데, 이제 막 시공되는 고층 아파트가 마을의 일조권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건축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처음 마유즈미를 통해 코미카도 사무실로 와야 할 소송이었는데, 마을 자치 운영회에서 좀 더 믿을 만한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며 이쪽 분야에서 유명한 인권 변호사에게 맡기고 엉뚱하게 코미가도의 사무실은 건축사 쪽의 의뢰를 받게 되면서 마유즈미의 의향과는 반대로 마을 사람들과 대립하게 되더군요. 특이하게도 이번 에피소드의 사건은 재판까지 가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건축사로부터 얼마만큼 원하는 액수의 합의금을 받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며, 처음 마유즈미를 찾은 의뢰인이 원한 아파트 설계 변경이라는 목적은 사라지고 변호사들끼리 합의금 책정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게 됩니다. 법정물이긴 하지만, 굳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이렇게 의뢰인들끼리 거래를 조정하는 케이스도 있구나 싶어서 좀 참신했던 에피소드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웃긴 것이 마을 측 변호사는 최대한 기업으로부터 많은 합의금을 받아야 한다면 사람들끼리 정한 삼백만엔 - 코미카도에게 조정을 시도할 때 오백만 엔을 부르고, 코미카도는 그럴 수 없다며 오천 엔이라는 황당한 액수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오만 엔으로 올리는 등 일종의 밀당이랄지 이런 걸 보여주는데요. 결국 최종 합의금은 20만 엔까지 올라가긴 합니다만 마을 측 변호사가 부른 액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는 건 변함없어요. 여기에 코미카도를 잡아먹을 듯이 미워하는 미키 사무실에서 마을 측 변호사에게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 반대편에 또 다른 아파트가 설계될 계획이라는 걸 알려주게 되며, 이 경우 아파트로 이사 올  주민들 역시 일조권이 침해받는 사실이 드러나자 초조해진 건축사는 합의를 빨리 유도하라고 코미카도를 닦달합니다. 

결국 코미카도는 시공을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빈틈을 파고들어 20만 엔으로 합의하는데 성공하긴 하는데 심부름꾼 카가를 마을 주민으로 잠입시켜 내부 정보를 빼오고 하는 걸 보면 코미카도의 성격이 보인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의미에서 공공의 이익보단 눈앞에 보이는 돈이 더 큰 열쇠라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막판에 코미카도 사무실 앞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어 주인공들이 일조권 침해받을 예정이라는 것도 코미디. 한편 마유즈미는 마을의 일조권을 침해받고 이제 태어날 아이에게 햇빛이 드는 정원을 제공하지 못하는 산모에게 감정 이입을 하여 자기 의뢰인보다 상대 쪽을 더 응원하는 경우가 생깁니다만. 이 산모 역시 합의하는데 동의하면서 일조권 소송은 유야무야 마무리됩니다. 

종종 마유즈미가 사회의 '정의'를 입에 올리거나 코미카도와는 다른 노선으로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싶다는 뜻을 밝힐 때는 조금 답답해 보이긴 했지만 작중 코미카도 하는 짓이 하는 짓이라 그런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의도만 좋은 전형적인 히어로 타입이라고 하더라도 코미카도 때문에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막판에 마유즈미가 코미카도를 향해, 자신이 이 사무실에 들어온 이유는 코미카도를 쓰러뜨리기 위함이라고 전의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마유즈미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코미카도의 폭주가 오히려 선을 넘어 거북하게 보였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히려 마유즈미 같은 타입이 성장하면서 사회의 정의와 의뢰인 개인의 정의 사이에서 적정선을 보여주는 변호사가 되는 것도 기대할 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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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갈하이』 관련으로 스포일러를 마구 찾아보다가 황당한 반전을 보았는데 미키 변호사 사무실에서 코미카도를 죽어라 미워하는 이유가 너무 웃겨서 마지막 화가 기대 중이에요. 영상으로 보면 저건 또 어떤 느낌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