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비소설 기타

『나는 왜 네가 힘들까』 리뷰

0I사금 2025. 1. 9. 00:00
반응형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올 생각을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책이 다른 책들보다 얇은 게 눈에 띄어서였습니다. 왠지 그날따라 몸도 안 좋고 가방도 무겁게 느껴져서 기왕이면 가벼운 책으로 책이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의 책을 고르려고 했고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나는 왜 네가 힘들까』였습니다. 그런데 책의 제목이 주는 뉘앙스라거나 책의 저자 이름이 어째 낯이 익다 싶었던 것이 혹시 내가 예전에 이 저자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나 싶어 곰곰이 기억을 되새겨 보니 다름 아니라 블로그에 이미 감상문을 써서 올린 바 있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저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가 나름 좋은 도움을 준 고로 이번 책도 처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실은 저번에 읽은 저자의 책에서 눈에 깊게 들어온 것은 '심리 조종자'들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는 대개 감각과잉자들의 성장 시절부터 이어진 불화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이므로 심리 조종자에 대한 언급은 일부 정도에 지나지 않으나 감각 과잉하고는 별도로 이런 유의 인물들과는 평범한 사람들도 얽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거든요. 아무래도 이 책 <나는 왜 네가 힘들까>는 이런 심리 조종, 의도했거나 혹은 은연중에 행했을 수도 있는 심리 조종 관계와 그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언을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 조종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 인상적인 것을 꼽자면  무리한 요구를 유머로  되받아 치기가 쓰이는 것이었고요.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은 사람들끼리의 다툼이 있을 때 생겨나는 삼각구도인 피해자 - 박해자 - 구원자의 삼각관계인데 으레 사람들이 단어에서 연상할 법한 편견과 이미지와 달리 이 삼각 구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들은 한가지 면모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라고 해서 반드시 약자이거나 동정적인 대상이라고 볼 수 없고, 박해자라고 해서 악인은 아니며, 구원자라고 해서 반드시 성자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은 특정 콤플렉스나 불안을 감추기 위해 이 삼각구도의 한 역할을 의도적으로 -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은 - 연기할 수도 있다는 점. 의존성이 강하고 책임 회피가 강한 사람일수록 피해자의 역할에 몰두하거나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투사하기 위해 박해자가 되는 사람, 혹은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성장을 막고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기 위해 구원자 역할을 떠맡는 경우 등등.


실제로 이 삼각 구도는 단순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면에서 일어나는 형태로 심지어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조차 이런 구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구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현실의 관계에서는 이 삼각구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구원자가 될 수도 있고 박해자가 또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구원자가 다시 박해자가 될 수도 있는 등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이 겹쳐 나타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이 삼각구도가 가장 불안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바로 가족 관계라고 볼 수 있겠더군요. 이 책 『나는 네가 왜 힘들까』는 이런 삼각구도에 지나치게 빠지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언을 하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많이 보이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혹은 성자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무시한 채 타인의 욕구만을 들어줄 경우 올 수 있는 파국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고 할까요? 


특히 마음에 들었던 조언은 다른 사람이 극복해야 할 마음의 짐과 불안을 떠맡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책임의식 과잉이라고 할지, 배려심 과잉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마음의 짐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책임감 없는 인간이 여러 핑계를 대거나 혹은 불쌍한 사람의 모습을 취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죄의식을 부추기는 행동을 말합니다. 하지만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라면 자신 앞에 닥친 일, 자신의 불안은 자신이 맡고 해소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것을 다른 사람이 떠맡아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는 사실을요. 조금 놀라운 사실은 저자의 지적으로 이런 행동 양상을 보이는 부류 중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많고 저자의 고향인 프랑스에서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