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데스 + 로봇』 1시즌 1화-5화 리뷰 (2022. 9. 4. 작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 로봇』 1시즌 5화까지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일단 한 회차의 분량이 많지 않은 고로 한 시즌을 다 보고 한꺼번에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의외로 1시즌의 회차 수가 18편이나 되는지라 정주행 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반면 후속작인 2시즌과 3시즌은 회차 수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요. 그래서 1시즌의 리뷰는 세 번이나 네 번 정도로 나누어서 쓸까 계산 중입니다. 일단 에피소드 별 짤막한 감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화 : 세대의 로봇
처음 재생을 했을 때 실수로, 3시즌 1화부터 보게 되었는데요. 나중에 깨닫고 부랴부랴 순서대로 보게 되었는데 1시즌의 첫 화와 3시즌의 첫 화는 같은 주인공인지라 시즌 내내 여기 등장하는 로봇 같은 이야기들이 계속될 거라고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로봇 세대가 이미 멸망한 지 오래인 지구에 불시착하여 견학 겸 지구를 돌아다니며 인간의 세태가 어땠는지를 자기들 나름으로 바라보며 고찰하는 내용입니다. 풍자적인 측면에서 제일 발군.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본 1시즌 에피소드 중 제일 마음에 드는 편인데, 일단 시체 묘사들이 노골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없어 깔끔한 기분으로 볼 수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요.
이 작품 자체가 청소년 관람불가 관람대라 폭력이나 성적인 묘사가 자주 나오는 편이긴 합니다만 어떤 에피소드는 그런 묘사가 시간 잡아먹기에 가까운 느낌이라 눈살 찌푸려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거기다 등장하는 로봇의 캐릭터들이 개성적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쾌활한 성격이지만 인간들의 행태를 보면서 점점 현타에 사로잡히는 로봇이 하나(개인적인 감상으로 시청자들 감정이입용이라 추정), 시종일관 산만하게 뛰어다니며 인간들의 남긴 행태를 비웃듯이 폭소하는 작은 로봇이 하나, 그리고 인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냉정하게 전달하는 로봇이 하나(『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로봇 닮은 느낌)인데 셋 다 디자인은 픽사 애니 『월 -E』에 나올 법하면서도 입이 험해 보이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2화 : 독수리자리 너머
애니메이션임에도 거의 실사체에 가까운 인물들이 나오는 데다, 전편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고 할까요. 내용은 우주선이 경로를 이탈하여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면서 원래 출발지로도 돌아갈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 된 가운데 주인공은 과거의 연인과 재회한다는 내용인데요. 그런데 보다 보면 어느 정도 반전이 유추될 뿐만 아니라 청불 관람대라고 해도 쓸데없는 성관계 장면이 너무 길어서 저걸 왜 굳이 길게 넣는가 의아했을 정도였습니다. SF 근미래 배경에서 우주선이 엉뚱한 곳으로 불시착하는데 그것이 코스믹 호러 뺨치는 지옥세계라는 설정은 이미 많이 본 소재라 개인적으로 참신한 느낌은 없었어요.
3화 : 아이스 에이지
이 에피소드는 보면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그냥 실사 아닌가 싶더라고요. 유튜브로 미리 리뷰 영상을 봤기 때문에 대강 스포일러를 알고 본 에피소드인데 그럼에도 굉장히 참신하고 볼만했던 회차였습니다. 그리고 리뷰랑은 관련 없는 소리 같지만 종종 유튜브에 올라오는 리뷰 영상은 리뷰를 한답시고 스포일러를 너무 많이 풀어놓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네요. 심지어 분량 자체가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내용을 올려놓는 거나 마찬가지. 하여간 유튜브 리뷰 영상만 아니었다면 더 참신하게 흥미롭게 보았을 회차였는데요.
내용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온 부부가 원래 있던 냉장고 안에 작은 인류가 살고 그 인류가 문명을 일구며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내용입니다. 냉장고 안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문명 발전 속도고 초고속이라는 게 특징이며 부부는 작은 문명의 종점을 보고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판단하여 냉장고를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 냉장고 속의 초고속으로 발전했다가 사라지는 문명의 모습은 현대 인간 문명이 어떻게 될지 예언해 주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판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주인공들 부부가 전원을 빼놓는데 이 때문인지 냉장고 속의 작은 문명이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해갈 암시가 있다는 것이 반전이랄까요. 나라면 절대 저 냉장고 안 버린다는 생각이 들던 에피소드였어요.
4화 : 무적의 소니
2화 독수리자리 너머와 비슷한 근미래 디스토피아 배경의 에피소드. 내용은 무법지대로 추정되는 도시에서 에일리언 비슷하게 생긴 야수들에게 격투를 시켜 돈을 버는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특징은 야수들에게 단순하게 싸움을 시키는 게 아니라 야수와 인간들의 정신을 링크시켜 조종한다는 점인데 여기 주인공 '무적의 소니'는 야수들 중 암컷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조종자 역시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소니 팀은 격투에서 승부조작을 해달라며 거부에게 부탁(이라기보단 압박)을 받지만, 거절하고 격투에서 승리합니다. 그 때문에 거부에게 거슬린 나머지 살해당할 위기를 겪기도 하는데, 여기서 왜 소니가 '무적의 소니'인지 반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중간에 레즈비언들의 사랑 이야긴가 싶었던 장면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뒤통수치는 페이크였다는 반전도 있고요. 야수들의 디자인도 인상적이었고, 반전도 강렬했던 에피소드. 진 주인공은 조종자로 보이던 여성체가 아니라 바로 야수였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2화 독수리자리 너머만큼 수위가 높은데, 특히 폭력이나 고어적인 묘사가 살벌하고 강렬하게 등장합니다. 실사체에 가깝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 그나마 순화되었다 싶은 정도인데,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징 때문에 제작진 측에서 폭주하듯이 저런 묘사를 스스럼없이 넣을 수 있었나 싶더라고요.
5화 :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개인적으로 현재 본 에피소드에서 가장 아쉬웠던 내용이었다고 할까요. 소재는 굉장히 참신했지만 어딘가 설정만 나열하고 끝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에피소드였어요.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인간들이 만들어낸 요거트가 현 인류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어 인간들 위에 군림하게 되고, 그 덕에 인간들이 평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1화 '세대의 로봇'처럼 현 인간들의 세태를 풍자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내용이 애니메이션이 삽입된 7분 정도의 설명문 동영상 같아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서사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