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 리뷰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가 한창 인기가 있을 때 과거에 출간된 『반지전쟁』이란 제목의 책 말고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새 책들이 쏟아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반지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된 번역본과 새로 출간된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목으로 된 번역본을 중간에 텀이 많도록 뒤죽박죽 읽어버렸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은 영화만큼 제대로 안다고는 자신할 수 없어요. 그나마 번역본 마지막권은 제대로 읽은 기억이 날 뿐이고요. 근방 도서관에는 『반지의 제왕』 번역본이 출판사 두 군데 것으로 황금가지/씨앗을 뿌리는 사람 버전이 나란히 비치되어 있었는데 당시 영화 『호빗』의 개봉 탓인지 나 말고도 『반지의 제왕』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영화 개봉 당시 원작에 흥미를 가지고 소설책을 빌리려고 갔더니 두 출판사 번역본이 나란히 1권 부분만 대출되어 있어서 결국 빌려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빌려오게 된 것이 이 책 『철학으로 반지의 제왕 읽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도 예전에 한번 접한 적이 있었는데, 한창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영화 개봉했을 무렵, 다른 도서관에서 잠시 앞부분까지만 눈대중으로 대충 읽어 내려간 감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은 많았지만 아마 당시 영화가 마지막 시리즈까지 나오기 전이고 소설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서 내용을 다 이해하기에 어려웠던 건지 결국 중간에서 읽다 말았는데,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답게 반지의 제왕에 담겨있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 비평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학자의 평론이 실려있고 그 학자들이 『반지의 제왕』을 통해 고찰한 주제의식도 천차만별입니다. 『반지의 제왕』을 환경파괴와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는 사람도 있었으며, 반지의 힘 자체를 물욕이나 권력의 상징으로 읽는 이도 있었고, 등장인물들을 비교 분석하며 톨킨이 어떤 식으로 선(善)을 표현했는지를 고찰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세계관의 요정의 영생과 인간의 죽음의 의미를 파고들어 간 평론도 있었고,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이상향으로 보는 글도 있고, 『반지의 제왕』에서 불교적인 특색을 찾아낸 글도 있었습니다.
재미나게도 어떤 평론에서 톨킨의 글을 인용하여 톨킨 스스로는 자신을 예언자로 여기지 말고 자신의 글도 마찬가지라고 요청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도 하는데, 톨킨의 그런 의도와는 무관하게도 수많은 이들이 이 『반지의 제왕』시리즈에서 많은 의미를 발견해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의 글은 결국 그 사람의 생각을 반영하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만... 예전에 문학평론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텍스트가 좋은 텍스트라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당연하기도 한 건데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이 그것을 해석하거나 분석해줄리도 만무하고, 여러 현실에서 다양하게 해석되지 못하는 텍스트는 결국 시대나 환경이 지나면서 묻히기 마련이거든요. 평론가들은 종종 자신의 글 속에 다른 이들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중 특이하게도 『반지의 제왕』이 세상에 나왔을 당시 『반지의 제왕』에 악평이 쏟아진 적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참으로 우습고 꽉 막힌 관점의 글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런 비평이 있었다는 건, 역시 톨킨 생전의 문학계 역시 배타적인 면모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