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왁스』 리뷰

이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는 별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영화 채널에서 뭔가 하나 해서 편성표 검색을 해봤다가 발견하게 된 공포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검색을 해보니 블로그 평들을 잠깐 살펴보니 왠지 좋은 평들이 보이고 제 취향에도 맞을 것 같아 TV 앞을 지키게 되었는데요. 대강 검색을 해서 나온 내용을 보면 대강 살인마가 사람들을 납치하여 밀랍인형으로 만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보면 밀랍인형 자체는 인간과 아주 비슷해서 공포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좀 오래전에 본 외국 미스터리 번역본 소설집에서 어떤 기자가 납량특집 기사를 쓰려고 밀랍인형 박물관에서 하루를 지새우다가 공포에 질려 사망하는 내용을 본 적 있었거든요. 사람을 가지고 뭔가를 만든다면 그 목적이 무엇이든 그런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임에도 그 덕택에 수많은 공포물에서 관련 이야기를 많이 양산하는 편인 듯한데 이 영화는 밀랍인형과 인간 재료라는 두 가지 소재가 합쳐진 셈이었습니다.

영화의 프롤로그는 좀 전형적인 공포영화처럼 캠핑하는 대학생 무리들을 비춰줍니다. 거기서 주인공 캐릭터 ‘칼리’는 남자 친구 웨이드와의 문제로 오빠인 닉과 약간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처음 영화 정보를 잘 모르고 봤을 때 닉이 오빠가 아니라 칼리의 전 남자 친구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삼각관계인 줄 알았는데 내용 진행하는 것을 보아하니까 칼리와 닉은 오누이 사이로 닉은 여러 번 사고를 치고 좀 욱하는 성격 탓인지 약간 불화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더군요. 보면 영화가 진행되면 살해당하기 쉬운 체질일 것 같은데 의외로 이 닉이 진주인공으로 활약을 많이 하며 끝까지 살아남는 게 반전.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중 왠지 낯익은 인물이 있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주인공 칼리의 친구로 나오는 페이지라는 여성이 바로 여러모로 유명세가 있는 ‘패리스 힐튼’이더군요.

좀 오래전에 패리스 힐튼이 영화에 나온 적 있다는 이야기를 봤었는데 이 영화를 말하는 거였나 싶기도 하고요. 등장하는 조연들은 이 페이지의 남친 블레이크, 그리고 오빠인 닉의 친구인 돌턴까지 총 여섯 명인데 보면 칼리의 남자 친구 웨이드는 어째 생긴 것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미드 『슈퍼 내츄럴』의 주인공 ‘샘 윈체스터’역 맡은 배우더라고요. 미드 본지 오래되었지만 어째 닮았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일 거 같았던 웨이드는 초반 밀랍 인형 마을의 살인마들에게 붙잡혀 끔찍한 죽음을 맞는데요. 보면 처음 붙잡혔던 애들은 죽음이란 것을 인식할 새도 없이 살해당하지 않나 예상했건만 보면 영화 상에서 가장 참혹하게 죽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야말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밀랍인형화 되었으니... 살아있는 상태에서 꼼짝없이 자기 피부가 뜯어지는 기분은 어떤 지 상상하는 것도 무섭다고 할까요.

나머지 친구들은 그나마 살해당한 다음 밀랍인형이 될 예정이었거든요. 보면 이런 영화에서 어쩌면 순식간에 살해당하는 경우가 그나마 나은 경우가 몇몇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머지 친구인 돌턴, 페이지, 블레이크 역시 차례로 끔살당하는데, 보면 몇몇 장면에선 수위가 너무 높은 탓인지 편집이 되었다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그야말로 페이지 같은 경우는 앞의 웨이드 못지않은 잔인한 죽음을 맞더군요. 보면 미국의 공포영화에서 사람의 발이 닿지 않는 혹은 사람이 살긴 살았으되 지금은 폐촌이 되었거나 더 이상 사람의 흔적이 없는 마을 같은 곳에서 숨어 사는 살인마들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면 무언가 몸에 결함이 있거나 외부적으로 보이는 문제가 있어 숨어 살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 역시 전형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끔찍한 죽음과 함께 마을의 비밀이 벗겨지고 살인마들로부터 탈출하는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몰입을 돕는데 예상 외로 여주인공인 칼리가 도움만 바라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오빠와 함께 움직이면서 보통 이런 공포영화에서 느껴질 답답함은 적은 편입니다.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살인마들 중 형 쪽을 몽둥이로 내려쳐 복수하는 장면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나중에 동생 살인마에게 쫓겨 그를 설득하려는 장면은 좀 무리다 싶었는데 보면 진짜 설득하려기보단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볼 요령이었던 모양. 보면 오빠와 여동생이 살아남기 위해 악당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왠지 전에 감상한 『이블데드(2013)』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더 일찍 나온 셈이고 『이블데드』에선 오빠 쪽이 결국 살해당하지만요. 보통 남녀 여주인공이 살아남으면 연인이 살아남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오누이가 살아남는 게 특이했어요. 보면 오빠 쪽이 동생을 보호하는 것이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최근 추세가 그런 건지 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엔딩에서 현실적인 면도 느껴지는데 주인공들이 살인마들을 물리치고 맥없이 떠나는 게 아니라 경찰들이 출동해서 사건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지요. 이 부분에서 칼리가 어떻게 이 마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수 있냐는 질문에 경찰이 십 년 전 사탕수수 공장이 문을 닫고 마을에 오고 가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변을 해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다 신고가 들어간 것도 살인마들의 집에 불이 나서 그것을 멀리서 누군가 목격하고 신고를 했다고 하는 등 이 엔딩 부분은 다른 공포영화랑 달리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을 주더군요.

보면 우리나라도 산간이나 시골마을 같은 경우 사람 숫자가 적어져서 폐촌이 되는 경향이 많고 개인주의적인 그런 게 발달하다보니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엔 모르는 경향이 많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영화의 반전이랄지 떡밥이랄지 이 살인마들 형제가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라는 게 밝혀지고 주인공들이 빠져나가면서 자신들을 이 마을로 끌어들인 트럭 운전수의 모습이 비칩니다. 처음엔 혹시 주인공들이 탄 차를 운전하는 인간이 그 인간이고 겨우 빠져나온 주인공 남매가 또 사지로 끌려가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런 불안한 엔딩은 아니라 다만 살인마들의 형제가 마을 입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영화의 막이 내립니다. 어차피 살인을 담당한 형제들도 죽었고 경찰들도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될까 싶긴 하지만 묘하게 불길함이 남는 결말이라죠. 그리고 크레딧 영상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음악은 영화 분위기랑은 다르게 꽤 경쾌해서 좀 미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