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과 만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리뷰

0I사금 2025. 1.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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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내용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일 겁니다. 보통 동화책 같은 것으로 많이 접했을 텐데 오히려 내용에 비해 작가가 누군지는 전혀 몰랐던 것은 의아한 일이라지요. 보면 유명한 동화책이나 이야기책 같은 경우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 대개 작가가 누구인지는 거의 모르고 지나갔는데요. 우연히 지나친 도서관 책장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각각 다른 출판사의 번역으로 여러 권이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책은 유명한 내용만 다루고 있지만 이 청목사의 책은 다른 책들보다 두께가 되었는데  작가가 직접 그렸을 삽화에 짧은 글들 위주로 되어 있어 독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다 읽고 나니 이 책은 현재 인터넷 웹툰 형식으로도 연재가 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는 제목과 같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다른 두 편 「값싼 코뿔소를 사세요」와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유명한 이야기다 보니 다시 언급하는 것도 손 아플 지경이지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모의 사랑 같다는 나무에게도 실은 감정이 있고, 서운함이 있었다는 게 이번 원본을 접하면서 알 수 있게 되더군요. 정말 보답 없이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주었지만 결국 소년은 나무가 원하는 대로 같이 있어주지 않아 나무는 행복해하면서도 실상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읽으면서 이 나무의 사랑은 보답을 바라지 않는 끝없는 헌신이 아니라 행복을 바랐지만 결국 행복을 얻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보상을 받게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더 슬퍼지는 내용이었는데요.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헌신을 숭고하다고 찬양하고 그 사람의 운명이 너덜너덜해진다고 하더라도 ‘그가 행복하다고 하면 된 거’라며 책임을 돌리고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가 떠올랐다고 할까요. 이런 관점은 제가 나이를 먹어서 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에서 드러난 ‘실은 행복하진 않았다’는 나무의 고백 덕분에 더 확실해졌습니다. 그나마 이야기에서 나무는 소년이 돌아왔으니 망정이지 현실이었다면 저런 보상도 없었을 거라는 것. 「값싼 코뿔소를 사세요」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듯 한 아이와 놀아주는 만능 코뿔소 이야기를 상상으로 묘사한 것인데, 생각보다 감흥은 적었습니다. 오히려 세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마지막 이야기인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이었는데 모 웹툰의 패러디도 생각나고 기대감이 컸던 것도 있었어요.

 

자신의 빈 부분에 맞는 운명의 상대인 한쪽을 찾는 동그라미가 오랜 여행을 거친 끝에 맞는 파편을 찾아내는 이야기인데 어찌 보면 운명의 상대를 찾아가는 로맨스 구도일 수도 있어요. 만약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사랑에 대한 환상이 강한 식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법도 한데 이야기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전한 원이 된 동그라미는 그 형태 때문에 멈출 수 없고 계속 굴러가는 바람에 자신이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친구들을 모조리 놓쳐버리고 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 아닌 것을 알고 한쪽을 원래대로 분리하여 쪼개진 모습으로 돌아간 뒤 다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끝나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안겨줍니다.

 

어쩌면 여기서 동그라미가 찾는 한쪽이란 제가 처음 보면서 생각한 ‘운명의 상대’이거나 혹은 '이루고 싶은 목적'이나 '꿈'같은 것일 수도 있겠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것을 찾아서 쟁취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기존 동화의 틀을 벗어나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도 지금의 행복을 영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막연하고 허황된 목적이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운명의 상대라는 것에 정신이 팔려 현재를 날로 보내는 사람들에게 꽤 의미심장하지 않을까 하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하면서 현재의 행복은 희생하는 경향이 없지 않거든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보니 와닿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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