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2화 리뷰 (2022. 9. 24. 작성)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2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번 2화가 어제의 1화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는 느낌인데 역시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르는 법정 씬에서 얼마만큼 기발하게 활약하느냐에 달린 것 같네요. 어제 첫 방영하여 기대를 안고 보게 된 드라마인데 솔직하게 1화는 캐릭터나 소재가 특이하긴 해도 몰아치는 분위기가 적어서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어쩌면 그 덕택에 이번 2화를 더 몰입감 있게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요. 2화에선 코미디 장면이 더 풍부해진 것도 있고 은근 소재가 사람들의 공감이나 공분을 살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빠져들기 쉬운 구조란 생각.
저번 1화에서 사람들을 궁금증을 자아내며 드러나지 않았던 중요한 증거물 상자 안에는 황당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상자 안에 증거랄 게 없었으니 채택하고 자시고도 없었는데 이 어이없는 증거물을 증거라고 천지훈이 가지고 온 것은 재판에 들어선 사람들의 이미 유죄를 추정하고 피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적하기 위한 밑밥이더라고요. 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하지 '유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천지훈은 배심원들을 설득시키는데요. 저 아무것도 없는 증거물 상자만큼이나 기발했던 장면은 프로 소매치기였던 피고인의 능력 - 과거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릴 정도로 빨랐던 그의 능력을 직접 보여줘 혐의를 벗겼다는 점입니다.
천지훈은 피고인더러 증인의 지갑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훔쳐내는 수법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직접 법정에서 확인시키게 합니다. 피고인의 지갑 훔치는 실력이 저 정도라 멀쩡한 정신 상태에선 지갑을 훔치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면서도 술에 취해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바로 지갑을 훔치는 걸 알아차렸다는 모순적인 부분을 지적하며 상황을 논파하거든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여기서 과거 피고인의 범죄 행적을 이용해 현재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했다는 점이 독특하더라고요. 어쩌면 나도 저 자리에서 배심원 자리에 있었다면 증거물 상자보단 저 상황 재연에 더 설득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 결국 이 재판은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결론이 납니다.
거기다 형사 보상금을 신청하면 딸의 수술비도 해결이 된다고 덧붙이던데, 그렇다면 사무장님이 대신 내준 병원비도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으려나요. 은근 드라마 보면서 이런 점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재판을 눈여겨보던 백마리의 할아버지인 로펌 '백'의 대표인 백현무(배우 이덕화 분) 는 검사 시보를 마치고 로펌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손녀에게 천지훈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두 달 동안 시보 생활을 해야만 허락해 준다며 내켜하지 않는 그를 그곳으로 보냅니다. 백마리의 할아버지는 자기 손녀를 좀 더 단련시키기 위해 그러는 것 같던데 처음엔 질색하던 백마리도 어느 순간 천지훈에게 말려들어 자진해서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고요.
그런데 백마리의 핑크색 수트가 굉장히 거슬린다는 점 빼면 이 과정이 상당히 개그인데, 백마리는 천지훈과 사무장이 무서워하는 건물주 조여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확실히 대형 로펌 손녀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천원 받고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 일을 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으는 걸 보면 이쪽으로도 탁월하다고 해야 하나. 그전엔 저 사무실이 대체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알 수 없는 정도. 와중에 백마리를 연모하는 서민혁(배우 최대훈 분)이 돌아와 청혼하네 어쩌고 하는 내용도 나오던데, 왠지 서민혁의 역할은 백마리 때문에 천지훈에게 열폭+견제를 하다가 결국 천지훈한테 감겨 망가지는 밉지 않은 라이벌 역할일 듯해요.
그래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데, 천지훈이 변호사 수임료를 계속 천 원만 받는다면 나머지 생활비는 어떻게 버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지금 변호사 사무실로 쓰는 건물도 옛 다방 건물을 약간 개조한 것이고 건물주인 일명 조여사를 계속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면 진짜 그만한 건물의 월세도 낼 돈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나머지 생활은 어떻게 하는 건지 진심 의문. 심지어 후반부 새로운 사건에선 갑질하는 주민 때문에 엉뚱하게 차 수리비를 물어주게 된 경비의 손자한테서 더위사냥 반쪽 얻어먹고 의뢰를 받아들이거든요. 이 과정에서 소소하게 터지는 장면이 많았는데, 엉뚱하게 이번 사건은 천지훈이 사고를 치고 그의 변호를 백마리가 억지로 맡으면서 엔딩이 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