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반지의 제왕』 4권 리뷰
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반지의 제왕』 4권입니다. '두 개의 탑'의 급박한 전쟁이 끝나고 이제 이야기는 샘과 프로도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골룸의 파트로 넘어갑니다. 전권이 전쟁이다 뭐다 스케일이 제법 큰 이야기라 그런지 조금 심심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확실히 영화상으로 봤을 때와는 다른 재미가 이 부분에 있는 거 같았습니다. 프로도 일행을 몰래 쫓아온 골룸이 결국 그들에게 한번 된통 혼나고 충성을 맹세하는데 역시 골룸은 뭐랄까요, 악당이라고 하기엔 불쌍하고 미련한 구석이 있고 그렇다고 선하다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면이 보이는데 오랜 시간 동안 반지를 가진 부작용 탓에 정신이 퇴행한 걸까요?
단순 이중인격적인 특징만이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그의 대사를 보면 생각보다 말은 잘하는 거 같으면서도 떼쓰고 가끔 강짜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이런 점 때문인지 그를 어느 정도 연민의 시선으로 거두려는 프로도와는 달리 샘은 그를 싫어하게 되지요. 기왕 두 번 읽는 것이므로 좀 더 놓친 부분이 있나 나름 상세하게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데, 의외로 영화가 영화 나름의 각색을 더하면서도 소설의 많은 부분을 충실하게 형상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골룸의 인도에 따라 모르도르로 향하면서 종종 일행은 전용 탈것을 타고 가는 나즈굴의 모습을 목격하고 공포에 질려 숨는데요. 생각보다 나즈굴들과 마주치는 일이 많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금방 찾아낼 거 같은 일행을 찾아내지 못하는 게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로스로리엔에서 받은 요정망토가 주위 배경에 동화되는 성질의 것인 데다 후반 쉴로브의 동굴에서 오르크들의 대사를 보면 첩자가 숨어든 거 같으니 경계를 강화하라고 나즈굴이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들이라고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다시 골룸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골룸이 프로도에 의해 구제받을 듯 하면서 원래의 '스메아골'로 돌아올 뻔하다가 다시 '골룸'으로 돌아간 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샘과 파라미르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거 같습니다. 반지를 낀 빌보나 프로도가 어느 정도 그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면 아직 반지를 끼지 못한 샘이나 그럴 일도 없는 파라미르는 무조건 골룸을 경계하며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데, 그런 그들의 행동과 골룸의 흐릿한 상황판단이 결국 그의 인격을 갈라버리는데 크게 일조를 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프로도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더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뭐, (영화를 미리 본 덕택에 알 수 있는 거지만) 결과적으로는 골룸이 엇나가면서 반지를 파괴할 기회가 생기니 이것도 좋은 게 좋은 거랄까요. 어쨌거나 골룸의 덫으로 쉴로브의 굴에서 프로도는 독침에 찔리고, 샘은 반지를 끼게 됩니다. 그리고 오르크들의 대화로 프로도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를 구하기 위해 오르크들을 쫓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요. 여기서 쉴로브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작가의 전작인 『호빗』과 연계되는 면이 언급되는데 소설 『호빗』의 어둠숲에서 빌보 일행을 곤란케 한 덜떨어진 거미떼는 당연하겠지만 이 쉴로브의 자식들이라고 합니다. 어째 머리 나빠 보이는 것이 참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