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11화-12화(최종화) 리뷰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드디어 마지막화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정상 본방을 사수하기 어려워서 재방송을 통해 틈틈이 보았고, 이번 마지막화까지 감상하게 되었는데요. 천국이라는 흔치 않은 드라마 속 배경에 죽은 뒤 연령을 선택할 수 있다는 특이한 설정, 남편이 남긴 말 때문에 노인의 나이를 택한 주인공이 천국에 도달하면서 생기는 해프닝이라는 내용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참신했던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더 강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리뷰를 쓰면서 드라마의 아쉬운 점을 줄곧 지적하기도 했는데 특히 가장 아쉽고 답답한 점이라면 특정인물의 정체와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질질 끌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유발했다는 점이에요. 3화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 뜬금없는 불륜 떡밥을 던졌던 솜이의 정체는 11화에서 비로소 밝혀졌고, 드라마를 보기 전 스포일러를 통해 정체를 알 수 있었지만 왠지 드라마가 판타지라는 장르를 감안해도 설득력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솜이의 정체 하나에 매달리는 내용이 주가 되면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이해숙이 부수적인 내용에서만 활약하는 등 내용이 주객전도가 되었다는 생각. 처음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천국에서 젊어진 남편과 재회하여 겪는 다양한 해프닝과 죽음과 관련된 애틋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룰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솜이의 정체 이야기에 매몰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1화에서 드디어 밝혀진 솜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해숙이 아들 은호를 잃어버렸다가 남편의 사고 후 생존하기 위해 버렸던 젊은 시절의 슬픔과 기억이라는 게 밝혀졌는데요. 사람들이 예측한 대로 솜이는 이해숙의 젊은 시절과 관련된 영혼이나 분신이라는 게 맞아떨어졌지만 솜이가 저승에 고낙준과 만났던 시기와 이해숙이 사망한 시기가 같은지 모호한 것, 영혼 자체도 아니고 분신에 가까운 솜이가 지옥역에서 떨어져야 했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것, 또 솜이가 등장한 뒤 이해숙과 같은 인물이라고 하지만 남편인 고낙준과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불쾌감을 양산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솜이의 기억 속에서 고낙준이 악인이나 범죄자처럼 등장한 것도 알 수 없는 부분이었고요. 이건 기억 왜곡이라고 시청자가 알아서 납득해야 하는 건지... 차라리 고낙준과 모호한 분위기를 빼고, 솜이가 알고 보니 이해숙이 젊은 시절 유산한 딸이고 그 영혼이 어떤 계기로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라는 사람들의 초반 추측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교화소의 목사인 은호가 이해숙과 고낙준이 젊은 시절 잃어버린 아들이라는 설정이 후반에 확인되었음에도 천국에서 감정 교류와 가족 서사가 이해숙과 은호 사이에서만 있었다는 것도 지적할 만한 부분인데요. 고낙준이 천국 집배원 일을 하면서 이승을 찾아가 아들의 수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뇌물만 받아먹은 경찰에 대해 조사를 하는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정작 천국에서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 인지하는 부분도 없고 혹시나 모를 가능성으로 천국에서 아들을 찾았다는 설명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의아하더라고요. 사고가 나기 전 아들의 행방을 애타게 찾았음에도 천국에서 이해숙과 지낼 때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환생을 택한 목사 은호와 고낙준의 이별 장면을 애틋하게 그린 건 좀 뜬금없었다는 생각.
그리고 반려묘인 쏘냐의 비중이 적은 것도 아쉬웠는데, 은호의 실종과 어쩌다 엮인 짜장이나 그가 이끌던 유기견 트리오는 이해숙 일가와 특별하게 얽힐 사연도 아니었음에도 비중이 많은 게 이상했어요. 심지어 만두는 중간에 환생하면서 퇴장하고 짬뽕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아서 의문만 남겼고요. 그나마 마지막화에 암컷 강아지로 환생한 짜장이 귀엽긴 했습니다만... (근데 구직 실패로 자살 결심할 정도로 곤궁한 사람한테 강아지까지 키우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은 덤) 그래도 11화에서 쏘냐가 다시 존재감을 보여줘서 반가웠다고 할까요? 쏘냐가 고낙준을 구하기 위해 죽은 거라는 암시도 나왔고, 캐릭터를 배우가 훌륭하게 소화했기 때문에 쏘냐도 중간중간 존재감을 어필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결말에서 고낙준과 이해숙이 같이 환생을 택하고도 이번엔 고낙준이 23번 전생에서 계속 부부였고 이제 자신 때문에 고생하지 말라며 이해숙만 환생하게 하는 선택은 굳이 새드엔딩인 척 분위기를 풍기면서 그렇게 전개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네요. 23번 생애에서 부부로 계속 만났다는 설정도 필요한 설정이었나 싶었고요. 모든 행위를 전생의 업보로 풀어나가려는 경향이 드라마 전체적으로 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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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황당했던 결말은 수양딸인 이영애가 이해숙이 꿈속에서 로또 번호를 알려줬는데도 빚쟁이를 잡느라 로또 당첨 기회를 날리는 내용이었습니다. 19억을 놓치고 그 빚쟁이 남자랑 썸을 타는 것도 어이없었는데 이영애가 남미새 설정이라 굳이 남자를 엮을 거면 1화에서 반한 가게 아들이랑 엮어주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