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과 만화

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반지의 제왕』 2권 리뷰

0I사금 2025. 5.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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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판을 다 읽고 나서 씨앗을 뿌리는 사람판으로 읽게 된 『반지의 제왕』 2권입니다. 또 이상하게도 이 버전의 책 역시 도서관에서 대출 당시 1권이 없어서 시간이 지난 뒤에야 1권을 제대로 접할 수 있었는데요. 어쨌거나 분량의 구분은 황금가지판과 똑같으므로 내용을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1권의 내용은 다른 리뷰를 통해 대충 파악을 하기도 했고, 본격적인 반지원정대의 시작은 리벤델의 회의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씨앗판 소설은 황금가지판과는 다르게 번역자가 세 사람이 되는데, 흔히들 『반지의 제왕』은 번역하기가 어려운 작품이라고들 하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세세한 곳에서 약간 다른 느낌을 받긴 했는데 물론 전개가 달라진다거나 하는 것은 없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름이 달라졌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아라곤이 순찰자 시절의 별명인 '스트라이더'는 여기서 '성큼걸이'로, 프로도나 빌보는 '골목쟁이'라고 지칭되는데, 영화 『호빗』의 자막을 보면 빌보 스스로가 자신을 '골목쟁이네 배긴스'라고 칭하던 장면이 나오거든요. 나중에 다른 데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화의 자막제작을 이 씨앗판 번역가가 참가했다거나 혹은 참고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더군요. 책 디자인은 되게 맘에 드는데 황금가지판이 표지를 하나로 통일했다면 이 씨앗판은 책의 표지가 권마다 달라집니다. 일단 그런 것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책의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책의 순서를 살펴보니 4권부터 부록을 약간씩 실어 넣었던 황금가지판과는 다르게 책의 부록으로 딸려오는 내용들은 아예 마지막의 한 권에 통째로 실었더군요. 황금가지판을 읽을 때 부록은 몰입이 어려웠는데 아무래도 한 권에 몽땅 실었다면 좀 더 읽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황금가지판을 리뷰하면서 쓰지 못했던 내용들을 언급해보면, 샘이 애정을 준 조랑말 빌이 모리아 광산에서 헤어진 것 (나중에 이 말은 전쟁이 끝나고 샤이어의 전쟁에 돌입하기 전 브리에서 다시 만나게 됨), 간달프가 반지에 대해 조사하다가 사루만의 덫에 걸리고 도망치면서 독수리왕 과이히르를 타고 로한에 들려 로한왕 세오덴에게 말 한 마리를 요청하고 '샤두팍스(영화상 번역은 섀도팩스)'를 얻게 된 것 등이 있습니다. 나중에 '두 개의 탑'에서 언급되지만 로한인들은 마치 간달프가 말을 훔쳐간 것처럼 몰게 되는데 그 전말이 여기에서 미리 언급되지요. 원정대가 길을 떠나면서 카라드라스설산에서만 곤란을 겪는 게 아니라 갈까마귀 떼나 늑대 무리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안두인강가에서 오르크에게 쫓기던 원정대 일행이 중간에 수수께끼의 검은 날짐승을 보고 레골라스가 그것을 쏘아 맞추는데 그것의 정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추측상 나즈굴이거나 나즈굴이 타고 다니던 펠비스트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아라곤의 성격에 대해 미묘하게 맘에 안 든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작중에서 계속 자신의 혈통을 강조하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안두인강가의 거대 왕의 조각상-이실두르와 아나리온의 조각상-을 보면서 자신의 혈통을 읊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런 점은 아무래도 소설이 쓰인 시기가 시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현대인의 관점에선 조금 거슬릴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반지에 흔들렸던 보로미르의 입장이 인간적으로 더 이해가 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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