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빈곤』 리뷰
『덤벼라, 빈곤』은 제목부터가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어떤 일본의 유명한 문구를 패러디한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인터넷상의 책의 상세설명을 보아도 그런 비슷한 것은 없는 모양입니다. 도서관의 사회학 코너에 꽂혀 있던 이 책은 표지나 제목이 위트 있음에도 제법 내용은 심각한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에서 빌려왔는데 확실히 실망시키지 않고 제법 뼈가 될 법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있더군요. 그리고 간간히 사회를 풍자하는 듯한 작가의 그림과 만화도 실려있어서 볼만했고요. 『덤벼라, 빈곤』이란 책 제목 때문에 혹시 이것도 자기 계발서의 일종이나 가난 벗어나기 프로젝트 같은 일환으로 나온 책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 책은 노숙자 상담 위주의 활동을 벌여온 사회활동가인 저자가 빈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현대의 사회적 모순등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첫번째 장에선 그동안 제가 생각해 온 문제들 어쩌면 한국사회에서조차 공통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흔히 자기 계발서는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라거나 '지금 당신이 어려운 이유는 당신이 부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서다'라는 이야기를 가책도 없이 던지고들 있는데, 저자인 '유아사 마코토'는 것을 '자기 책임론'이라고 부르며 책의 1장의 상당한 내용들을 이 자기 책임론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똑같이 노력해도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한다- 이것은 패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을 의자 뺏기 놀이에 비유하여 한정적인 자리를 놓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 자리가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얻지 못한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인식을 지적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얼마 없음에도 그것을 얻으라고 부추기는 현 세태와 한정적인 자리에 한정적인 인간만이 앉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패배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와 다를 바 아닙니다.거기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충고나 개천에서 난 용 따위의 충고나 격언에는 그 사람의 개인적인 능력에 모든 공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데 저자인 '유아사 마코토'는 결코 사회에 '혼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설령 가난한 집안에서 출세한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희생이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수많은 성공에는 다른 조건과 환경적인 여건이 크게 작용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여건은 무시한 채 그들의 노력만을 문제 삼는 것이 얼마나 극단적인 논리인지 잘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화목한 데다 먹고 살만한 집안의 아이와 부모가 없거나 집안이 불우하거나 가족의 사이가 나쁜 가정의 아이가 있을 경우 똑같이 노력을 한다면 전자의 아이가 더 좋은 직업을 얻기 쉬운데, 이는 전자의 아이가 좋은 여건으로 순수하게 노력할 만한 여건을 갖추는 데 비해 후자의 아이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후자의 아이가 어떤 목표를 갖추고 노력하려고 해도 그 아이의 불우한 환경이 그 노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자리 잡기 쉽다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공감이 갔던 것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옛날이 더 어려웠는데, 지금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이 뭐가 힘드냐는 말은 상황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가 모두 함께 가난했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없고, 또 국가가 성장하면서 그 성장의 혜택을 어느 정도 골고루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상대적인 빈곤이 더 강한데다가, 국가가 성장함에도 이젠 더 이상 사람들의 그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이 한국 사회에서도 특히 간과되고 있다는 점인데, 제 생각에는 예전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못받은 건 마찬가지였음에도 예전에 가난해도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 것이 의문이라고 할까요. 저자는 여기서 우월적인 시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데, 빈곤이 더 심화될수록 사람들이 이런 형식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외에도 책의 후반 대담에서는 빈곤의 문제가 남녀 즉,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지도 살펴보고 있고, 사람들의 불만을 표하는 것을 투정이나 쓸데없는 짓으로 못박는 사회가 오히려 더 잘못된 사회란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평과 불만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원천봉쇄한다면 결국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게 되고 내부로 불만이 쌓여서 그것이 안 좋은 쪽으로 폭발할지, 아니면 사회가 점차 굳어져서 활력을 잃게 될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점은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를 바 없어서 눈여겨볼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