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과 만화

『살렘스 롯』 상권 리뷰

0I사금 2025. 6.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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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OCN에서 『뱀파이어 빌리지』라는 영화를 방영해 준 적이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제가 리뷰를 쓴 바 있으면 한번 원작 소설을 접해보고 싶다고 여겼었는데, (2013년 경) 도서관에 들리니 신간코너에 『살렘스 롯』이 전권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됐다 하는 심정으로 상/하권을 전부 빌려왔고 당일에 상권을 전부 읽게 되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체 취향에 맞는 것인지 아니며 이 작가의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는 것인지 상권을 빠른 시간 내에 읽게 되었는데 상권과 하권을 한꺼번에 리뷰한다면 전에 시청한 영화와 비교하여 글을 썼을 때 분량이 너무 늘어날 거 같아서 리뷰도 상하로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이름의 표기들이 영화판과 약간씩 다른데 (예를 들면 마스턴 저택->마스튼 저택) 소설 리뷰이므로 소설의 표기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책의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의 목차 페이지 뒤에는 조그맣게 일러두기로 '세일럼스 롯'의 발음 문제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과 여기에 언급되는 마을 이름의 발음은 '세일럼스 롯'이 맞는 편이나, 세일럼스 롯의 이름의 '예루살렘'에서 비롯되었고 소설 내에서 예루살렘과 세일럼이 동시에 표기되기 때문에 독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살렘스 롯'으로 통일했다고요. 책의 프롤로그는 예루살렘스 롯으로 향하는 한 남자와 아이, 이미 영화를 본 상황에서 알다시피 두 인물은 주인공인  벤 미어스와 마크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소설의 상권을 읽다보면 파악이 되지만 영화는 소설의 설정과 인물들을 되살리면서도 내용을 어떤 면에서 축약하고 어떤 면에서 각색하여 보여줍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영화 『뱀파이어 빌리지』의 시작은 구제활동을 벌이는 극상에선 이미 흡혈귀 발로우의 수하가 된 캘러한 신부와 몸싸움을 벌이던 벤이 창문 밖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실려간 뒤 죽어가는 상황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되지요.


극상의 인물들이 각각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는데, 일단 기본적인 흐름은 같습니다. 수수께끼의 인물 발로우와 그 수하 리차드 스트레이커가 마스튼 저택을 부동산 업자 래리 크로켓을 통해 구입하여 골동품점을 연 뒤 마을의 아이 하나가 실종되고 그 형은 죽고, 개의 시체가 잔인하게 발견되는데 소설 하권에서 설명되기를 흡혈귀가 개를 죽인 이유는 이 개가 사악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개이기 때문. 하여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점은 소설이나 영화나 비슷하게 진행되며 발로우와 죽은 형제에 의한 흡혈귀 전염이 퍼지는 것도 비슷한 편입니다. 다만 영화에서 인물들에게 좀 더 설정이 붙여져서, 예를 들어 벤 미어스는 소설 속에서 어릴 적에 마스튼 저택의 주인이 자살한 시체를 목격한 뒤로 트라우마가 된 것으로 나오는 반면, 영화 속에서는 악마 숭배에 미친 그들이 어린아이를 납치 살해한 것을 목격하여 충격받은 것으로까지 묘사됩니다. 


즉 영화 상에선 벤 미어스가 겪는 고뇌의 중심이 단순 어린 시절 극복하지 못한 공포심만이 아니라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둘 수밖에 없던 무력감과 죄책감까지 더해져 그를 압박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소설과 영화 상의 차이라면 소설 속 벤 미어스는 이미 결혼을 했고 교통사고로 부인과 사별한 상태인 반면 영화 속 벤 미어스는 사람에게 쉬 맘을 여는 편이 아니라 다른 여자는 없는 것처럼 나오지요. 그리고 소설 속의 메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매튜 교수는 소설 상에서 처음으로 마을에서 벤 미어스를 만나 호감을 느끼는 것에 비해 영화에선 학창 시절 스승이라는 설정이 덧붙여져 있으며, 영화상에서 메인 격으로 활약하여 흡혈귀에 맞서려다 벤 미어스 앞에서 흡혈귀의 트릭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의사 짐 코디는 소설 상권에선 그저 실종된 형제의 진찰을 맡거나 매튜 교사의 주치의 정도로만 등장할 뿐입니다. 


소설 하권 앞부분을 잠깐 읽어보니 영화상에서 짐 코디가 유부녀의 유혹에 넘어가 불륜관계를 맺다가 걸려 남편에게 공갈당하는 장면은 잠깐씩 등장하던 단순 엑스트라 격인 인물이 겪는 것으로 묘사되며 그 인물은 나중에 남편에게 탈탈 털린 뒤 도망치다 발로우를 만나 흡혈귀화 하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그리고 수잔을 좋아해서 벤에게 열폭하던 플로이드는 영화에서 일찍 모습을 비춘 것과 달리 소설상에서 초반에 잠깐 언급되다가 상권 막바지에 갑자기 나타나 벤을 린치 하는데 직접 등장한 시점에선 이미 흡혈귀화 된 상태로 나오더군요. 게다가 아직 상권에선 개초딩 마크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단순 등장인물의 숫자를 비교한다면 소설 쪽이 단연코 많은데, 영화 상에선 이야기를 깔끔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처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덕에 마스튼 저택의 비밀이 영화상에선 단순 악마숭배자의 집 정도로 암시된 데 반해, 소설 상에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갱단의 일원이었던 허버트 마스튼이 마을에 들어서기 전부터 엄청난 악행을 저질러왔고 벤 미어스는 그 점에 대해서도 마을에 돌아오기 전에 조사했으며, 마스튼 저택에서 그가 사는 동안 아이들 실종사건이 벌어진 것이나 그가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것 등이 언급됩니다. 그가 악마숭배자이며 동시에 아이를 제물로 바친 것은 마을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지만 마을에 오래 거주한 여러 사람이 알고 있으며 매튜와 보안관 파킨스는 그 사실을 진작부터 인지하고 있었지요. 외에도 벤이 거처하는 하숙집의 맘 좋은 여주인 에바와 에드(소설 상에선 족제비란 뜻의 위젤로 불림) 사이에 과거와 심리도 좀 더 자세히 언급되는 편입니다.


특이하게도 수잔이나 마크의 집안은 소설 상에선 둘 다 부친이 버젓이 실존하는데 영화상에선 어째 이들의 존재가 생략되어 편모가정처럼 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벤을 경계하는 수잔의 모친의 행동은 편모가정이라는 설정에서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소설 상에서 수잔의 모친이 벤을 경계한 이유는 수잔의 전남친인 플로이드를 더 오래 보아왔기에 안정감을 느꼈고, 반면에 벤은 불안해 보여서 믿음이 안 간다는 묘사가 나오더군요. 반면에 수잔의 부친은 벤에게 굉장히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오고요. 소설의 상권 마지막은 벤이 입원해 있는 동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벤 대신 매튜를 방문한 수잔이 흡혈귀가 된 마이크와 마주하여 쇼크로 심장발작을 일으킨 매튜를 구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동시에 흡혈귀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던 그도 죽은 마이크의 반지를 매튜의 집에서 발견하면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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