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 리뷰

0I사금 2025. 6.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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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LTE 비디오 포털(현 유플러스 모바일 TV)의 무료 특집관에서 가끔 재미있는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이 서비스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하면 대개 일본 작품들이고 유아 대상의 작품들이긴 한데 더러는 한국어 더빙판도 같이 있고 그래서 한번 고르다 보니 눈에 들어온 것이 이것 『고 녀석 맛나겠다』였습니다. 나란히 일본 원어와 한국어 더빙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첫날에는 원어를 두 번째 날에는 더빙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작품이었음에도 오히려 이렇게 접했을 경우 더 재미있는 작품이 많은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고 녀석 맛나겠다』가 참으로 그에 해당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린아이 대상의 작품이라도 참 내용을 허투루 만들지 않아서 어른이 봐도 상당히 감동적인 작품들이 더러 있는데 좀 오래전 TV에서 방영해 준 것을 보고 인상이 깊었던 『폭풍우 치는 밤에』도 그렇고 이 『고 녀석 맛나겠다』도 그렇고요. 

그러고 보니 이 두 작품은 주인공들이 초식이냐 육식이냐가 굉장히 극 상 주요 갈등으로 떠오르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둘 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데서 비슷한 면모가 있습니다. 다만 『폭풍우 치는 밤에』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결국 우정을 지켜내는 이야기라면 『고 녀석 맛나겠다』는 가족애를 강조하는 작품이란 차이가 있었어요. 이『고 녀석 맛나겠다』의 시작은 작 중 초식공룡인 엄마(이름 불명) 공룡이 물에서 떠내려오는 알을 주워 키우게 되면서입니다. 하지만 알에서 태어난 공룡 하트는 다름 아닌 천적인 왕턱 공룡(생김새로 보나 뭐로 보나 티라노사우르스)의 새끼로 그 때문에 엄마는 무리에게 배척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하트는 엄마의 자식인 라이트와 함께 자라면서 점차 자신의 본능을 깨치게 되면서도 자신을 초식공룡으로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우연히 왕턱 공룡에 대해 듣게 되고 하트가 그 왕턱 공룡들의 사냥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되는 것이 일의 발단.

자신이 육식 공룡인 이상 가족을 공격하게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서였는지 하트는 엄마와 라이트를 떠나 초원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하지만 초원에서도 원래 무리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초식공룡 밑에서 유아 시절을 보낸 영향인지 그곳에 소속되지 못한 채 장난기 많은 듯하면서도 겉돌던 하트는 우연히 초식공룡(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안킬로사우르스)의 알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태어난 새끼 공룡 우마소(한국어 번역은 '맛나')에게 아버지란 오해를 받습니다. 처음엔 잡아먹을까 생각하던 하트는 점차 우마소에게 맘을 열게 되고 우마소를 보호하고 기르면서 자신을 키운 엄마의 심정을 알아가게 되지요. 실은 작품의 제목을 따진다면 이 우마소와 하트의 이야기가 좀 더 중점이 될 듯해야 하지만 오히려 작품의 내용은 우마소와 하트의 만남을 통해 하트를 키워 준, 심지어 후반에 밝혀지길 자신이 잡아먹히는 것도 각오했던 엄마의 모성애가 두드러진다고 할까요?

『고 녀석 맛나겠다』를 보면서 어째서인지 『폭풍우 치는 밤에』의 느낌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는 소재가 비슷해서가 아니라 어찌 보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주제 중 하나가 원래의 성질을 악하다고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분명 초식공룡들 입장에서 육식공룡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작품 속에서 어디까지나 육식공룡도 먹고살기 위해 사냥을 하며 하트 역시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죠. 단순히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대립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고 그것이 대립하게 되는 성질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한쪽이 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셈입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우마소는 결국 초식공룡들의 품으로 가려나 싶었는데 꼭 그러지는 않고 아버지인 하트와 다시 떠나는 결말이라 참신했어요.

그리고 초식공룡 쪽에서 부모의 애정을 부각시키는 게 엄마라면 육식공룡인 왕턱공룡들 중에서 그런 애정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하트의 친부인 바쿠인데 바쿠는 왕턱공룡들의 왕이면서 상당히 공정한 성격으로 무리를 다스리는 이로, 하트가 잃어버린 자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편의를 봐주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무리에 분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선 응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하트의 어린 시절부터 악연으로 꼬였던 왕턱공룡 곤자의 죽음 때문에 바쿠와 하트는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찡했던 장면은 다름 아닌 바쿠가 하트를 제압하는 듯하면서도 자식을 품듯 그를 끌어안는 장면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끝까지 하트에게 자신이 친부란 사실을 밝히지 않고 돌아가는데 어찌 보면 하트와 생이별했던 엄마 못지않게 자식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하는 바쿠의 입장도 무척 슬펐단 사실.

일본 원어와 한국어 더빙판을 거의 같이 접했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이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는 재미난 경험을 했는데요. 한국어 더빙도 일본 원어 못지않은 퀄리티라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원어의 하트는 좀 더 개구쟁이에 다혈질적인 느낌이란 우마소에게 하는 행동이 상당히 츤데레스러운데 반해 더빙판의 하트는 좀 더 차분하여 더 정이 많은 느낌을 주더군요. 우마소의 목소리는 양 쪽 다 귀여운데 진짜 성우가 아니라 어린아이를 데려왔나 싶었을 정도. 곤자는 원어는 날카롭단 이미지였으나 더빙판은 좀 더 야비함과 순박함을 동시에 갖춘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화면 속 공룡들의 캐릭터가 동글동글한 부분이 많아 상당히 귀여운데 우마소는 특히 캐릭터 상품으로 나오려나 싶을 정도로 귀엽습니다. 그리고 캐릭터가 상당히 둥근 이미지인데 반해 종종 왕턱 공룡들은 상당히 포스를 보여주는 씬이 많고 특히 격투씬이 많아서인 듯해요. 특히 하트가 싸우는 장면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작품 자체에 애정을 느낀 나머지 결국 DVD를 소장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제가 굳이 DVD를 소장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 DVD 하나에 원어 버전과 한국어 더빙이 둘 다 존재했기 때문. 더빙판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는데 다행히도 디스크 하나에 원어와 더빙이 둘 다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화면으로 볼 때가 조그만 스마트폰으로 볼 때완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이 화면이 작다보니 색감이 더 또렷했던 느낌인 반면에 DVD는 뭔가 뿌연 느낌이지만 좀 더 자잘한 장면이 눈에 더 들어오더군요. 다만 자막은 삽입곡 '하트 비트' 원어 같은 경우 가사가 중간 부분부턴 나오지 않는다거나 오자를 하나(빨리>발리) 발견하기도 하는 등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DVD에 실려있는 부가 영상은 세 가지로 하나는 극장 개봉 당시의 예고편이며 나머지 둘은 극 상의 삽입곡인 '하트비트'와 '자장가'를 바탕으로 한 뮤직비디오인데 '하트 비트' 같은 경우는 한국어로 잘 옮긴 편인데다 왠지 원어보다 더 경쾌한 느낌이 나서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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