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피엔드』 9화 리뷰 (2024. 1. 27. 작성)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9화 리뷰입니다. 이번 9화부터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나와서 당황했는데, 아무래도 9화부터는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면서 이야기가 전환되는 시점이었던 듯. 9화 막판 주인공인 서재원을 기만하며 그녀를 원망하던 - 나중에 오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 남편 허순영이 갑작스럽게 살해당했다는 내용이 등장했는데요. 일단 허순영이 그동안 서재원을 배반했던 건 딸인 아린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검사 결과를 보고 서재원이 자신을 먼저 배반했다고 여겨 복수심에 그런 것이지만 알고 보니 그녀가 해리성 기억 장애가 있고, 7년 전 강간을 당했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그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년 전 재단 모임에 들렸던 남자들의 유전자 샘플을 구하여 아린의 유전자와 대조하기까지 했는데 이번 9화에 나온 결과를 본다면 권윤진의 전 약혼자가 강간범이 확실했던 모양. 이 부분은 육성으로 욕이 나왔는데 권윤진이 남자 보는 눈이 진심 의아했을 정도. 하지만 이 때문에 권윤진의 태도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7년 전 사건에선 서재원은 강간 피해자였고 약혼자가 나쁜 놈이었음에도 지금 분노의 화살을 서재원에게 돌리고 있었거든요. 보통은 약혼자한테 혐오를 느끼고 자기가 의도한 건 아니라도 자기 약혼자가 저지른 짓이 그런 거라면 친구를 안 좋은 일에 엮이게 했다고 미안하게 되지 않나요? 중반 남태주가 서재원 주변 인물을 파고들면서 권윤진의 약혼자가 성범죄 전과가 많은 인간이란 언급이 나온 걸 보면 애초부터 인간쓰레기였는데 말이죠.
권윤진은 그야말로 서재원에 대한 평소의 열등감 때문에 공사랑 선악도 구분 못하고 날뛴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서재원의 아버지인 서창석에게 자신이 허순영과 내연관계였다는 것을 밝힌 것은 선 넘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고요. 서창석은 사위인 허순영의 행적에 분노하면서도 딸인 서재원을 위해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게 모든 일을 묻어버리자고 타협하는데, 권윤진이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서재원과 주변인들(윤테오와 허순영)을 동시에 도발하는 발언을 하며 분위기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했고 서재원 스스로도 기억과 현실이 엇나가 있는 것을 알고 위화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서재원이 망각한 그간 일들을 다시 알려주는 건 다름 아닌 보험조사관인 남태주였습니다. 물론 서재원이 기억을 찾는 건 결국 스스로 떠올린 거긴 합니다만...
남태주가 초반 서재원에게 사건의 불씨를 가지고 온 것처럼 이번에도 기억을 잃은 서재원에게 현실을 일깨워주는데, 작중 모습을 본다면 돈을 노리는 이기적인 인간이며 꿍꿍이가 뚜렷한 인물이지만 서재원을 기만한 적은 없고 의뢰받은 일은 충실하다는 데서 눈에 띄더라고요. 7년 전 재단 모임에 경찰로 찾아온 덕택에 당시 사건의 목격자일 수 있다는 데서 앞으로의 위치가 궁금해지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지금 서재원의 일로 심각해서 그렇지 그가 제일 먼저 언급한 보험금 사건도 아직 의문. 반면 서재원 주변의 다른 인물들, 윤테오는 초반부터 그러했듯 비중은 크지 않지만 조용히 서재원의 곁을 지켜주며 그녀를 위험에서 막아주려는 포지션이고 허순영은 그동안 행적을 후회하면서 서재원에 대한 진심을 깨닫고 그녀와 다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고백합니다.
9화에선 허순영이 강간범인 권윤진 약혼자를 찾아가 두들겨 팬 것도 있고, 서재원을 대하는 그 행동에 진심과 사죄가 묻어나서 권윤진과 불륜 관계를 맺은 게 기만이긴 했어도 매우 절절해 보였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와 압박하는 권윤진에게 더 이상 서재원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며 무릎을 꿇기까지 하는 등, 9화에서 보여준 허순영의 모습은 과거 서재원이 자신을 배반했다고 오인하기 전 부인을 사랑하던 남편 그 자체였는데요.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허순영의 사망 플래그였다는 점이 반전이었다고 할까요. 왠지 현재 전개는 특별한 반전(권윤진 아버지의 개입)이 있지 않은 이상 허순영의 살인범이 권윤진일 것 같은데 혼수상태에 빠진 백승규 팀장도 의사 복장을 한 누군가가 살해하려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 등 9화는 살인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 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