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인카운터』 리뷰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유플러스 모바일 TV에서 무료로 올라왔을 때 감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좀 예전에 『그레이브 인카운터』라는 제목의 영화를 얼핏 본 적이 있었는데 실은 공포영화, 그중 페이크 다큐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예시로 든 영화들 중 이와 같은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랬던 것. 영화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면 실화라느니 영화의 공식 포스터에서조차 실화라는 언급이 있고 실은 영화의 시작마저도 일반 영화처럼 어떤 이야기를 담은 한 장면을 연기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인터뷰 장면처럼 시작하는데 이 영화의 이런 구도는 예전에 본 다른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일단 영화가 실화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으레 있는 현대 공포영화의 마케팅 일환이라고 보면 될 듯해요. 애초에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페이크 다큐 장르에 대해 찾아보다가 얻어걸린 셈이니까요.
영화의 구도는 SF 영화이자 페이크 다큐 영화인 『디스트릭트 9』과 좀 비슷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이 있다는 설정 아래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고 이 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유령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폐쇄된 정신병원에 들어가 유령의 모습을 담는 것이 목적입니다. 일단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것을 담는다는 점은 비슷한데 영화의 형식이 페이크 다큐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많이 느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디스트릭트 9』이 인터뷰 중간중간 주인공에게 닥친 일들을 일반 영화 영상처럼 삽입했다면 이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주인공들에게 갑작스레 닥친 일- 예상 밖의 일로 실제로는 영화의 중심 내용-마저 연기가 아닌 실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촬영하여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중반 본격적인 유령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거의 주인공들의 정신적 고문에 가까운 내용들이 나와 보면서도 좀 괴로웠는데요. 특히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인공들이 더 실감 나게 촬영한답시고 관리자에게 밖에서 문을 단단히 잠그게 해서 정신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안에서 사고가 터져도 주인공들은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굉장히 폐쇄적인 곳에서 주인공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점이었어요. 사람들에겐 크건 작건 폐쇄 공포증이 존재할 수 있고 공간이 한정되면 제작비도 절약되고 영화 제작진이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나중에 주인공들이 견디다 못해 문을 부수고 나가려고 하지만 그때부턴 유령들의 농간으로 마치 미로에 빠진 것처럼 병원 내부를 헤매게 되는데 단순 유령의 출몰이라면 실화라고 착각할 법도 할 것 같지만 이런 미궁 연출 덕에 공포감은 커져도 왠지 실화는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 묘한 아이러니.
왜냐하면 병원 내부를 미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은 카메라에 담긴 그런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환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을 실제로 보여주니 약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지. 다만 주인공들이 출구라고 생각해서 다가갔더니 막힌 곳이라거나 하는 부분에선 보는 입장에서도 절망이 느껴져서 좀 괴로웠습니다. 거기다 이런 부분이 한두 번이 아니라 더욱 그러한 느낌을 주는데 오히려 영화의 공포스러웠던 부분은 기괴한 모습의 유령들이 등장하는 부분보다는 이렇게 주인공들의 출구를 찾았다는 희망이 깨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공포영화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지 왠지 처음 죽는 인물들보다 후반에 오랫동안 살아남는 인물일수록 더 끔찍한 몰골에 처하는 경우들이 다수인데, 어떤 영화에선 극적으로 주인공이 살아남아도 장르 특성상 더 불길한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있거든요. 특히 이 영화에선 죽음이 확정된 인물들 말고 행방이 묘연한 인물들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에 맡기고 있어서 더욱 그런 점이 있어요.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이라던가 카메라에 담긴 장면, 영화의 배경이 버려진 환자들을 데리고 불법 시술을 마구 자행한 정신병원이라는 점등을 보았을 때 아마도 중간중간 사라진 주인공들의 운명은 그 불길함이 말할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들을 보았을 때 제가 보았던 일본의 폐병원 괴담을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었어요. 꽤나 흥미로웠던 괴담이라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이런 병원 괴담의 무서운 점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결국 환자들과 똑같은 꼴이 된다는 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에서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심령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진들이 영상의 자극적인 면을 연출하려고 일부러 짜고 치는 모습이 나오는 장면인데 돈을 주고 근처 일하는 사람에게 목격담을 위조한다거나 가짜 영매와 인터뷰를 조작한다거나 하는 등 이런 장면들이 공포영화치고는 묘하게 코믹한 데가 있어서 후반의 장면들과 대비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