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버린』 리뷰

OCN에서 재미있는 영화가 하지 않는가 하고 TV를 켰더니 하는 마침 방영하던 영화가 바로 이 『더 울버린』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극장 개봉을 했을 당시 보러 갈까 했으나 당시 사정이 안되어 관람을 포기했던 영화였거든요. 하지만 앞부분을 좀 놓쳐버린 셈이라 내용의 초반 부분은 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울버린이 일본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서 처음엔 내용을 종잡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점은 영화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초반의 내용이 전개에 많이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 그냥 넘어가도 무난할 부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울버린과 얽히게 된 야시다 가문과의 인연도 영화 중반쯤에 나오는지라 보면서 내용 파악이 가능했는데요. 일단 내용 전개 상 시간대는 『엑스맨』 시리즈 중 3편 이후로 죽은 진 그레이의 환영이 울버린 앞에 나와 혼란을 주는 장면이 많이 나오더군요.

당시 영화 평이나 혹은 검색 등으로 영화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호불호 갈리는 평이 많은지라 기대치를 내려놓으니 볼만했습니다. 다만 체감상 영화가 좀 길고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았는데 제가 좀 궁금했던 것은 뮤턴트 세계관이니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도 뮤턴트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아시아 뮤턴트들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묘사해줬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에선 아쉽게도 그런 면모가 많이 드러나지 않고 울버린 원톱의 모험으로 전개되더군요. 그렇지만 영화가 울버린의 능력 중 불사 능력에 대해 다룬 것은 눈여겨볼 만했는데 『엑스맨』 시리즈가 그 능력 탓에 인간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모습을 내내 묘사했던 걸 생각하면 울버린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만 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사의 능력을 탐내는 인간은 있어도 그 능력 자체에 대해 어떤 식으로 울버린 본인이 받아들이기로 했는지에 대해선 또렷하게 나오지 않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흔히 할리우드 영화가 범하는 오류 중에 일본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담아 마치 신비로운 나라인 것처럼만 일본의 모습을 다루는 게 있는데요. 이 영화도 사무라이라던가 일본도라던가 하는 요소는 나오긴 하는데 그나마 대다수 일본인 캐릭터가 악당 역으로 나와서 그런가 생각보다 인상이 깊게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많이 거슬렸던 점은 그로테스크한 묘사들이 종종 나왔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울버린의 조력자인 유키오가 제설차를 가지고 적들인 블랙 사무라이 일당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그대로 인간을 갈아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도 지나치게 잔인한 구석이 있었고, 막판 야시다 회장이 울버린의 아다만티움을 잘라내고 그 구멍으로 골수를 채취하는 씬은 좀 보기 그렇더군요. 공포영화도 아니니 저런 묘사는 좀 자제해도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캐릭터면으로 본다면 악녀 캐릭터인 바이퍼가 소모된 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이나 포스만으로 본다면 최종보스가 이 캐릭터일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울버린과 한판 대결을 어떻게 묘사하나 기대를 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다른 여성 캐릭터를 단순 남성에게 의존적인 역할로만 그리지 않은 점은 괜찮았습니다. 히로인인 마리코 같은 경우는 납치된 공주님 캐릭터가 되나 싶더니 마냥 약한 모습만 보이지 않는 게, 보통 악당 남성이 자신을 연모한다고 하면 맘 약해져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여기선 그런 게 없어서 괜찮았습니다. 영화 마지막 영상을 보면 죽은 줄 알았던 자비에 교수가 등장하고, 힘을 잃은 줄 알았던 매그니토가 힘을 되찾은 모습이 나오며 인간들이 자신들을 죽일 무기를 만들어냈다는 투의 말을 하는데, 이건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의 예고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