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5화 리뷰 (2022. 10. 7. 작성)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5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저번 주 4화만 하더라도 왠지 『보이스』 같은 범죄수사물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는데, 5화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가려나 싶더라고요. 전편 4화 엔딩에서 천지훈 일행은 유명 화가인 김춘길 화백의 집을 조사하러 찾아왔다가 백마리가 한밤중에 건물을 배회하는 어떤 인물을 목격하고 그를 몰래 미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쫓아가던 백마리가 막 들키려는 순간 천지훈이 나타나면서 끝났는데요. 5화는 시작하자마자 천지훈이 겁도 없이 현장 주변을 배회하는 인물에게 접촉을 하게 되면서 그 정체가 드러납니다. 다름 아닌 그 인물은 역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온 서민혁이라는 게 밝혀져요.
손에 들린 칼이라 생각되는 물건은 다른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 스크류바(PPL?)였고요. 여기서 천지훈 일행만큼 놀란 서민혁이 나무 뒤로 숨으면서 아빠를 찾는 게 개그였는데 진심 얼마나 파파보이인 건가 하는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솔직히 이번 5화에서 큰 웃음 준 건 서민혁과 백마리의 엄마 그리고 시사 방송 '저것이 알고 싶다' 매니아지만 카메라 앞에서 굳는 천지훈이었습니다. 천지훈은 김민재의 아버지 김화백의 남긴 그림에 단서가 있을 거라며 경매에서 비싼 값으로 팔려갈 그 그림을 얻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움직인 백마리와 그 어머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게 웃긴데 나름 안쓰러웠달까요.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림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따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백마리의 엄마가 그림을 사지 못한 건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을 정도.
5화 말미에 김화백의 그림이 위조된 가짜 그림이라고 천지훈이 땅땅 확정을 내줬는데 저기서 20억 썼으면 진심 피눈물 났을 듯. 어쨌든 5화에서 드디어 천지훈과 서민혁이 재회를 하며, 그 둘 사이에 뭔가 더 깊은 서사가 있다는 암시가 나왔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아 이쪽의 일은 어물쩍 넘어가는 분위기가 되고 맙니다. 다시 본편의 사건으로 돌아가면 도로 『보이스』 같은 범죄 수사물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게 되는데, 중간중간 개그 요소를 넣어 풀어주는 재주는 탁월했지만 이제는 슬슬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라고요. 왠지 느낌상 이번 5화가 전편인 4화보다 분량이 늘어난 느낌이었는데, 결국 5화 엔딩까지 진범은 등장하지 않고 사건은 꼬이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과 약간 답답한 기분도 들었고요. 이번 김화백 살인 사건은 주변 사람 - 미술관의 큐레이터, 김화백과 인터뷰를 한 기자, 신고를 한 가정부 그리고 천지훈에게 의뢰한 김수현과 김민재 남매까지 전부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암시되는데, 천지훈은 김화백이 남긴 마지막 그림에 단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주변을 살피고 전문가들에게 그림 분석을 의뢰합니다. 천지훈은 김화백이 그림에 남기는 시그니처(검은 우산을 쓴 남자 그림)와 배경의 그림이 완성된 지 3년 정도의 차이가 있고, 마지막 경매에 나간 그림은 3년 전 그려진 배경 위에 시그니처만 덧입힌 거라는 걸 밝혀내는데 이번 5화에는 쿠키 영상까지 첨부되어 한 장면도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을 정도. 근데 진심 진범은 누구고 진상은 뭔지 확실히 안 밝히고 끌어서 환장.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같이 의심을 산다는 점을 보아, 4화 초반부 백마리가 만화책 '소년탐정 재민이'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 캐릭터들 위에 죄다 범인이라고 적어놓은 장면이 이 에피소드의 전체적인 복선이었다는 게 확 들어올 정도였어요. 그리고 천지훈보다 한발 늦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검사인 서민혁 측에서도 나름 고군분투하면서 수사에 열중하는데, 입맛이 초딩 취향에 아빠 찾는 파파보이일 뿐이지 서민혁도 검사로서 역할은 충분히 해내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다만 판단이나 추리력에 한해선 천지훈에게는 못 미치는 느낌? 오히려 김민재의 자백을 듣더라도 위화감을 느끼며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선배 검사인 나예진이며, 이번에 진상을 밝히는 데 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측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