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2022년~2023년)

『슈룹』 12화 리뷰 (2022. 11. 20. 작성)

0I사금 2025. 6.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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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12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결말까지 얼마 안 남은 셈인데, 왠지 앞으로 더 심상찮은 사건이 터질 기미를 보이네요. 일단 가장 큰 떡밥은 서함덕과 관련된 역모 세력이 어떤 배경으로 모인 것인지이고, 의성군이 왕 이호의 자식이 아니라면 아직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궁금한 부분. 그리고 대비는 의성군이 왕의 친자가 아니란 걸 눈치채고도 그냥 넘어갈 소산인지 알 수 없어요. 대비는 왕실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권력이 더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의성군이 자기 아들의 친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인물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권의관이 한성으로 돌아오고 황귀인(현재는 숙원)과 다시 재회하는 장면이 제법 의미심장하게 비치는데요.


이걸 보면 이 둘의 사이는 단순 황귀인이 권의관을 이용해먹는 그런 종류의 관계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만약 권의관이 흑막 중 하나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쪽에서 황귀인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옥에 갇힌 서함덕을 아픈 것으로 위장하여 탈출시켜준다고 일러놓고 진짜 독약을 먹인 걸 보면 드라마에서 처음 권의관을 보았을 때 예상한 거와는 굉장히 다른 전개가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또한 서함덕의 역모 사실을 왕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게 나왔듯, 그동안 택현과 경합에 가려져 잊힌 태인세자의 죽음이 다시 중요한 떡밥으로 등장합니다. 왕인 이호 자체가 정통성이 강한 왕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불온한 움직임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하는 법이긴 하지만.


그런데 만약 폐비(선대 중전)가 이 역모와 관련이 있는 거라면 그 역시 처음에는 화령의 편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반전이 존재할 것 같은 예상이 드네요. 그리고 궁 내부에선 세자가 된 성남대군을 두고 약간의 신경전이 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대비가 자신에게 인사를 올리러 온 성남대군에게  세자복과 왕의 옷에 그려진 용의 발톱 숫자 차이를 운운하며  '왕이 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은 말을 건네고, 성남대군은 성남대군대로 어린 시절 대비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대비가 나와야 전개가 긴장이 되는데, 중전인 화령과 대비가 대립하는 장면뿐만이 아니라 성남대군과 대비가 대립각을 보이는 장면도 나름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반면 이런 심각한 장면들과는 상대적으로 12화의 세자빈 간택 자체는 좀 발랄한 분위기로 전환되어 전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귀인, 태소용과 함께 성남대군의 신붓감 후보를 물색하던 중전은 청하가 한 여인을 감싸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요. (비단을 파는 가게에 숨어서 유명한 가문의 여식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는데 여기서 고객들의 모습 일부가 너무 현대적인 진상의 이미지 같아서 폭소) 청하는 아이를 낳지 못해 소박맞은 여인이 생계를 위해 내놓은 비녀의 가격을 상인이 후려치려고 하자 이에 능숙한 말발로 맞받아치며 여인을 돕게 됩니다. 중전은 그런 모습을 눈여겨보다가 직접 나서서 여인을 도운 뒤, 청하와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청하가 성남대군의 초상화를 꺼내 들었다가 중전이 세자라고 알려주면서 그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은 뭔가 이야기가 너무 술술 풀리는 느낌이라 좀 황당하기도 했지만... (청하가 성남대군 초상화를 계속 들고 다니는 거랑 화령을 상궁마마로 착각하는 게 좀 웃겼달까) 처음 예상한 것과 달리 철없이 구는 청하가 중전의 골머리를 앓게 할 것이라는 전개와는 반대로 가더라고요. 중전은 자신과 상관없지만 곤경에 빠진 여인을 돕는 청하를 인상 깊게 보고 그를 세자빈으로 만들려고 하게 되거든요. 반면 대비는 자기 사람을 세자빈으로 앉히되, 동시에 다른 여성들과 달리 행동이 방정맞아 보이는 청하를 세자빈으로 만들어 성남대군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식으로 발목을 잡을 목적이었던 듯.


제 딴에는 최악의 세자빈을 성남대군에게 보내준다고 했는데, 현재 중전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득인 셈이에요. 뭐랄까 청하는 목적이 정해지면 잘 해내는 게 훈련 잘 받는 강아지 같아서 교육하는 보람이 있는 인물 같달까요. 그리고 만월도에서 한 행동을 보면 눈치가 굉장히 빠른 점도 있어서 상궁마마로 착각했던 인물이 알고 보니 중전이었다는 것도 중간에 눈치채기도 했고요. 그런데 중전과 만나는 계기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을 돕는 거였고, 또 거기서 '칠거지악'의 폐해와 그에 맞설 수 있는 '삼불거'에 대해 토로하는 대사가 나왔던 걸 보면 아무래도 청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전개가 될 것 같달까요. 초반에 몸이 약했다는 설정도 언급되었고, 저런 대사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란 생각만.


그리고 세자로 책봉되기는 했지만 성남대군이 형의 죽음과 관련된 의문을 풀고, 사가로 쫓겨난 원손을 반드시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까지 한 걸 보면 왠지 자기 자식까지 왕으로 올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서요. 거기다 현재 청하가 병조판서 딸이라는 점 때문에 대비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혼례를 올렸어도 거부감을 보이는 장면도 있어서 오해도 풀어야 할 성싶고요. 어쨌든 청하의 존재는 대비의 통수를 치는데 의의가 있어야 할 듯. 그런데 그 와중에 잊혔던 무안대군과 초월의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어 기억을 환기시키는데 갑자기 혜월각에서 사라진 초월이가 무안대군의 아기를 낳고 궁 앞에 나타나는 장면은 너무 현대극의 한 장면 같아서 좀 위화감이 들었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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