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데스 + 로봇』 2시즌 1화-4화 리뷰 (2022. 10. 18. 작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2 리뷰입니다. 그동안 본다 본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2시즌을 보게 되었는데 일단 한 화당 분량이 길지 않은 게 보통인 데다가 2시즌은 1시즌에 비하면 회차 수도 적어서 다 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었네요. 전체적인 감상은 1시즌에 비하면 생략되는 묘사가 많아 아쉬운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다양한 소재와 성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내용 전개와 별 상관없는 성적인 어필이 없어지다시피 해서 보기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는 게 2시즌의 특징입니다.
1화 : 자동 고객 서비스
오류를 일으켜 주인을 제거 대상으로 여긴 로봇청소기와 그에게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인간의 고군분투를 그린 내용인데, 이 에피소드는 캐릭터의 데포르메가 워낙 특이해서 기억에 남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서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삶, 자동화 시스템의 숨겨진 위험 등을 비판하는 풍자물일수도 있겠는데 청소기의 제거 시스템을 취소하려면 유료 등록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제거가 될 때까지 청소기들이 쫓아다닐 거라는 부분이 정점이었습니다. 진짜 서비스가 막장에 다다르면 유료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고객을 죽음으로도 몰고 갈 수 있겠다 싶어서요.
2화 : 얼음
얼음 행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은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을 개조하는데 그것을 거부한 주인공이 동생과 함께 서리고래라는 행성 특유의 거대한 괴물을 구경하러 갔다가 위험에 빠질 뻔한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몸을 개조하지 않아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 뭐 이런 인간승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딱히 잘 와닿지는 않고 그냥 나였다면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개조를 선택하겠다 싶더라고요. 외적으로 보면 개조한 인간이나 지구인이나 별 차이가 없었는데 개조한 인간들이 개조가 안 된 지구인을 바로 알아보는 걸 보면 인지 시스템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운동신경이나 추위에 버티는 것도 그렇고, 저 행성에선 개조를 안 하는 이점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이 에피소드는 1시즌의 지마 블루 에피소드랑 그림체가 비슷하던데 같은 감독 작품이려나요.
3화 : 팝 스쿼드
'회춘 치료'라는 걸 이용해 영생을 살게 된 인간들의 사회에서 번식이 죄로 분류되어 처벌된다는 설정이 배경인 에피소드입니다. 주인공은 회춘 치료를 거부하고 번식을 선택한 인간들을 찾아 처벌하는 일종의 경찰인데, 번식자의 아이들을 처형한 뒤 혼란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히고 나중에는 다른 번식자와 그 아기를 지키기 위해 동료 경찰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 그런 내용이에요. 여기서 주인공이 왜 혼란에 빠졌는지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는데 처음엔 혹시 그도 번식자의 아이 태생이라서 저러나 추측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에피소드에서 그런 부분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서 좀 아리송했다고 해야 하나요. 그와 별개로 에피소드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는 생각. 그런데 영생을 산다고 병이나 사고에 완전히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사고사나 불치병으로 죽게 되면 그 빈자리를 채울 필요가 있어, 어느 정도 번식을 용인할 필요가 있을 텐데 번식을 하는 인간들을 찾아내는 족족 죽인다면 결과적으로 인간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나요? 이런 모순점이 설명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던 에피소드였어요.
4화 : 황야의 스노
이번 에피소드는 우주 배경의 할리우드 서부 영화를 보는 느낌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장르를 뭐라 하는 것 같던데 단어가 안 떠오르는 상황) 주인공인 스노는 알비노고 영생을 사는 인물인데 그 영생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자들에게 쫓기는 입장. 스노는 늙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잘려나간 몸의 일부도 재생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런데 그 영생의 비밀이 다름 아닌 스노의 생식샘에 있어 그를 노리는 자들이 '고환'을 노린다는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 붙어 있어요.
중간에 지구의 정보국에서 나온 여성과 관계를 맺는 장면이 있어, 혹시 막판에 스노는 죽고 그가 스노의 아이를 가지면서 DNA를 가지고 지구로 돌아가는가 싶었는데 그런 뻔한 설정은 아니었고, 정보국에서 나온 여성은 과거 사고로 몸의 상당수를 개조하여 스노와 비슷하게 영생을 사는 입장이었으며, 결국 이 에피소드는 영생을 살기 때문에 외로운 남녀가 만나 연인이 되는 로맨스물이라고 봐도 좋겠네요. 생각보다 취향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