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과 만화

『검은 고양이(신원문화사)』 리뷰

0I사금 2025. 5.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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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하게 이 책의 제목은 『중학생이 보는 검은 고양이』입니다. 더 이상 중학생도 아닌 상황에서 이 책을 빌려보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도서관에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번역본이 이제 얼마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중학생용 번역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여기에 실린 소설은 총 네 가지 포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고 표지와 제목으로 선택된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모르그가의 살인」, 「어셔가의 몰락」입니다. 포의 소설 자체가 단편이 대다수이고 내용도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인지 내용은 충실하게 다 나온 셈이고요.

생각해 보면 「검은 고양이」 같은 류의 소설은 살인마의 심리와 기괴한 공포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 이것이 학생들에게 '감동'보다는 '충격'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뭐 그렇다고 포의 소설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냥 학생 추천용으로 선택해 주는 문학소설들 중에서도 포의 소설은 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어린 시절에 포의 소설인 「도둑맞은 편지」나 「모르그가의 살인」을 보고 추리소설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던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테고요. 포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니 이 뒤팽시리즈가 추리소설의 효시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니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한 번쯤은 읽어두면 좋지나 않을까 하는 소설입니다.

생각을 해보니 「검은 고양이」는 어느 정도 환상적인 공포로 치부해 둘 수 있을 망정, 「모르그가의 살인」은 짐승이 저지른 살인 그리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현실에서 가능한 살인이라 충격의 정도는 이것이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 짐승이 실제로 사건의 범인이었다는 클리셰는 많이 보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후에 나온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직접 개가 사람을 죽이긴 했지만 그것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의도한 것이라서 말이죠.

책의 마지막 분량은 그 양으로 보면 하나의 단편소설에 맞먹는 페이지수에 해당되는데, 보통 작품의 해설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정보 등이 실려있습니다. 이런 것도 읽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더군요. 다만 여기의 작품 해설에서 묘하게도 「어셔가의 몰락」은 제외되어 있는데 앞서의 세 소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라 그런 걸까요? 「어셔가의 몰락」을 읽다가 약간 번역이 잘못되었다 싶은 부분을 하나 찾았는데 남매 로데릭 어셔와 마델린 어셔의 사이가 돈독하다고 다른 번역본에서 나옴에도 불구, 여기선 '눈곱만 한 우애밖에 없었다'라고 나와 아무래도 오역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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