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리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올 때 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빌려오잔 맘에 얇은 책을 골라왔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 책 O. 헨리의 단편집인 『마지막 잎새』로 이 책은 예전에 리뷰한 『포우 단편집』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올 책이기도 합니다. O. 헨리의 단편집 같은 경우는 예전에 청소년문고본으로 읽은 적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책 『마지막 잎새』에 실린 단편은 총 13편으로 절반은 읽은 적 있고 절반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어요.
첫 번째 소설 「마지막 잎새」는 워낙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언급하는 게 입이 아플 정도라는 생각인데 다시 읽어도 감회가 남다른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소설 내의 단편들 중에서 이 단편이 주는 감동이 가장 큰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혹시 「마지막 잎새」가 예전에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었나요? 가물가물한데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소설은 의외로 교과서에 실린 소설이라는 점이 있거든요. 비슷한 제목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헷갈리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두번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분명 감동적인 소설이지만 의외로 감상을 방해한 것은 이 이야기를 블랙유머로 비틀어버린 패러디를 넷상에서 접한 적 있기 때문이었어요. 원작에서 부인은 자신이 자랑하는 머리칼을 팔아 남자의 시계줄을 남자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를 팔아 여자의 장식용 빗을 사다 준다는 이야기지만 패러디작에서는 남자는 자기 시계줄을 사려고 여자의 자랑인 머리를 몰래 잘라 팔아버리고 여자는 장식용 빗을 사기 위해 남자의 보물인 시계를 몰래 팔아버린다는 내용이었는데 블랙유머 쪽이 더 참신하고 현실적이라 생각이 들면 막장이려나요.
세번째 소설은 「경관과 찬송가」입니다. O. 헨리의 소설에서는 하찮은 범죄든 극악한 범죄든 범법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더라지요. 실제로 O. 헨리는 횡령죄로 투옥당하고 감옥에서 소설을 써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이 단편은 소피라는 오갈 데 없는 한량이 겨울을 나기 위해 하찮은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뒤 섬에 있는 감옥에서 지내려고 계획을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우연히 교회에서 들려오는 찬송가를 듣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밖에서 얼쩡거리는 그를 수상쩍게 여긴 경관이 구속하여 결국 섬으로 간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O. 헨리의 소설에서 많이 반복되는 주제예요.
네 번째 소설은 「20년 후」는 친구 둘이서 이십 년 전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둘 중 한 친구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레스토랑은 진작에 사라져 버린 약속의 장소에 나타나는 내용입니다. 거기서 우연히 마주친 경관에게 친구와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를 털어 넣고 경관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버리지요. 약간 시간이 지나 친구가 찾아오고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중에 찾아온 친구가 원래의 친구가 아님을 눈치채고 추궁합니다. 그는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며 그에게 경찰서까지 얌전히 따라오라고 한 뒤 편지를 건네줍니다.
앞서 찾아온 경관이야말로 진짜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이며 약속장소에 나타난 친구가 지명수배자라는 것을 알고 차마 자신의 손으로 체포할 수 없어 다른 후배를 친구로 위장하여 보냈다고요. 참고로 오래전 헤어진 두 친구가 범죄자와 경찰로 만나는 구조 역시 O. 헨리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점입니다. 이것도 설마 작가의 경험일까요? 여기에 실려있진 않지만 O. 헨리의 다른 단편에서 기차에서 해후한 두 친구 중 하나가 형사에게 끌려가는 입장이라 형사는 자신이 범죄자인 척하면서 그 만남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장면을 목격한 행인들이 형사들은 자기 오른손에 수갑을 채우지 않는다며 형사인척 하던 양반의 오른손에 수갑이 채워진 것을 지적하는 이야기도 있지요.
