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3화 리뷰 (2022. 9. 15. 작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 3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가 총 6부작이므로 이번 3화까지 거의 반을 본 셈인데,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한 상황입니다. 마약왕인 전요환을 잡기 위한 국정원의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지만, 중간중간 급박하거나 긴장감이 도는 상황이 많아 과연 저 계획이 성공할까 보는 내가 불안했을 정도.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실제 범죄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니 - 물론 검거는 성공했지만 그 처벌 자체는 한 짓에 비해 약하다는 현실적으로 여러 소리 나오는 결말이 있긴 하지만 - 지금 이렇게 보는 사람 쫄리게 해도 주인공들이 성공할 것은 뻔하지만요.
그런데 드라마든 영화든, 분명 주인공과 주인공의 편에 선 인물들이 어떻게든 이기거나 성공할 거라는 결말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건 진짜 연출의 성공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보면 오락적으로 잘 만든 작품들은 흔한 클리셰라던가 꽤 전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간 과정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절묘하게 곤경을 피해가는 장면을 삽입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고요. 『수리남』도 넷플릭스 특유의 폭주하는 수위라거나, 장르 특유의 불쾌함이 적지는 않지만 적어도 화면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듯. 드라마도 중반까지 왔겠다 전요환의 덜미를 잡는 계획도 중반까지 왔다고 할까요.
그래서 리뷰를 나중에 쓰고 다음 화까지 달리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들었지만 보통 드라마를 한 번에 달리고 한 회차 쓰는 리뷰를 쓸 경우 좀 힘든 구석이 있어서 참는 중입니다. 이번 3화에서 가장 불안했던 점은 마약상으로 위장한 강인구가 전요환과 재회한 뒤, 거래를 진행하면서 강인구의 뒷배이자 동업자 역할로써 국정원 요원인 최창호가 위장하여 수리남까지 찾아오는 장면이었는데요. 일단 강인구는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수완도 있고 눈치도 빠르니까 어떻게든 전요환을 속여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최창호는 사람이 너무 점잖아 보여서 마약 사업을 하는 범죄자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등장하고 나니 의외로 껄렁한 양아치 사업가에 자신이 불쾌하다 싶으면 상대방 앞에 가래침 뱉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인간으로 컨셉을 잘 잡았더라고요. 하지만 최창호가 위장한 가짜 신분증의 인물이 과거 미국 대사관에 접촉했다는 점 때문에 의심을 한 번 샀을 때는 진짜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것도 둘러댈만한 사실을 이미 국정원에서 준비해 뒀다는 점에서 놀라웠다고 해야 하나요. 하긴 국정원이 허투루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긴장되었던 건 사실이고 도청장치도 곳곳에 있어 강인구와 최창호가 원래 신분으로 돌아왔을 때 대화가 유출될까 봐 계속 걱정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작중 전요환이 하는 짓은 그야말로 추잡스러운 마약왕+사이비 교주라도 굉장히 철저한 인물이란 묘사가 있어서...
여기서 최창호는 수리남 내부에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강인구한테 흘리는데, 계획의 안전을 위해 강인구한테는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현재 전요환 주위에 있으며 지금까지 비중 있게 등장한 인물들 중 하나가 또 다른 언더커버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과연 누구일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건 후반부에 빵 터뜨리기 위해 일부러 드라마가 숨기는 요소 같지만. 와중에 첸진은 첸진대로 코카인 판매를 놓친 분풀이로 강인구를 해코지하여 악어밥으로 던져버리겠다 협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보면서 불안했을 정도. 강인구는 강인구대로 첸진에게 전요환을 죽이겠다고 약속하는데 그 약속을 믿고 풀어주는 걸 보면 잔인한 갱단 두목치곤 좀 순진한 구석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