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호빗 : 다섯 군대 전투』 리뷰

0I사금 2025. 5.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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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호빗』 시리즈의 마지막 장인 『호빗 : 다섯 군대 전투』도 개봉을 했을 때 극장에서 감상했습니다. 희한하게도 『호빗』 시리즈는 그 내용이나 스케일의 완성도가 분명 같은 감독의 전작인 『반지의 제왕』시리즈보다 못한 것을 알고, 실은 영화를 보면서 이러이러한 점은 보완하고 이러이러한 점은 빼주면 더 좋을 거라는 약간 불만스러운 심정으로 보면서도 극장에서 펼쳐지는 그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어서 영화 자체에 매료되어 버린다고 할까요? 어느 소설 창작 가이드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배경 서사 문학이라고 설명을 한 게 떠올랐을 정도. 세계관 자체가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말인데 분명 캐릭터들의 매력, 상징성, 각각의 역할 배분, 스토리의 흐름 자체는 반지 시리즈가 더 완벽하건만 정작 톨킨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인도하게 된 경위는 이 『호빗』 시리즈였으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호빗』 시리즈의 첫 번째 장인 『호빗 : 뜻밖의 여정』을 생각지도 못하게 보고는 또 생각지도 못하게 영화의 세계관에 빠져들어 원작 소설과 『반지의 제왕』소설을 독파해 버리고, 그리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보면서 전작보다 아쉽다 하면서도 즐겁게 보고 마지막을 기다렸고 드디어 삼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를 볼 수 있었는데요. 영화의 분량이 무지막지하게 긴 데도 이번 편은 전작인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가 좀 미진스러운 데가 있어서였는지 만족스럽게 보고 온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요. 일단 영화의 최강 장점은 화려한 영상, 특히 스마우그의 호수마을 파괴씬과 후반의 전쟁씬은 과연 영화의 백미로 여전히 3D가 아닌 2D로 보고 왔음에도 영상이 굉장히 압도적인지라 저거 보는 맛으로 영화값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요. 

원작에 비해 『호빗 : 다섯 군대 전투』의 전투 스케일은 커졌으며 특히 영웅 캐릭터인 바르드가 원작의 심심한 점에 비해 더 보강되어 매력적인 인간상으로 나옵니다. 어쩌면 이번 시리즈 초중반부의 진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리고 마법사들과 요정 엘론드가 힘을 합쳐 돌 굴두르를 지배한 사우론과 아홉 나즈굴 악령과 싸우는 장면은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단 생각. 요정 무쌍과 마법사 무쌍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할까요? 거기다 간달프와 갈라드리엘의 케미가 느껴지는 애틋한 장면까지 덤으로. 또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소린과 빌보의 우정이 부각되면서 소린의 심정 변화가 두드러지고 그의 임종을 지키는 빌보의 씬이 추가되어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빛나는 등 맘에 드는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영화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다른 난쟁이들 그룹의 비중이 1편 때로 돌아가 그들의 역할이 줄었다는 점으로 아마 이들의 활약은 전작인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가 가장 눈부셨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쉬운 것은 후계자로 정해진 필리의 비중이 특히 적었단 점인데 킬리는 억지스럽긴 하지만 멜로라인이 있어 나름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필리는 왕위 후계자라는 그 설정이나 킬리의 형이라는 캐릭터성에 비해 너무 쉽게 소모되거든요. 그리고 오리지널 멜로 라인은 시간을 잡아먹는 축에 속하며 대체 언제 봤다고 그렇게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에 빠졌나 싶어 왜 저런 내용을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거기다 급박한 전투씬이 계속되는 와중에 몰입하다가도 단독적인 샷이나 장면이 나오면 흐름이 좀 끊어지며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중반 중반 이런 장면은 좀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캐릭터를 보강할 수 있었던 무쇠발 다인이나 아조그의 아들 볼그 같은 경우는 많이 아쉬운 편이지요. 