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 리뷰
모처럼 영화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겠다 우연히 영화 채널을 살펴봤더니 이 『엑스 파일』의 극장영화가 방영 예정이었고 기대를 하면서 TV 앞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외화시리즈로 TV에서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이 방영된 적이 있었고, 그것을 보고 싶어 밤늦게 기다린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늦은 밤, 아마 기억 상으로는 밤 11시경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이야 문제도 아니지만 당시 어린 시절엔 11시까지 버티기는 좀 힘들었던 모양으로 『엑스 파일』 시리즈를 보고 싶어 하면서도 졸려서 놓친 경우가 상당수였습니다. 그래도 가끔 재방송이라던가 이런 것으로 몇 편 본 기억이 있는데 하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폭풍으로 고립된 한 호텔에서 해변가에서 올라온 기이한 괴생물이 인간들을 습격하는 좀 가물가물하지만 대강 이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았어요. 생각해 보니 상당히 오래된 시리즈인데 대충 어림잡아도 이삼십 년은 된 시리즈가 아닐까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본 영화상에서 사십 년 된 초능력자 연구센터가 폐쇄되었단 이야기가 지나가듯이 나오기도 하고요.
하여튼 이번 영화화된 것을 보면서 『엑스 파일』 시리즈가 대개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괴생물을 상대해왔으니 이번에 등장하게 되는 것은 과연 뭘까 싶었습니다. 외계 생물이라도 등장하려나 싶었는데 영화는 의외로 한 여자가 어떤 남자들에게 습격당하는 마치 『CSI』 시리즈나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에 나올 법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어 FBI 요원들이 얼음 밭에서 무언가를 수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내 거기에서 남자의 잘린 팔이 발견되지요. 이 『엑스 파일』시리즈를 안 본 지 상당히 오래되었으므로 주인공들 이름 빼곤 거의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왜 멀더가 수배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데 이번에 실종된 FBI 요원을 찾아내는데 협력하면서 결국 혐의가 벗겨지긴 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리고 사라진 요원을 찾는 단서는 자칭 영매라는 조셉 신부의 환영을 통해 얻게 되는데요. 즉 이번 『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의 이야기는 외계 생물이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특수 능력을 지닌 영매의 힘으로 범죄의 피해자를 찾아내는 내용이더군요.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조셉 신부의 과거 전적(소아 성범죄 전과)과 여전히 알 수 없는 요원의 행방, 그 능력 자체가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여기서 대개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FBI 측과 스컬리일 테고 오히려 멀더만이 조셉 신부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내용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 조셉 신부의 능력이 진짜인 것은 의심할 바 없으나 뭐 현실에 대입해본다면 요원들이나 스컬리의 반응이 차라리 정상적이다 싶을 정도. 하지만 신부의 단서를 통해 범인들의 정체와 실종자들의 행방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약간 음모론스러운 설정이 나왔다고 할까요? 처음엔 범인들이 장기매매 조직인 거 같았더니 알고 보니 일종의 키메라 실험과 같은 것을 사람들 상대로 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장기 매매 같은 것은 실험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한 방편이었던 모양인 듯... 처음 여자 실종자들 습격하는 장면에서 범죄 수사물의 연쇄 살인마들 같은 놈들이라고 착각했었습니다.
왠지 오래된 시리즈에서 멀더는 특성상 사고에 휘말려서 이리저리 구르는 역할을 많이 맡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멀더는 범인에 대한 감을 잡아 그들을 추적하나 오히려 역으로 죽임당할 뻔하고 멀더의 위기를 알아챈 스컬리는 조셉 신부가 알려준 단서를 통해 멀더를 찾아내는데 여기서 멀더의 실종을 알아채고 도와주는 FBI 요원이 오래전 TV 시리즈에서도 얼굴을 비춘 인물이라는 게 희미하게나마 기억나서 반갑더군요. 결국 인체 실험 장소를 알아채서 범인들을 잡고 아직 살아있는 실종자도 구해내는 등 사건은 해결됩니다. 다만 조셉 신부는 과거의 전적이라던가 범인들의 정체가 그가 추행했던 인물이라는 게 드러나 오히려 공범으로 몰리는 등 취급이 좋지 못한데 이런 인물에게 영적인 능력이 선사된 것은 신의 뜻이란 게 참으로 미묘하다고 말하려는 것이려나요? 또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이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가 떡밥만 내포된 게 아닌 깊은 연인 사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남녀가 주인공일 경우 공식 커플이기보단 그냥 팬덤에게 떡밥만 주는 것이 여운과 상상력의 여지가 있어 더 좋단 생각이 드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