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세계사』 리뷰
보통 세계사는 내용이 방대하여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정치사나 전쟁사로 들어가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한 면이 있기 때문에 꺼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신 개인사나 일상사, 문화사 혹은 야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복잡함을 한 꺼풀 걷어내고 재미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책 『위험한 세계사』(정확한 제목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위험한 세계사』)처음엔 대강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저자들은 일본 측의 역사 연구모임이더라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일본에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는 게 특징이라고 할까요?
책은 거대한 주제로 여덟 파트를 나눈 뒤 그에 해당되는 역사적인 에피소드들을 이삼페이지 정도로 짧게 설명해 주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전체 설명글 중 한 서너 개의 이야기만이 일본에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도 없지는 않은데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고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대사관에 전달된 암호에 관련된 이야기였어요. 생각보다 중국사 관련 에피소드도 적고 전반적으로 유럽 쪽 이야기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내용은 유명인사들의 개인사적인 이야기가 태반인데, 거의 유명인사들의 '아랫도리'에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수입니다. 특히 권력가나 유명인들의 바람기, 불륜, 호색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와중엔 여자 남자 안 가리는 인물들도 상당수 있었고요.
어떤 장교는 평생 여자랑 관계는 맺지 않고, 남자랑만 관계를 맺었다는 좀 놀랄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매독에 관련된 이야기도 세번이나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엔 카더라 싶은 이야기도 실려있어 이게 진실일까 싶은 부분도 없지 않은데, 미궁에 빠진 이야기도 실려 있어 독자가 추측해야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권력자들의 호색질엔 남녀가 차이가 없어서 대다수의 남자권력가들이 여자나 남자를 갈아치우는 일은 흔하지만, 드물게 여자 역시 권력을 잡을 경우 남자들 못지않은 정력을 과시하기도 하는데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나 중국의 측천무후가 그렇습니다. 권력지향형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은 비슷한 듯.
저자들이 콜럼버스를 맘에 들어했는지 콜럼버스와 관련된 일화가 많이 등장합니다만, 콜럼버스의 원주민학살과 같은 악행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의외였습니다. 제목과 같지 않게도요. 수학자 뉴턴에 관련된 이야기도 두번 등장하는데, 일생에 사랑한 여자가 한 사람이 있었고 여인과 헤어진 뒤 사랑한 남자가 있었는데 성관계는 일절 없었다는 것으로 보아 금욕주의자라고 책에선 설명하지만 제 생각엔 아마도 뉴턴이 무성애자(생식능력은 멀쩡하지만 성적인 일에는 애착이 없는 사람들)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40대 이후 뉴턴이 연구 실적이 없다 하지만 제자의 도움으로 조폐국 감사일을 하면서 위조지폐를 분간하는 일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하는 걸로 보아 오히려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에도 우리가 교과서에서 쉬 접했던 사건들의 뒷면에 숨겨진 이야기들, 유명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행적등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일들이 교과서에 실릴 수 없는 이유는 뭐 뻔한 거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히려 교과서에서 이런 걸 시시콜콜 다 말해준다면 나중에 찾아보는 재미가 더 줄어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