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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바이킹 신화』 리뷰

0I사금 2025. 5.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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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부들부들 바이킹 신화』는 지난번에 리뷰한 바 있던 『뜨끔뜨끔 동화 뜯어보기』와 같이 주니어 김영사에서 나온 『앗 이렇게 산뜻한 고전이』 시리즈 중의 하나입니다. 도서관에서 꽤 여러 종류가 있어 흥미가 가는 순으로 빌려오게 되었는데 이번에 빌려오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더 좋아하는 북유럽 신화입니다. 참고로 책 표지의 토르는 왠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김리처럼 생겼더군요. 개인적으로 제가 그리스 신화보다 북유럽 신화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읽다 보면 불쾌해지는 그리스 신화완 다르게 바이킹들의 신화는 어딘가 유쾌하고 어리숙한 신들의 행각이 나와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구성이 복잡하고 내용에 상징이 강한 데다 옛날부터 인지도가 높고 사랑받는 이야기긴 하지만 그 내면을 좀 더 뜯어보면 당대의 그리스시대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시대인지를 보여주는 면모가 있어 마냥 유쾌하게 볼 수만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바이킹들이 더 문명적이었다거나 인권을 존중했다는 건 아니며 어쩌면 더 잔인하기도 했지만, 북유럽 신화의 신들과 그리스 로마 신들을 비교하면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좀 더 범죄자스런 면모가 강하단 느낌입니다. 북유럽 신화와 그리스 신화는 똑같이 잔인한 내용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 신화를 기록하는 이들의 기질이 다르기 때문인지 두 신화는 유럽문화의 기초를 이뤘음에도 완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편입니다. 거기다 그리스 신화는 사람을 찝찝하게 만드는 저주스러운 운명을 타고난 등장인물들의 최후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자면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탓에 아테나의 저주를 받아 괴물로 변한 채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죽임 당하는 메두사라거나, 해신의 사랑을 거부한 대가로 마녀 키르케의 저주를 받아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버리는 스킬라라거나, 아버지의 업보 때문에 친부를 죽이고 모친과 결혼하는 운명을 타고나 결국 스스로 눈을 도려내고 추방당한 오이디푸스 등이 이에 해당돼요.


설령 이것이 후대의 문학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할지라도 보는 이들 입장에선 등장인물들의 나락에 빠지는 과정과 그 몰락이 굉장히 짜증과 불쾌감을 유발하게 되는데 북유럽 신화는 똑같이 상대방을 속이고 때려죽인다 하더라도 어딘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은 채, 우스꽝스럽고 분명 똑똑한데 바보 같은 신과 초월자들의 놀이라는 느낌으로 거리감을 두며 읽어갈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애초에 북유럽 신화에선 인간들이 끼어드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은요. 영웅 시구르드 이야기도 있지만 애초에 비중도 작은 편이고 신들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적고 이 책에선 잘 언급되지도 않는 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구르드 이야기는 흥미가 없기도 하고요. 어쨌든 『부들부들 바이킹 신화』 는 책 『뜨끔뜨끔 동화 뜯어보기』 시리즈처럼 각종 만화의 컷들과 현대적으로 재배치한 상황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요.

 

탐정이 신들이 먹는 이둔의 황금사과의 실종에 대한 단서를 신들의 의뢰로 찾아간다거나 개 조련사에게 로키의 셋째 아들 늑대 펜리르- 훗날 라그나로크에서 한탕하실 몸을 교육시키도록 충고를 구한다거나 라그나로크는 미드가르드의 인간들이 뉴스를 통해 그 종말의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뉴스 진행자들도 같이 종말에 휘말려 죽는다는 등 기발한 설정이 작중에서 펼쳐집니다. 북유럽 신화 자체가 어딘가 웃긴 부분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 각색을 하니까 더 재미나게 읽히게 되는데 특히 웃긴 부분은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되찾는 미션에서 토르와 로키가 어설픈 여장을 하고 망치를 훔친 거인들을 찾아가고 거인들은 그 둘을 이쁘다고 환호하는 모습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북유럽 신화 에피소드에서 좋아하는 이야기라 더 재밌게 읽은 감이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의 가장 큰 주축은 주신 오딘을 제외하면 토르와 로키인데 토르는 당시 바이킹들의 용맹을 상징하는 신이며 그들을 지켜주는 신이라고도 하는데 제가 예전에 읽은 낡은 서적에 의하면 동시에 농부들의 신이라고도 하더군요. 기독교 신앙이 들어서기 전 북유럽 추운 곳에 사는 농부들은 토르를 섬겼고 그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데, 용맹한 신이라고 하지만 토르는 전쟁의 신은 아니며 오히려 전쟁의 신은 '티르'가 있지요. 하지만 그 덕에 토르는 대다수의 민중들에게 받들여져 북유럽 신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로키 역시 민중들의 사랑을 받는 '트릭스터'적인 존재로 신화 속을 종횡무진 활보하는데 이 책에선 여장을 하거나 거인의 수말을 유혹하는 암말로 변신하여 새끼를 낳는 정도로 그려지지만 실제론 로키는 동물이 아닌 여인으로 변신도 가능했고 직접 아이를 낳기까지 하는 양성적인 면모를 보이는 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라그나로크에서 로키와 맞서 죽는 문지기 신 헤임달이야말로 북유럽 신화 속에서 인간을 만든 창조신이거나 혹은 수호신이라고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헤임달의 비중은 책에서 북유럽 신화나 이 책에서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닌 듯 해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바이킹들의 이야기는 신화 속의 유머러스함과는 다른 실제 바이킹들의 무시무시한 면모가 실려있는데요. 그들의 실제 행적에 꽤나 고어적인 묘사가 있어 놀라게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유럽을 공포로 몰아갔던 바이킹들의 나라(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는 현재 잘 살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게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북유럽 하면 마냥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의 하나처럼 평화롭게 이미지화되는 케이스가 많은데 그들의 역사를 알고 보면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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