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리뷰
애니메이션 『가디언즈』는 OCN에서 방영해 준 덕에 접할 수 있던 드림웍스의 작품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느낀 거지만 드림웍스의 로고에 뜨는 초승달에 앉은 소년의 모습은 『가디언즈』의 주인공 '잭 프로스트'를 연상케 하더군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선 『가디언즈』라는 이름으로 극장에 걸렸지만 첫 장면 잭 프로스트의 탄생 이후 뜨는 타이틀에 의하면 원제는 『Rise of the Guardians』이더군요. 직역하면 가디언즈의 기원 혹은 출현 이런 여러 가지 의미가 될 거 같은데 내용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이들의 믿음이 없어져 가디언즈가 한번 사라질 위기에 빠졌다가 다시 기적적으로 부활하는 내용임과 동시에 주인공 잭 프로스트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고 가디언즈의 일원이 되어가느냐가 주요 테마이므로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내용을 암시하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제목부터가 왠지 시리즈의 첫 편을 연상케하는 부분인지라 드림웍스의 다른 인기 시리즈인 『슈렉』이나 『쿵푸팬더』처럼 후속편이 나오면 좋을 법한 내용이었건만 찾아보니 본토에서의 흥행 부진으로 드림웍스 측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등 악재가 겹친 모양이더군요. 시리즈물로써 괜찮을 듯한데 이래가지곤 후속편을 기대하기 어려운 전망. 어쨌든 끝까지 다 보고 난 뒤 영화의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는 와중에 이 애니메이션 2012년도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실은 재밌게 보긴 했으면서도 이 작품에서 드림웍스 전작들의 파편들을 느끼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천덕꾸러기에 사람들에게 외면받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이란 포지션은 외모는 상당히 판이하지만 『슈렉』 시리즈의 주인공 슈렉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있었고 오랜 시간 봉인된 악당이 복수를 위해 재기하고 그로 인해 특정한 팀이 모여 대비를 하고 주인공이 그 일원이 되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은 어딘가 『쿵푸팬더』1편의 내용을 답습한 것처럼 보이긴 했어요.
하지만 전작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겹친다는 점을 빼더라도 영화는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전반적으로 깔린 유쾌한 개그 씬이라거나 부활절이나 성탄절에서 따온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나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외로움 타는 장난꾸러기 미소년 잭 프로스트는 물론이거니와 부활절 토끼 버니나 귀여운 이빨 요정 베이비 투스나 말은 못하지만 모래로 모든 것을 설명하며 온화한 듯 어딘가 깨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샌드맨 등 매력적인 조연 인물들도 보이고 악역 피치 블랙의 존재감 또한 그들 못지않았습니다. 다만 초반에 포스를 보이던 악당들이 어째 후반에 가면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여 퇴장하는 것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징인가 싶을 정도. 그리고 악당인 피치 블랙은 바로 미국 괴담 속에 등장하는 부기맨이 모티브이고 나이트메어들은 피치 블랙이 겨우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한 존재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통제를 잃어버리고 막판에 피치 블랙이 힘을 잃자 나이트메어의 통제력을 잃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주더군요.
힘만으로 봤을 때 부기맨보다 이 나이트메어가 더 상위인 듯한데 부기맨은 아이들이 더 이상 믿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자 힘을 잃고 사라지게 되지만 나이트메어는 그대로 있으며 힘을 잃은 부기맨이 두려움을 느끼자 그를 습격하는데요. 이 장면이 미묘한 것이 부기맨은 사람들의 공포를 자아내게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존재인데 반해, 악몽은 사람의 의지나 이성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악몽을 이용해 공포를 불러일으켜 그것으로 아이들을 지배한다는 피치 블랙의 속성은 어딘가 공포영화스러운 구석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왠지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를 연상케 하더군요. 아무래도 『가디언즈』의 전반적인 내용은 잭 프로스트의 정체성 찾기와 가디언즈로서의 임무 자각이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들에게 노는 것 또한 중요한 것임을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보면 잭 프로스트가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싸울 용기를 얻는 과정은 바로 인간 소년인 제이미 일행과 놀아주면서 그것이 자신의 특기임을 깨닫게 되면서부터인데 가디언즈의 근원이 아이들의 동심적인 믿음이고 이것을 지탱하게 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의 놀이에서 비롯되거든요. 아이들의 유년시절이 감성적으로 삭막했느냐 풍성했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애니메이션은 어떤 면에서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서 의미를 더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노는 것을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걸지도 모르고요. 보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이들의 놀이나 취미를 학업에 방해가 되는 취급을 하기도 하며 아이들이 추억을 쌓을 기회나 더 나아가 상상을 할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텐데요.
잘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일 수 있는 기발한 상상마저도 생활에 도움 안 되는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삼는 경우가 실은 적지 않으니까요. 보통 이런 때 어른들이 드는 핑계들은 나중에 크면 다 할 수 있단 말이지만, 실은 큰 뒤에는 할 시간이 더 없는 데다 어린 시절 접하는 것과 다 크고 난 뒤 접하는 것은 감성이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추억이 왜 추억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특히 노는 것에 대해선 나이를 먹을수록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결국 말하자면 어른이 애들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라고 봐요. 그리고 한번 박탈당한 기회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것이 솔직히 제 생각인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작품을 보니 『가디언즈』의 숨은 주제가 새롭게 전달되더군요. 한번 지나가면 끝일 아이들의 추억을 지켜서 나쁠 건 결코 없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