그나마 볼그는 레골라스와 라이벌 플래그를 세웠기에 어느 정도 인상을 남긴 편입니다. 보다 보면 감독 전작의 오마쥬랄지 영화의 오리지널로 오크 군단이 대동한 괴수들이 나오는데 특히 뭔가 활약을 하는 것은 아니나 땅을 뚫고 나와 위용을 보이는 것이 왠지 피터 잭슨 『킹콩』에 나왔던 늪지대의 괴물과 유사하단 생각을 했어요. 이 괴물이 활약하는 장면이 나왔다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아조그와 소린 결투씬에서 철퇴 비슷한 것을 휘두르는 아조그와 그를 피하는 소린은 왠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에오윈과 마술사왕의 싸움이 연상되기도 했고요.  영화가 더 추가하여 맘에 든 장면도 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스마우그가 호수마을을 불태우고 파괴한 뒤 겪는 사람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만약 바르드가 용을 쓰러뜨렸다고 사람들이 좋아라 하기만 했다면 좀 비현실적이고 바보같단 생각이 들었을 텐데 영화에선 바르드를 사람들이 영웅으로 여겨 차기 영주로 따르면서도 자신들의 마을이 파괴된 상황에 절망하고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거두며 울부짖는 등 자연재해 같은 걸 당했을 때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연출하여 판타지 영화임에도 상당한 현실성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보면 영화상에서 가장 고생을 하는 것이 호수마을 주민이라고 느껴질 정도. 그리고 이번 마지막 시리즈에선 그동안 영화에서 없었던 여성들의 입지를 조금이나마 강화하고자 전쟁에 휘말린 호수마을 여성들의 입장을 부각해 남자들만 싸우게 할 수 없다면서 자신들도 검을 들고 나서며 어그로꾼 알프리드를 면박 주고 타우리엘의 캐릭터성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나 역시 의존적인 역할로만 그리지 않고 여전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초반 돌 굴두르를 공략할 때 사우론의 힘을 동쪽으로 밀어내는 갈라드리엘의 활약인데, 마이아인 간달프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같은 마이아 중 최강인 사우론을 갈라드리엘의 힘으로 쫓아내는 장면은 조금 설정 모순일까 싶었지만 간달프의 힘이 마이아로써 현실에서 많이 너프된 것이고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잃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볼 순 없을 것 같고 거기다 갈라드리엘은 요정의 세 반지 중 하나의 소유자이기도 했으니... 하여간 영화에서 원작에 있지도 않은 멜로 라인 나오는 것은 질색이지만 갈라드리엘과 간달프의 케미는 작 중 최고였습니다. 마이아 설정 무시하고 본다면 진짜 나이를 먹은 인간 마법사와 한때 사랑했던 요정 여왕의 케미 같았거든요. 정확하게 이 둘의 관계는 멜로는 아니지만 정말 멜로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줘서 장면에 힘을 실어줄 거면 타우리엘 쪽이 아니라 이쪽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이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런데 이 돌 굴두르 공략의 뒷이야기는 영화상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으므로 좀 아쉬운데 사루만 떡밥은 해소되지 않아서 이건 뒷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라는 이야기인지... 후일담이 아쉬운 것은 호수마을 사람들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뒤에 마을을 제대로 재건했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대한 암시가 약간씩 나오는데 반지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절대반지임을 눈치 못채고 그것은 수상쩍은 마법의 반지이니 조심하라고 충고를 하는 간달프나, 고향을 떠나려는 레골라스에게 '성큼걸이'란 젊은 두네다인 인간을 만나보라는 스란두일의 배웅이라던가. 그런데 예전 기사에서 아라곤은 어린아이 설정이라 못 나온다고 하던데 의도적인 설정 모순이려나요? 빌보의 에필로그는 그야말로 영화상에서 원작에 가장 충실한 편으로 마무리된 삼부작을 보면서 그렇게 아쉬움과 즐거움이 교차하던 『호빗』 시리즈도 완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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