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헌티드 힐』 리뷰

0I사금 2025. 5.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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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비디오포털(현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유료 영화 말고도 무료로 서비스해 주는 영화들이 제법 있었는데 그중에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있어서 고대하던 영화를 드디어 봤다고 리뷰에 쓴 바 있는데요. 당시 LTE 비디오포털(현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무료 서비스해 주는 영화 중엔 제가 본 영화들이 몇 개 더 있었고 의외로 꽤 오래전 영화들도 서비스를 해 주더군요. 바로 이 영화 『헌티드 힐』이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어릴 적에 당시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하던 외화 시리즈 중 하나로 한국 성우들이 더빙한 버전을 본 적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외국 영화들을 더빙해서 많이 방영해 줬었는데 채널이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성우 더빙이 꽤 퀄리티가 좋았다는 기억은 어렴풋이 있어요. 전문 성우들이 더빙한 외화들 중에는 퀄리티 좋은 것들이 많은데 지금은 그런 자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많이 아쉽다고 할까요?

어쨌든 그렇게 더빙 버전으로 보고, 재미있게 본 편이라 내용도 상세히 기억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원본 자막 버전으로 본 적은 없어서 한 번 더 보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이긴 했지만 당시 채널에서 방영해 줄 당시 몇몇 장면들은 편집이 되었다 싶은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이 영화의 수위는 19세로 아무래도 당시 TV본은 상당히 가위질이 되었을 거란 게 추측이 가능하더군요. 영화의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은 92분이었는데 당시 영화들이 이 정도 시간대였던 것도 같고, 실은 영화가 너무 길어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근 영화들은 지나치게 시간이 길면서 전개도 늘어지는 경우들을 좀 봐서 좀 불만이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영화사의 로고가 나오던데 바로 다름 아닌 ‘워너브라더스’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 원제도 그냥 『헌티드 힐』이 아니라 『House On Haunted Hill』이란 것도 알았고요.

영화의 프롤로그는 그야말로 충격적인데 일단 오프닝부터 그로테스크한 장면들로 가득 찰 뿐만 아니라 영화의 본격적인 배경이 되는 정신병원의 살육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정신병원의 의사들이 환자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자행하는 것은 도시괴담 같지만 아예 없지는 않은 일이라 하더군요. ‘전두엽 절제술’과 같은 일화들을 본다면 말이죠. 여기서 환자들을 상대로 잔인한 실험을 자행한 인물은 벤자민 베너컷이라는 의사로 이 의사와 의료 관계자들은 수술 당시 환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자신들이 환자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살해당합니다. 그런데 역시 어린 시절 본 TV 방영본이 편집된 장면이 많은 게 확실한 게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온갖 잔인한 장면들이 다 나오더군요. 특히 환자들에게 살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장면을 본다면 말이죠. 죽은 인간들이 개 악질이긴 하지만 사람이 난도질당하는 장면은 맨 정신으로 보기 어려운 듯해요.

하여간 환자들의 폭동으로 인해 병원은 불타고 베너컷 박사의 악행은 당시 필름이 남아 그대로 밝혀지고 맙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공포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백만장자 프라이스의 컴퓨터를 누군가가 조종하여 사람들에게 이벤트 초대장을 보내게 되고 그 문제의 병원 건물에서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건물주인 프리챗과 주최자인 프라이스 부부를 포함하여 여섯 사람이 초대되지만 초대장은 부부 중 누구도 보내지 않았다 하고 이윽고 이상한 사고와 함께 사람들이 하나둘씩 끔찍한 죽음을 맞는 등 기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보는 사람의 심장을 옥죄면서 건물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데요. 다만 초중반 부분이 워낙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에 막판 건물의 악령이 드러나는 장면은 좀 CG티가 나고 현실성이 떨어져서 무서움은 덜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지나가는 현 건물주인 프리챗의 말로 강당 천정 창문에 그려진 그림은 건물이 병원이 되기 전에 있었던 악마를 부르는 그림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정신병원에서의 학살과 그림의 효과 때문에 건물은 악령화 되었다는 이야기일까요?

영화는 단순 이벤트와 건물의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내용만이 아니라 하루를 지새우고 살아남는 사람에게 백만 달러를 준다는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의 갈등도 드러냅니다. 여기서 프라이스 부부는 제대로 된 부부가 맞는지 이미 몇 년 전부터 서로 증오심을 품고 죽이려 드는 관계였고, 초대된 의사인 블랙번은 에블린 프라이스의 정부라는 게 밝혀지는데요. 여기서 초대장을 날린 것은 어디까지나 건물의 의지이며, 건물은 당시 정신병원의 사고에서 생존한 병원 관계자인 다섯 사람의 영혼을 노리기 때문에 그들의 인척에 해당하는 자들을 찾아 초대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 블랙번은 병원 관계자들 중 아무와도 상관없이 에블린과 계획을 짜서 들어왔다는 게 밝혀지고 남편에게 살인누명을 씌워 죽일 계획을 세운 에블린 손에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보면 등장하는 인물들 중 에블린이 병원 살인마들의 후손 중 그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은 여자일 거란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면서 어느 정도 당시 이해가 안 되던 엔딩 장면이 비로소 이해가 갔는데, 일단 젠슨 대신 초대장을 받아서 온 사라 같은 경우는 실제로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때에 있었던 병원 관계자와 친척이 아니니 죽지 않을 거란 예상을 했지만 후손인 에디 같은 경우는 어떻게 살아남았던 걸까 의문스러웠어요. 엔딩 장면에서 놓쳤던 게 있었던 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이번에 자막판으로 보면서 확실히 드러나는 게 이 에디 베이커도 정확하겐 베이커의 후손이 아니며 베이커 가문에 입양된 인물이라는 게 막판에 드러나더군요. 그런데 이것도 복선이 있는 것이 당시 생체실험을 저지른 병원 관계자들 중엔 흑인이 없었는데 초대된 인물 중에 유일하게 에디만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 암시되긴 합니다. 반면 병원과 관계된 자들 프라이스 부부와 나머지 초대된 자들은 건물과 관련이 있어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결말이었단 사실. 그런데 프라이스가 데리고 온 카메라 관리자나 건물주인 프리챗은 참 억울하게 죽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영화를 끝까지 보다 보니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영상이 보너스로 하나 더 나오는데 이것 같은 경우는 당시 외화 더빙 버전에선 잘렸던 장면이었습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과거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의사와 간호사들을 살해하는 장면을 녹화한 테이프 영상이 몇 초 정도 나오는 거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공포 영화임에도 좀 많이 웃기더군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여기서 모든 악행을 주도했고 결국 환자들에게 살해당하는 베너컷은 다름 아닌 프라이스와 같은 배우고, 옆에서 살해당하는 간호사는 바로 프라이스의 아내 에블린을 맡은 배우가 연기했어요. 선조와 똑 닮은 후손들이라니... 그런데 이 에블린 배우는 바로 영화 『엑스맨』시리에서 진 그레이 역을 맡은 배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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