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토크쇼』 리뷰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들어가 보니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가 등록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 언급된 문구도 그렇고 넷상에서 나름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일단 제목도 그렇고 검색으로도 간단히 찾을 수 있는 줄거리를 살펴보면 1970년대 미국의 토크쇼에서 '악마'가 나타났다는 설정이라고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예상으로는 토크쇼 생방송에 악마가 난입해 사람들이 처음엔 당황하지만, 아무래도 방송국은 시청률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걸 그대로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악마가 출연하니 악마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밝히면서 거침없이 입담을 진행할 거라고 멋대로 예측했고 영화의 장르도 공포물이긴 하지만 블랙 코미디에 가깝지 않을까 예상을 했는데 이번에 영화를 직접 감상하니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겠더라고요.
스포를 좀 하자면,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국에서 초자연 현상과 불길한 일이 계속 일어남에도 그대로 토크쇼를 진행하다가 악마의 살인쇼가 된다고 요약할 수 있겠더라고요. 처음 예상한 악마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입을 터는 내용이 아니라, 악마의 등장 자체가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단 어떻게든 시청률을 높이려고 한 행동이 악마에 빙의된 소녀를 자극했고 그것이 피바람을 부른 격이랄까...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잭 델로이는 1970년대 유명한 토크쇼인 '올빼미 쇼'를 진행하는 MC로 인기는 많지만 경쟁사의 프로그램에 뒤처지며 2등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최근에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자체가 떨어지는 등 위기의식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랑하는 아내 매들린이 폐암으로 요절하는 등 불행을 겪기도 했고요. 영화는 아내의 죽음 이후 잠시 잠적했던 잭 델로이가 귀환하여 토크쇼를 여는 것으로 시작하는데요.
솔직히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여러 소동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식 말장난과 농담으로 이루어져 있고 미국의 70년대를 고증한 방식이기 때문에 현대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딱히 흥미를 유발한다고는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 본 거라 그렇고 본토인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처럼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겠다 싶은 부분이기는 했어요. 조금 특이하다 싶은 점은 토크쇼 중간중간 광고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라고 할까요. 또 이 광고 타임에는 무대 뒤편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촬영하여 본편 토크쇼와는 다른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도 특이점이에요. 영화의 초반부는 잭 델로이의 귀환과 핼러윈 특집으로 운영되는 이번 토크쇼에 초대된 인물들의 소개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무대에 조금씩 불길한 일이 벌어지면서 떡밥이 던져지기도 합니다.
토크쇼의 게스트는 영매사인 크리스투, 마술사면서 초자연 현상이 가짜임을 증명하는 카마이클 헤이그(제임스 랜디가 모델인 듯),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 준과 준이 보호하고 있는 악마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구출되었던 릴리라는 소녀입니다. 처음 모습을 선보인 크리스투는 과장된 행동 때문에 사기꾼이 아닐까 싶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가 느낀 영혼들의 기척이 사실이었다는 게 밝혀지는데요. (현실이었다면 카마이클 헤이그라는 인물이 더 신뢰가 가겠지만, 장르 자체가 공포영화라 그런지 카마이클 헤이그는 좀 독선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편) 크리스투가 생방송 도중 검은 피를 토해내고 구급차에 실려간 뒤 무대가 갑자기 정전이 되거나 이상한 소음이 나는 괴현상이 일어나게 돼요. 여기서 보조 MC인 거스와 불길함을 감지한 스태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잭 델로이와 프로듀서는 토크쇼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처음엔 위험을 감지하며 토크쇼를 중지하겠다는 박사 준마저 잭 델로이의 고집에 넘어가 릴리의 안에 숨어있던 악마를 소환하게 되는데요. 보통 불길한 현상이 있을 경우 멈추는 것이 현명하지만, 공포물에서는 주인공들이 한순간의 욕망이나 판단 미스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클리셰가 이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방송 도중 릴리 안에 있는 악마를 불러내면서 토크쇼는 점점 더 불길하게 진행되고, 결국 잭 델로이의 쇼는 악마의 농간으로 엉망이 된 뒤 여러 사람을 희생시키며 막을 내리는데요. 여기서 악마가 자신은 잭 델로이를 만난 적이 있다는 언급, 영화 초반부 잭 델로이가 컬트처럼 보이는 '그로브'라는 조직 소속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걸 보면 악마가 왜 그 자리에 강림했는지는 어느 정도 개연성은 납득되는 편이에요. 또한 막판 잭 델로이의 환각이나 위험성을 무시하며 쇼를 진행하는 방송국의 태도를 볼 때 시청률과 재미에 미쳐 윤리고 뭐고 없이 정도를 벗어나는 현대 매체의 면모를 풍자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