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 리뷰

0I사금 2025. 6.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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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도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은 수작이나 명작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긴 들었는데 정작 보는 일은 많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 우리나라엔 드림웍스 쪽 애니들이 더 강세라든가 하는 소리를 본 것 같기도 한데요.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그 명성만 들어봤지 아직도 시리즈 중에 한편이라도 본 기억은 없었습니다. 나중에야 영화 채널을 통해 『토이 스토리』 3편을 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엔 앞의 시리즈들을 본 적이 없어서 내용 이해가 가려나 싶었는데 대개 이런 시리즈 작품들일 경우 전 내용을 몰라도 납득이 가게끔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영화 시리즈 중에 1편이 아닌 2편부터 본 경우들도 좀 많았던 기억도 있었고요. 3편 같은 경우는 마지막 장면만 명장면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본 적은 있어서 조금은 내용 파악이 되긴 했었어요.

그리고 보고 나니 캐릭터들이 많다던가 시리즈를 모른다던가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전작의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이번 3편만 보고 느낀 점이라면 이것은 단순 어린아이 대상으로 나온 작품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보고 즐길 수 있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주인공 장난감들의 주인인 앤디가 이제 대학생이 되어 더 이상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지도 않고 학업 문제로 집을 떠나게 되면서 우디를 비롯한 장난감들의 처분을 어떻게 하나가 발단이 되는데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추억으로 묻어야 하는 것들과 또한 그것들과 작별하면서 성장통을 겪지만 그래도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주인공들이 기증 형식으로 가게되는 (거의 우여곡절로 가게 되는 셈이지만) 탁아소 햇빛마을이 평화로운 곳이 아닌 독재자 곰인형 랏소가 공포로 지배하는 곳이라는 게 드러나 장난감들의 이야기지만 묘하게 강자에게 맞서서 자유를 쟁취하는 이야기까지 묻어 나와 배경만 장난감 인형이지 이 부분만 보면 다른 장르 같다고까지 느낄 정도. 중간중간 애니 제작진이 센스 있다고 느낀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 다른 작품 패러디나 오마주 같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고요. 동시에 코믹함도 상당히 넘쳐나서 즐겁게 봤습니다. 보면 등장하는 각 장난감과 인형들에게 개성들을 각각 부여하면서 동시에 그들 중 하나도 버리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영화의 특징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구도 잉여나 낙오자가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이나 악당조차 나름의 사연과 매력이 있는데 악당인 랏소나 랏소의 과거를 알려주는 조력자 캐릭터인 처클스 같은 경우는 외양은 귀여운 인형이지만 그 캐릭터성이나 성격만 본다면 영화 『다크나이트』 시리즈에 나올 정도로 중후함이 있어 시선을 끌어요. 동시에 주인공 우디는 마블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 뺨칠 정도로 행동력 있고 리더십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며 왜 우디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지 알 정도. 캡틴 아메리카 이야기가 나오니 중간 랏소 일당의 소행으로 조작이 되어 그들의 명령을 듣게 되는 버즈는 아예 윈터 솔저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영화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보통 영화나 애니메이션 내에서 러브라인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강한데 반해 여기서 공식 연인으로 나오는 것은 카우보이 세트로 보이는 제시와 버즈였습니다. 

그리고 바비 인형 세트는 처음엔 반 민폐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후반에 큰 활약을 하면서 주인공들을 돕는 등 그 반전적인 특성이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 조의 아내들 중 하나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막판에 큰 활약을 하여 인상적인 성장을 보이는 치도를 닮았다던가... 랏소는 나름 슬픈 과거를 지녔던 데다 그 횡포 때문에 팀킬 당하고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지고 우디에 의해 목숨을 건지면서 정신을 차리나 싶었는데 여전히 악당 근성을 못 버리는 게 반전으로 그래도 응징이랄지 막판엔 쓰레기 차량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어 속 시원함과 동시에 웃음을 안겨주더군요. 결말은 햇빛 마을 탁아소의 장난감들은 랏소의 독재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고 앤디의 장난감들은 보니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맞습니다. 앤디와는 헤어지지만 그래도 긴 여운을 남기는 지금까지 본 애니 중에서 톱으로 꼽을만한 결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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