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반지의 제왕』 3권 리뷰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서 나온 『반지의 제왕』 3권 두 개의 탑 上권입니다. 아마 표지의 저것은 아이센가드의 오르상크탑 같군요. 이번 3권은 황금가지판으로 리뷰한 그대로 보로미르의 죽음으로 시작하는데, 이번엔 황금가지판에서 놓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좀 더 주의해 가면서 읽어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제가 놓친 부분이 많았는데, 어째서 안 나오는 거냐고 툴툴거린 영화판에서 그려진 보로미르의 죽음을 기리는 이마 키스신이 한 줄로나마 묘사가 되었더군요. 아마 황금가지판을 읽을 때 빨리 읽으려는 욕심에서 세세한 부분을 제대로 읽지 않고 넘어가버린 듯합니다. 결국 피핀과 메리가 오르크들에게 붙들리는데, 이는 반지를 가진 호빗과 가지지 않은 호빗을 구분하지 못한 사루만의 실수겠지만, 결과적으로 프로도에게 이로운 점이 됐습니다.
적어도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오인한 상황에서 메리와 피핀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사루만 휘하의 우르크하이들과 나즈굴 즉 사우론 휘하의 오르크들이 서로 싸우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에도 리뷰한 바 있습니다. 우르크하이들은 호빗을 생포하라는 명만을 받은데 비해 사우론의 오르크 중 하나는 메리와 피핀이 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 그것을 찾아내려고 하다가 로한의 기사에게 목숨이 달아납니다. 이 이야기는 사루만과 사우론이 실은 협력하는 거 같으면서도 내분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의외로 오르크들도 상당한 개성이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오르크들에게도 이름이 각각 존재하기도 하니까요. 보면 비중 탓인지 영화상에는 얼굴만 비추거나 미처 나오지 못한 거 같지만 이름이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들도 많이 나오고요.
그리고 후반의 설명에 의하면 사루만이 암만 날고뛰어봤자 결국 사우론의 손바닥 안인 것처럼 설명이 되던데 이는 사루만의 오만과 팔란티르 돌의 부작용이라는 듯. 아이센가드가 엔트들의 집중공격으로 물에 휩쓸려나가고 메리와 피핀이 그곳에 머물던 인간노예들의 창고에서 음식과 샤이어산 연초를 발견하는데요. 그들이 왜 샤이어에서 나는 연초가 거기에 있는지 의문을 품지만 이것은 마지막권 샤이어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그 실마리를 알 수 있지요. 씨앗판과 황금가지판이 약간씩 번역이 다른 경우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거 같은데, 다른 인물들은 그렇다 쳐도 호빗의 성들은 이 씨앗판이 독특하게 번역되어 있더군요. 배긴스를 '골목쟁이'네라고 번역한 것처럼 메리의 성인 브랜디벅도 여기선 '강노루'네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다만 피핀의 성은 다른 의미가 없는 지 그냥 '툭'이라고 번역되어 있더군요. 이번에 '호빗' 소설이 도서관에 있길래 같이 빌려와서 읽어나가는 중인데 그 소설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지라 빌보의 성 역시 '골목쟁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왠지 이 씨앗판의 이름들이 친근감이 드는 것이, 오히려 서양의 발음 그대로 쓰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쓰인 이름들이 뭔가 동화적이면서 판타지스러운 느낌을 준다고 할까요? 이후 에오메르 일행과 만난 아라곤 일행이 말을 얻어서 메리와 피핀의 흔적을 찾으러 다니는데, 재미나게도 김리가 말을 타는 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레골라스가 뒤에 태워주게 됩니다. 이번 권에서 김리는 참 다양한 인물들과 말을 같이 타게 되는데 백색으로 부활한 간달프와 로한궁전으로 가면서 그의 앞에 타기도 하고, 헬름협곡으로 떠나면서 에오메르가 자신의 말에 태워주기도 합니다.
드워프의 특징을 이런 데서 부각시켜주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전사로 자부심 강한 드워프가 어린아이처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말을 타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보면 작은 체구의 메리와 피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말을 타는데, 아이센가드 몰락 이후 돌아오는 길에 메리가 간달프와 같이 말을 타고 온다면 팔란티르 돌을 건드린 피핀은 마지막에 간달프와 함께 말을 타고 떠나고요. 간달프와 같이 말을 탄 메리를 부러워하는 듯한 발언을 피핀이 한 덕에 메리는 소원을 성취했다고 씁쓸하게 이야기합니다. 다음은 하권에선 제가 좋아하는 샘과 파라미르가 비중 있게 나오겠군요. 그리고 여전히 에오윈의 등장 부분을 읽으면서 안될 거 알지만 아라곤과 에오윈의 만남에서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괜히 아쉽다고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