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14화 리뷰 (2022. 5. 16. 작성)
드라마 『괴물』 14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2회 차 분량만이 남았는데, 마지막에 거의 다다라서도 반전의 연속이라 좀 놀라웠다는 느낌이에요. 일단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전편에 던져진 단서를 통해 다음 전개는 어떻거나 실은 진실은 이런 게 아닐까 추측하는 게 맞은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할까. 예상이 빗나가는 전개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것 같네요. 드라마 14화 전까진, 사슴 농장 부근에서 매장된 시신들이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고 처음엔 이창진의 짓인가 의심을 했다가 이창진은 그저 도해원의 부탁으로 이유연의 시신을 처리하려고 왔다는 내용이 나와 만양읍에서 벌어진 살인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인간이려니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또 다른 곳에서 벌어진 살인도 실은 연쇄 살인범인 강진묵의 소행이고, 이창진이 강진묵에게 이유연의 시체를 처리하라는 명목으로 그의 범행을 묵인해 준 것은 아닐까 멋대로 추측을 했었는데요. 이번 14화 중반 박정제와 이동식의 함정으로 이창진은 이유연의 시신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강진묵에게 고스란히 시신을 강탈당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박정제의 추리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이동식이 세웠을 가설로 보이는 이 추론에 따르면 당시 이창진이 한눈을 판 사이 이유연을 쫓아온 강진묵은 이창진의 차 안에 있던 이유연의 시신을 몰래 빼돌리고 그것을 이동식의 집 창고에 매장한 것이었다고요.
즉, 이창진은 이유연의 시신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면서 도해원을 속이고 그녀에게서 이득을 취했다는 게 드러납니다. 이 상황에서 도해원은 멋도 모르고 이창진에게 따지러 왔다가 박정제와 이동식이 꾸민 함정 수사에 끼어들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덕분에 이창진과 말다툼을 벌이면서 그녀가 숨기고 있다는 비밀이 있다는 것도 밝혀지더라고요. 도대체 드라마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면서 드러나는 또 다른 '비밀'은 뭘까요? 설마 사슴농장의 시신이 이창진의 소행이 아니라 도해원의 소행이기라도 한다는 걸까요? 적어도 박정제가 이 시신에 대해 모른다는 점 때문에 사슴 농장 부근의 진실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에요.
어쨌든 이창진은 그동안의 혐의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데, 여기서 지화가 전 남편이라고 봐주고 뭐고 해주는 게 없다는 것이 멋있었단 느낌. 간간이 등장하며 서포트를 해주는 형사 도수나 국과수 일원인 선녀도 활약하는 등 비중이 적은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도도 좋았다고 할까요. 그런데 도수랑 선녀가 부부라는 사실은 엉뚱하게도 이번 14화에서 둘의 대화로 알게 되기도 했고요. 전 회차부터 임신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둘이 부부라고는 인식을 못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이제는 사건에서 발을 빼도 될 법한 유재이도 한주원의 부탁으로 '토끼몰이' 작전에 참가하여 이창진과 한기환을 자동차로 추적하는 등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회차 같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한주원의 멘탈이 가장 많이 붕괴되는 회차이기도 했는데요. 그는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려고 청문회에서 체포당하는 작전까지 쓰고, 차에 도청기까지 설치하는 등 진짜 부자지간의 정 이런 거 없이 내 할 일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동식이 정작 배려를 해주면서 혐의 부정하라고 했더니만 또 제멋대로 인정해서 역으로 이동식을 당황시키는 등 파트너 말 안 듣는 성격도 그대로였고요. 한주원 때문에 이동식이 당황하는 장면이 이 드라마에서 드물었던 지라... 그런데 한주원은 이번 14화 엔딩에서 이창진에게 강진묵을 살해하게 시킨 것이 한기환이고 강진묵을 죽이려고 한 이유가 그가 이유연을 차로 치는 걸 강진묵이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듣자 굉장히 충격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아버지에게 냉정한 자식이라고 해도,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고 자기 아버지가 살인까지 저질렀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저 정도로 멘탈이 붕괴된 걸까요?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드라마의 구성이 현재 시점에서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범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저지르는 범행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주인공들이 범인들이 숨기고 있는 걸 밝혀내려는 구도로 이어지느라 보면서 약간 혼동을 하기도 했다는 거예요. 드라마를 보면서 이미 주인공들은 저들의 범행을 알고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하지만 정작 범인들은 자기들 한 짓을 주인공들에 밝힌 적은 없고 시청자만 미리 알고 있는 전개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