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1시즌 2화 리뷰 (2022. 5. 24. 작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1시즌 2화 리뷰입니다. 이번 2화의 부제가 다름 아닌 '지옥'이던데, 일단 저 수수께끼의 게임에 참가하는 인간들의 사정은 주인공인 성기훈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바닥을 헤매는 인간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다만 1화에선 극을 이끌어갈 성기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사정 말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암시 정도로 그쳤다면, 2화에서는 성기훈을 포함하여 다른 이들의 사정까지 좀 더 상세하게 그려진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이번 회차의 내용은 부제의 '지옥'을 따라간다고 해야 할까요? 같은 플랫폼 드라마에서 나온 '지옥'이랑 결이 달라도 지옥은 지옥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저 '게임'에는 밑바닥을 치는 인간들만 싹싹 긁어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
일단 본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게임'의 생존자들은 자신의 현실이 어떤 건지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드라마에서 보이는 참가자들의 반응이 현실적이라 몰입을 도운 것 같다고 할까요? 살인은 게임이라며 실실거리는 만화형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진심 다행. 참가자들은 게임을 그만둘 테니 제발 내보내달라고 애원하고, 실종 신고가 들어가면 당신들도 무사할 수 없다는 등 현실적인 말을 꺼내기도 하는데요. 아직도 초반부라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지만 400명이 넘는 인간들을 긁어모아놓고 그들의 개인 사정까지 조사하여 관리를 할 정도라면 여기에 엄청난 준비과정과 자금이 필요할 게 뻔하거든요.
그러니까 저 게임이 단순 생존물의 틀을 만들기 위해 어거지로 만들어진 설정이라고 한다면 창작물이라고 해도 설득력이 떨어져서 뭔가 뒷배경이 나오긴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 주인공을 비롯 참가자들 대부분이 어마어마한 빚을 진 데다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인간들이라면 진짜 국가 차원에서 나름 사회적 관리를 하려고 고약한 취향을 가진 자금줄이랑 거래해서 저런 거 만들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일단 돌아가고 싶다는 참가자들에게 관리자- 분홍색 옷을 입은 가면남 -가 게임을 중간에 그만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기훈의 아는 동생인 상우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답게 참가자들 과반수가 게임을 그만두기로 동의하면 게임을 중지할 수 있다는 동의서의 제3조항을 언급하게 됩니다.
그래서 투표를 하여 과반수가 게임을 포기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나 싶었는데요. 2회차밖에 안 된 분량에서 벌써 사람들이 빠져나갈 리 없고, 분명 뒤에서 뭔가 공작이 있어 저 참가자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알아서 재참가하게 만들 것이다 싶었는데 이번 2화의 내용이 딱 그런 의도에 맞아떨어지는 것이더라고요. 저 게임의 뒷배경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게임의 룰을 본다면 한 사람당 1억 원의 상금이 있고 절반이 약간 넘는 참가자가 탈락을 하면서 판돈이 255억이 되었다고 관리자의 입으로 언급이 되면서, 처음엔 죽기 싫다고 하던 사람들도 판돈에 눈이 돌아가는 상황이 절로 만들어지거든요. 물론 투표는 게임 포기 쪽에 표(일남 노인의 표)가 하나 더 많아서 중지되긴 합니다만.
일단 『오징어 게임』의 주요인물들은 이들인데, 여기 등장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절박한 사정을 가진 인간들이란 게 자세하게 설명이 됩니다. 단, 네 번째 순서에 있는 준호는 게임 참가자가 아니라, 게임에서 빠져나온 기훈이 경찰서에 가서 횡설수설 그간 있었던 일을 신고할 때 그를 주의 깊게 보던 경찰관으로, 그는 앞으로 이 게임의 방향을 설정할 다른 키를 가진 인물일 것 같다는 느낌. 일단 기훈이 빠져나온 뒤 자신이 겪은 일을 신고하는 거나 그 이야기를 들은 경찰이 그를 망상병 환자 취급하는 모습도 은근 현실적인 모습이었다고 할까... 반면 준호는 기훈이 놓고 간 명함이 실종된 형이 가진 명함과 같다는 걸 알고 기훈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등 접촉을 시도하게 됩니다. 물론, 그 이전에 기훈이 게임에 도로 참가하게 될 기미를 보이면서 무산되지만요.
어쩌다 드라마 스포일러를 약간 접하게 된 게 있는데, 설마 실종되었다던 준호의 형은 1화에 흑막처럼 나온 그 사람인 걸까요? 이 흑막을 맡은 배우가 누구인지 스포일러를 통해 알고는 있습니다만... 하여튼 게임을 무사히 빠져나온 기훈에게 닥친 건 어머니가 당뇨병으로 다리를 절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다른 참가자들 역시 기훈 못지않게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탈북자 출신으로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부모랑은 헤어지고 동생을 시설에 맡겨야 하는 새벽이나, 외국인 노동자인 알리처럼 악덕 사장 때문에 월급을 떼어 먹히고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주변 상황이 안 좋게 꼬이는 케이스를 빼면 나머지 인간들은 상황이 그렇게 된 데에 자신의 판단 미스나 잘못이 없지 않은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일단 기훈은 1화에서 사업 실패로 사채 빚까지 진 인간이 노모의 저금을 빼돌려 경마에 꼬라박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데 상우는 그것보다 더 답이 안 나오는 상황.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증권회사에서 일한다며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실상은 주식 투자, 심지어 그것도 선물 거래에 손을 대는 바람에 어머니의 재산까지 날려먹고 경찰에게 횡령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쫓기고 있단 게 드러나요. 조폭인 덕수 역시 필리핀 카지노에서 돈을 날려 자기네 조직에도 쫓기다가 자길 팔아먹은 부하를 살해하고 도주하는 등 진짜 하나같이 노답인 상황이라 뇌에 종양 생겼다는 일남 노인이 가장 멀쩡해 보일 지경인데 혹시 일남 노인에게도 뭔가 반전이 있기라도 한 걸까요? 하나같이 막장 인생을 마주한 인간들 중에 일남 노인만 정상적이라는 것도 은근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