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자리 변호사』 8화 리뷰 (2022. 10. 15. 작성)
드라마 『천원자리 변호사』 8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번 『천원짜리 변호사』의 과거 에피소드는 제가 예상한 드라마의 분위기와 이질적이고, 그 서사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운 느낌이에요. 물론 전편의 유명 화가 김 화백 살인사건 의뢰도 좀 더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중간중간 캐릭터들의 개성에서 비롯된 코미디 씬이 들어가서 드라마 자체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거든요. 이 드라마를 첫 편부터 본방사수한 입장에서 제목이나 주인공의 성격을 보면, 개연성은 좀 떨어질 수 있어도 기발하고 통쾌한 변호사 (설정) 주인공의 활극 같은 느낌이라고 예상을 했고 6화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7화부터 생각지 못한 매운맛 에피소드가 등장한 셈.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천지훈의 개인 서사에 집중하게 되자, 그동안의 에피소드와는 반대가 되었는데 진지한 분위기의 범죄 수사물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이야기의 무게감이 다른 느낌이 되어갑니다. 다음 예고편 - 정확하게는 『천원짜리 변호사』 2막 티저 영상을 보면 처음 기대한 그 분위기로 돌아올 예정인 것 같긴 하지만 과거편 내용이 거의 급변이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딴판이라 적응이 되려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주인공에게 지나치게 불행한 서사를 몰아주는 것도 좀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주인공한테 남은 연인까지 잃게 하는 전개는 너무 피폐한 것 같았다는 생각이에요. 이래 가지고 다음 주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물론 이주영의 죽음이 그가 연 천 원짜리 사무실을 이어받아 현재의 천지훈이 변호사가 되게 한 원동력이자 이유라는 점은 확실하게 납득이 되긴 합니다만... 현재의 천 원짜리 사무실은 로펌 '백'을 나온 이주영의 사무실이며 사무장님은 다름 아니라 처음 의뢰를 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는데요. 임금 체불 사건은 예전에 과거 회상신으로 나온 게 있어서 더 굳이 풀어내야 할 이유는 없던 모양. 게다가 로펌 '백'의 대표인 백마리의 할아버지나 거기서 일하는 서민혁의 아버지조차 로펌을 나가 사무실을 여는 이주영을 응원하고 배웅해 주는 걸 보면 이 둘은 절대 빌런은 아니며, 서민혁도 처음 예상한 열폭형 라이벌 같은 건 결코 아니란 걸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이 워낙 좋아 보여서 비중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이주영은 굳이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는데, 그 죽음의 이유가 빌런이랑 부딪혀 이주영의 사업자 등록 서류랑 빌런의 서류가 뒤바뀌는 바람에 이주영이 천지훈의 아버지 김윤섭과 관련된 정보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애초에 빌런이 서류를 제대로 챙겼다면 이주영은 죽을 일도 없었다는 점에서 어이가 없었다고 할까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정체를 숨기고 있는데 이상한 데서 허술해서 뭐 하는 놈이냐 싶을 정도. 총리 후보를 자살에 이르게 하고 사직했다고 하지만 대형 로펌 출신인 변호사까지 묻지 마 살인으로 위장하여 살해할 정도라면 빌런이 매우 강력하다는 반증일 텐데 그런 거물이라면 현재의 천 원짜리 사무실에서 상대가 가능할까 밸런스 문제도 좀 걱정이 되었고요. 개인적으로 빌런 역의 배우가 누구일지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배후가 있다는 걸 안 천지훈은 2년 동안 수사에 몰입하고, 이주영은 그런 그의 곁을 조용히 지켜주는데 개인적으로 이주영이 비 오는 거리를 정신 놓고 걸어 다니다 바닥에 누워버리는 천지훈 옆에 같이 눕는 연출은 훌륭했다는 생각. 우산을 가져다주거나 '힘내라'라고 한다거나 하는 흔한 위로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할까요. 왠지 천지훈과 이주영의 관계는 멜로물에서 남녀의 입장을 좀 역전시켜놓은 느낌도 났는데 천지훈의 미소가 좋다고 틈틈이 말해주며 계속 애정을 보여주거나,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호감을 쌓고, 절망하여 비 오는 거리를 걸어가는 천지훈을 쫓아가 위로해 주는 모습이 멜로물에서 보통 남주가 여주한테 호감 쌓을 때 하는 모습 같았다는 생각이.
이미 전편 예고편에서 나왔듯, 이주영은 로펌 '백'을 나와 조여사의 건물에서 사무실을 열었고 이주영의 죽음 때문에 넋이 나간 천지훈은 사무장님의 방문으로 정신을 차리며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천 원짜리 변호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좀 아쉬웠던 건 과거편이 나오면서 이주영이 사망했을 거라는 암시는 뿌려두긴 했지만 오히려 클리셰를 깨듯, 이주영은 살아있었고 사정이 있어 다른 곳에서 천지훈과 비슷하게 사람들 돕는 변호사 일을 하다가 막판에 주인공과 재회를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빌런을 좀 강력하게 잡아서 조력자가 많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천지훈이 천원 수임료만 받으며 생활이 가능한 배경이 아직 안 밝혀졌는데 이건 그냥 검사 시절에 일을 과하게 해서 벌어놓은 돈이 많다고 넘어가도 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