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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9권 : 제6부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 리뷰

0I사금 2025. 1.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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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드디어 9권입니다. 도서관에서 살펴보니 『십이국기』 전권은 총11권으로 다음 권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의 다음 시리즈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한권으로 된 단편집입니다. 몇 해 전 『십이국기』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하고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세계관이나 등장인물들에 매력을 느꼈는데 일단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인공 나카지마 요코의 성장기가 꽤 인상 깊었던 것도 사실이고 간간히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의 숨은 이야기에도 흥미가 갔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좀 더 원작에 살을 붙여 나름 납득이 가게끔 오리지널 스토리를 넣기도 해서 좀 더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는데 그래도 현재까지 나온 십이국의 이야기가 전부 애니메이션에 반영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애니메이션으로 진행하기에는 미완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십이국기』를 접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이야기인 대국 이야기가 실은 그 후속편이 나오지 않은지라 어쩔 수 없던 것도 있습니다.

『십이국기』 원작 소설을 차근차근 순서대로 읽어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전에도 블로그에 언급했었지만 대국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만으로는 더 알 수 없는 게 많아 궁금했던 나머지 대국의 뒷이야기를 다룬 이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 그리고 『십이국기』 시리즈와 어느 정도 연계가 되는 ‘마성의 아이’를 먼저 빌려본 적이 있습니다. 일단 오리지널 이야기가 조금씩 가미되었다 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원작의 라인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을 먼저 읽었어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결국 이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도 그 대국의 이야기에 제대로 된 종점을 찍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단 타이키가 돌아온 것은 다행이지만 결국 태왕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를 찾을 수 있는 지는 확실하게 결말짓지 않은 지라 기약 없는 후속편만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읽어가면서 내용은 다 알아도 혹여나 예전에 놓쳤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새로 읽어갔습니다. 이번에 읽으면서 다시 느낀 것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 중 묘하게도 태왕 교소우의 심리에 대해선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게 보였는데 이야기의 시점은 오히려 그의 장수였던 리사이의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리사이의 과거 회상과 그가 겪으면서 느꼈던 심정에 대한 묘사는 많이 나오며 리사이를 만난 요코의 심리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되는 편인데 이상할 정도로 교소우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극히 적어서 놀라웠다고 할까요. 리사이나 리사이와 친한 추관 카에이의 대화를 봐도 이 교소우에 대해서는 주위 사람들이 파악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많이 주는데 외부적으로 보이는 그 성향이나 성격을 보더라도 교소우는 굉장히 표현하기 복잡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 때문인지 몰라도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대국 이야기가 나왔을 때 교소우의 심리에 대해서도 묘사가 많이 안 된 측면이 있고 그에 따라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교소우는 뭔가 악인이 아니냐는 느낌까지 받은 경우가 있던 걸로 아는데 솔직히 애니메이션보다 더 자세한 묘사가 나오는 원작 소설을 읽었다 하더라도 이 교소우에 대해선 뭔가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추관인 카에이의 말로는 외적으로는 거칠게 뛰는 말이지만 하늘의 선택을 받아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표현이 나오며, 표풍의 왕이라는 묘사나 타국에도 명망이 높은 장수이며 분명 보통 인물은 아닐 거라는 게 느껴지지만 소설 상에서 교소우의 속마음이 어떤지는 잘 묘사가 되지 않아 그 생각은 결국 알 수 없고, 결국 비슷한 기질이라 여겨진 아센의 모반에 의해 그 행방마저 묘연해졌으니 읽다보면 더 아리송해지는 인물이라고 해야 하나요. 교소우의 이런 점은 의도적인지 몰라도 결국 그 적이라 할 수 있는 아센마저도 그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서 이번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은 대국 내 한정으로 떡밥을 많이 만들어내는 편이라 생각이 듭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먼저 본데다가 주인공인 요코가 무관 스타일인지라 왠지 이 둘이 비슷한 이미지일까 싶었지만 오히려 성향은 정반대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요. 독자들의 이해와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는 데는 요코 같은 성장형 캐릭터가 더 적합한 점이 있으니까요. 칸타이와 태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요코가 자신을 태왕과 속으로 비교하는 장면도 꽤 재미있는 점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확실히 여러 가지 일을 겪다보니 요코도 많이 변하긴 했다는 게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서도 눈여겨 볼 것은 타이키의 사령인 산시의 폭주인데 왜 그가 미쳐 날뛰게 되었는지 산시의 심리도 많이 묘사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고 해야 하나요. 요괴나 짐승이라기보단 산시 역시 판단을 하고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게 보이는데 기린이란 존재나 요마들은 십이국이란 판타지 세계에서도 참으로 이질적인 존재라 이것도 십이국 내에서 또 다른 궁금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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