다섯 번째 소설 「손질이 잘 된 램프」의 주인공은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는 약간 속물 기질이 있는 낸시와 세탁소에서 일하는 루로 둘은 서로 친한 친구사이입니다. 루는 돈을 많이 벌어서 애인인 댄과 결혼하기로 맘먹고 낸시는 백만장자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루는 화려한 옷에 끌리게 되고 낸시는 사람들의 허위와 기만을 느끼게 돼요. 어느 날 루가 종적을 감추고 그를 기다리던 댄은 낸시와 맘을 터놓게 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앞두고 낸시는 공원에서 루를 만나는데 백만장자와 눈맞았다는 소문대로 루는 값비싼 모피코트와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지요. 낸시는 자신이 댄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루에게 털어놓고 시간이 약간 지나 공원에서 한 경관이 화려한 옷차림을 입은 여성이 우는 모습과 그를 달래는 수수한 차림의 여성을 보고는 이런 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못 본 체하고 지나갑니다.
여섯 번째 소설 「되찾아진 개심」은 악명 높은 금고털이범 지미 발렌타인은 석방되자마자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 벤 프라이스가 그를 다시 쫓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은행에서 만난 여인을 사랑하게 된 지미는 맘을 고쳐먹게 되지요. 하지만 결혼식을 앞두고 그의 집에 놀러 온 어린아이가 금고에 갇히는 일이 발생하자 지미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금고털이 기술을 이용하여 아이를 구해내고 벤 프라이스 형사를 만나 자수하려 하지만 형사는 그를 외면하고 떠나버립니다.
일곱 번째 소설 「운명의 충격」은 백부와의 사이가 틀어져 유산을 물려받지 못하게 된 밸런스가 공원에서 지낼 무렵 한 부랑자를 만나 그가 백부의 오래전에 집 나간 다른 조카이며 자신 대신 상속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부랑자는 상속자가 된 이후부터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밸런스와 함께 변호사를 찾아간 부랑자는 자신의 상속권이 취소된 것을 듣게 되지만 홀가분함 심정으로 그 자리를 떠 버립니다. 대신 밸런스에게 상속권이 가게 되고 밸런스는 기절합니다.
여덟 번째 소설 「검은 독수리의 실종」은 국경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적 '검은 독수리'가 종적을 감추자 그 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아기 우유병을 뺏어먹었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했던 치킨(별명) 랏글즈는 어린아이를 속여 약간의 돈을 훔친 뒤 화물차를 타고 남부로 떠납니다. 거기서 말 한 마리를 훔쳐 타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그는 도적단 바드 킹 일당에게 대담하게 음식을 요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일원이 됩니다.
험상궂은 생김새와 덩치로 사람을 압도하는 그를 따르는 일원이 많아지고 바드 킹은 수장 자리를 그에게 넘겨주기로 하지요. 그들이 화물열차를 털기로 하고 열차에 올라탄 검은 독수리가 총으로 신호를 보내면 움직이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열차 안에 실린 톱밥에서 그리운 고향의 냄새를 맡게 된 검은 독수리는 강도짓을 때려치우고 열차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떠나버립니다.
아홉 번째 소설 「1천 달러」는 숙부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1천 달러를 유용하게 써야 할 청년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1천달러를 제대로 쓸 방법을 듣게 되는 내용입니다. 그들의 대답이 영 미덥지 않던 청년은 숙부가 생전 후원했던 헤이든 양을 만나 그에게 돈을 넘겨주고 청혼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변호사를 만나 유언장의 내용을 들은 그는 자신이 허투루 1천달러를 쓸 경우 유산이 전부 헤이든 양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헤이든 양에게 돈을 주었다는 보고서를 찢은 뒤 경마로 돈을 날렸다고 거짓말하고 그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막대한 돈에 이런 쿨한 태도가 많이 보이는 것도 오 헨리 소설의 특징입니다.
열 번째 소설 「인생은 연극이다」는 연극을 설명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입니다. 어떤 사건을 접하고 그것이 희극적이지 못하단 이유로 글을 쓰지 않는 신문기자인 친구로부터 화자는 한 사랑 이야기를 듣는데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은 여성이 한 남성을 선택하여 결혼식을 치릅니다. 결혼식 당일 날 밀려난 남성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여자에게 거절당하고 손에다 작별의 키스를 하는 것을 남편이 보고 오해하게 됩니다. 남편은 집을 나가게 되고 여자는 남편을 기다리며 이십 년의 세월을 보냅니다. 그동안 변호사에게 청혼도 받지만 거절하지요.
