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6화 리뷰 (2022. 10. 8. 작성)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6화 리뷰입니다. 이번엔 다른 때보다 이 6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보는 사람 감질나게 끌어온 김화백 살인사건의 전말이 6화에서 밝혀질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왜인지 이번 『천원짜리 변호사』 에피소드는 예전에 읽은 추리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종류의 만화 단행본의 딱 마지막 페이지에서 주인공이 범인을 알아차렸다고 말하는 게 나오면서, 정작 누가 범인인지는 나오지 않아 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던 그때의 심정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는데요. 그런데 의외로 유튜브나 다른 데서 리뷰를 찾아보면 진범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예측한 이들이 은근히 있더라고요.
전편 5화에서 유명 화가 김춘길 화백이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이 3년 전 그림에 시그니처만 덧칠한 위조품이라는 건 천지훈이 밝혀낸 바 있는데, 6화에서는 더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동안 김춘길 화백의 그림이라고 팔렸던 그림들은 그가 그린 것이 아닌 그의 아들 김민재가 그린 것이었으며, 새어머니인 유혜주 관장과 큐레이터, 인터뷰를 한 기자까지 모두 짜고 김민재의 그림을 그 아버지 김춘길이 그린 그림이라고 위장한 것이었던 게 진실. 실은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은 김민재가 아버지를 치켜세워주려고 유 관장의 눈에 띈 그림을 아버지 거라고 둘러댄 게 시작이었어요.
결국 김춘길 화백은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3년 전에 자살을 했으며, 그 시신은 아무래도 호수 근처에 매장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요. 그림 위조에 협력한 이들은 이 사실을 묻어버리고 김민재에게 계속 그림을 그리도록 시키며 김춘길 화백의 그림으로 팔아치우려고 하는데 그때 마지막 그림이 본의 아니게 훼손되는 사고가 일어나 3년 전에 아버지가 그린 그림으로 위조하게 된 거였습니다. 그림을 훼손한 사람은 다름 아니라 그 상황을 두고 보지 못한 누나 김수현이었으며, 유 관장은 딸이 그림을 훼손하는 걸 말리려다 칼에 찔린 것이었고요. 말하자면 유 관장의 죽음은 누가 의도한 게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나중에 이 장면을 목격한 김민재는 정신줄을 놓은 누나에게 행방이 묘연한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면 된다고 말을 하면서, 자신이 누나의 죄를 뒤집어쓸 목적으로 자백을 한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누나의 혈흔이 남았을지 모를 그림을 치우고 아버지의 과거 그림에 시그니처를 입힌 거였고요. 아무래도 드라마가 전체 관람가고 정서가 좀 안 맞기 때문인지 좀 모호하게 묘사되는데, 이 두 남매의 관계는 연인의 그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들었습니다. 친남매도 아닌데 둘 사이가 무척 끈끈하게 묘사되고 친누나도 아닌 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지만 유 관장이 마지막에 남긴 말은 자기 딸을 감싸기 위해서라지만 수사에 혼선을 준 데다 의붓아들에게 죄를 넘기는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좀 미묘했습니다. 천지훈은 자신의 추리를 김민재가 현장 검증을 하러 왔을 때 밝히고, 결국 김수현이 자백을 하면서 김민재는 풀려나게 되는데 여기서 천지훈의 추리를 검사들이 순순히 들어주며 수긍하고 사건이 종결되는 건 놀라우면서 막 놀랄 일은 아니었던 느낌. 서민혁은 천지훈의 과거랑 깊게 엮인 인물이라고 나왔고, 비록 천지훈만 한 추리 실력을 보여주진 못했더라도 검사의 직분에 충실한 사람이라 애꿎은 사람 범인 만들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래도 이번 에피소드도 마지막은 훈훈하게 마무리되긴 하는데, 드라마가 막판에 본연의 장르를 잊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사무장님은 어려운 사건을 해결했는데도 따로 받는 게 없다며 아쉬워하게 되고, 이에 천지훈은 천재 화가인 김민재가 남긴 벽화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줘 다들 벽화까지 달려가게 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사건의 전말을 알리 없던 건물주 조여사가 벽화가 마음에 안 든다며 페인트로 지워버리는 안타까운데 웃긴 결말이 등장합니다. 천지훈 사무실의 사람들은 돈이랑 연이 없어서 월세는 언제 내나 싶었지만... 그런데 천지훈이 20억이나 하는 김춘길 화백의 그림을 구한 것을 통해 실은 돈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암시된 바 있었어요.
아예 백마리의 입으로 월세도 내지 못해 조여사한테서 도망 다니는 인물이 입고 다니는 옷은 명품이고, 프랑스어도 할 줄 안다는 점을 짚으며 실은 천지훈이 돈이 없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금수저에 가까울 거라는 사실을 은근히 알려주는데요.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자마자 드라마는 바로 천지훈의 과거 편으로 옮겨져, 그의 검사 시절 이야기가 풀리게 됩니다. 이때의 천지훈은 현재의 천지훈과는 달리 좀 더 냉철한 이미지인데 검사들 중에서도 특이한 취급을 받는 건 매한가지였던 모양. 거기다 JQ 그룹인가 뭔가 큰 사고를 친 재벌 3세를 구속할 때 같이 움직인 게 서민혁인데, 여기서 서민혁의 아빠 찬스가 언급되는 걸 보면 파파보이가 될 만하다 싶었달까요.
저 재벌 3세가 저지른 죄는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예고편 대사를 보면 정치 비자금 관련 죄인 듯싶은데 여기에 천지훈 아버지가 끼어 있다는 걸 보면 오히려 상상 이상의 금수저였던 모양. 5년 전 과거편은 그동안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은 그의 정체와 배경, 그리고 이주영(배우 이청아 분)이라는 로펌 '백' 소속의 변호사와의 만남을 통해 현재의 천원짜리 변호사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일 듯해요. 또 이번 6화에서 배우 이제훈이 카메오로 나온다길래 어떤 범죄자 역할로 나오는가 기대를 했는데 이제훈은 여기서 배우 '이제훈'으로 레드 카펫 밟는 것으로 등장해서 좀 충격이었달까요. 이게 두찜 PPL이랑 같이 황당한데 웃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