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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판 『반지의 제왕』 5권 리뷰

0I사금 2025. 5.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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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지의 제왕』 5권입니다. 영화 삼부작의 클라이맥스라 할만한 이야기의 시작인데 피핀과 간달프가 데네소르를 만나 피핀이 그의 기사로 인정받고 미나스티리스 성내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이야기를 저번 황금가지판 리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데네소르의 성격도 영화상보다 소설이 완화되어 나오는데 곤도르 쪽 사람들은 뭔가 특징이 있는 것인지 피핀이 그를 보면서 아라곤을 닮았다고 느끼거나 간달프 역시 그는 다른 인간과는 다른 고귀한 혈통이 흐르는 자라고 언급을 하는데요. 특이하게도 데네소르의 고귀함을 이어받은 것은 그가 아끼던 아들 보로미르가 아닌 냉정하게 애정을 준 둘째 아들 파라미르라고도 언급되더군요. 중반 부분 곤도르의 사자가 로한의 원군을 청하러 사자로 갔을 때 그 사자를 보고 메리가 보로미르와 닮았다고 느끼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다른 인종이라는 느낌입니다. 주로 그게 '혈통'을 중심으로 언급되는 것은 좀 꺼림칙한 점이지만요. 뭐 어쩔 수 없으려나요? 이 곤도르의 사자는 로한의 원군이 온다는 사실을 알리러 미나스티리스로 향하지만 이미 전투를 시작한 오르크 군에게 잡혀 죽는 바람에 그 사실이 전해지지 못하고 성안의 사람들은 절망합니다. 

 

특이하게도 모르도르대군의 전투법은 물량공세나 특출한 무기만이 아닌 심리전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한데 암흑의 기사 나즈굴들이 그들의 전용 탈것을 타고 하늘에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공포와 절망에 빠져 싸울 의지를 상실하고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는 묘사마저 나옵니다. 영화상에서 호빗들이 나즈굴들과 마주칠 때마다 괴로워하는 묘사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인 듯. 하지만 그들의 수장인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은 몰래 전투에 참여한 에오윈과 메리의 검에 끝장나게 되는데 전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메리가 찌른 그 검은 앙그마르 왕국과 대치했던 고대의 인간들이 벼린 검을 주운 것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물론 그 검은 마술사왕을 찌르고 재가 되어 사라지지요. 영화상에서는 나름 빠른 전개와 몰입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용상 자르거나 각색해야 하는 부분도 많은데, 요정의 피가 어느 정도 있다는 임라힐 왕자나 경비병 베레곤드가 소설 상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영화상에서 빠진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베레곤드는 화장될 뻔한 파라미르를 구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하여 다른 경비병들까지 베어 죽이는 등 과감한 행동을 합니다. 

 

물론 파라미르에 대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일이고 사정이 급박했던 지라 후반에 그의 그런 행동도 용서를 받고 보상받기도 하지요. 근데 이 부분에서 간달프가 대단한 게 장작 위에 놓인 파라미르를 번쩍 들어 옮기더군요. 영화상에서 피핀이 끌어내리던데요. 파라미르는 소설상에서 좀 더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묘사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에게 충섬심과 애정을 가진 성내 사람들이나 수시로 아름답다거나 고귀하다는 묘사가 나오는 걸 보면 왕의 기품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꼬질꼬질한 아라곤보다 전형적인 왕자님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와 달라진 점에는 메리와 피핀의 만남도 있는데 영화상에선 전장에 쓰러진 메리를 피핀이 발견하여 구해내지만 세오덴과 에오윈이 죽었다는 생각에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마술사왕을 찌른 탓에 상처를 입기도 한 그가 성내에 걸어 들어와서 피핀과 마주치고 치유실로 옮겨집니다.


영화확장판에서는 나오겠지만 극장에서는 아라곤일행과 그들이 이끄는 회색부대가 움바르 해적들을 몰아내는 장면이 빠졌는데 이 이야기는 공성전이 끝나고 레골라스의 대화로 언급이 됩니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레골라스가 바다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되는데 로스로리엔의 갈라드리엘이 두 개의 탑에서 그에게 전하는 전언 중 바다에 너무 이끌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언급이 되었거든요. 부록에 아라곤의 사후 레골라스가 김리와 함께 결국 중간계를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의 복선인 듯싶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레골라스의 말에 김리가 아름다운 종족이 모두 이 땅을 떠나면 세상이 삭막해진다고 얘기해서 놀랐습니다. 김리는 엘프인 갈라드리엘에게 반한 지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예전에 어떤 판타지소설의 설정에서 드워프는 미의 기준이 달라 엘프를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는데 여기 『반지의 제왕』시리즈에서는 미의 기준은 종족과 별 상관은 없는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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