여자가 세를 낸 방에 한 바이올리니스트와 한 신비로운 남자가 들어섭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자신이 과거에 돌에 머리를 부딪힌 이후 기억을 잃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여자가 자신이 이미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고백을 거절하지요. 이후 신비로운 남자가 찾아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자신이 이십 년 전 여자의 결혼을 파토낸 구혼자였고 여자의 남편과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넘어진 그를 돌에 머리를 부딪혀 죽게 하고 말았다고 고백합니다. 사실을 알게 된 여자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것을 깨닫고 층계를 뛰 올라가는 게 결말.
열한 번째 소설은 「희생타」는 잡지와 소설을 발간하는 하스스턴사의 편집장은 들어온 원고를 주위사람들에게 배부한 뒤 평가를 받고 적당한 것을 잡지에 싣는 것으로 시작하며 연애소설가를 지망하던 앨런 스레이턴은 하스스턴사의 편집장이 연애소설 원고를 회사의 속기사인 파후킨 양에게 보낸다는 것을 알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혹하여 결혼식까지 올리는 내용입니다. 스레이턴은 이제 자신의 소설이 당당히 인정받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의 원고가 하필이면 급사의 실수로 부부싸움을 신나게 벌이던 관리인 부부 중 남편에게 보내졌고 그가 소설을 '헛소리 작작하라'라고 평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열두 번째 소설은 「마녀의 빵」으로 빵가게를 운영하는 마더 미참은 동정심이 많은 사십 대 여성으로 항상 굳은 빵 두 개를 사가는 남자를 보고 가난한 화가라고 생각하여 안타깝게 여깁니다. 점차 그의 감정은 연모로 변하게 되고 남자를 위해 굳은 빵에 버터를 발라주지요. 하지만 다음 날 남자가 다른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자신을 보고 부질없는 참견을 한다고 욕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와 같이 있던 다른 남자가 미참을 찾아와 사과하며 말하기를, 화가로 생각한 그 남자가 실은 건축설계 제도사이며 시청설계도를 뽑는 응모전에 도전하여 석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그리고 미참의 빵집에서 사간 굳은 빵은 먹는 용도가 아니라 지우개 용도로 대신 쓰고 있었는데 미참이 빵에 버터를 바르면서 그의 설계도가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지요.
열세 번째 소설은 「나팔소리」로 살인강도사건의 범인과 그의 친구인 경찰이 재회하여 술을 마십니다. 경찰은 자신의 친구가 범인이란 걸을 알지만 친구가 과거 심각한 빚을 해결해 준 은혜 때문에 빚을 갚기 전에는 감히 체포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를 미워하면서도 절망합니다. 친구 역시 자신이 그동안 저지른 범행을 자랑하듯 떠벌리지요. 경찰은 친구에게 범행의 사실을 신문사에 잡히면 큰일이라고 경고하지만 술 때문에 자만해진 친구는 오히려 유명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범행을 떠벌리고 맙니다. 다음날 신문사가 그에게 현상금을 내걸게 되고 경찰은 그 현상금을 받을 수 있게끔 친구를 경찰서로 끌고 갑니다.
책 속의 단편을 다 읽고 난 뒤 느낀 거지만 잘 진행하다가 막판에 반전을 던져주는 소설이 많습니다. 참고로 예전에 청소년문고본인 금성출판사의 단편집에 실려있던 소설들이 있어서 익숙한 내용이 있는데요. 여기에서 새로 접하게 된 단편이나 청소년문고본에만 있는 단편들도 묘한 아이러니가 주제인 것이 많았습니다. 하찮은 죄로 감옥살이를 한다거나 진짜 제대로 된 범법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오 헨리가 소설을 쓸 당시 횡령죄로 감옥살이를 하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테고요. 단편의 내용들은 거의 짧은 편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