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2022년~2023년)

『오징어 게임』 1시즌 3화 리뷰 (2022. 5. 25. 작성)

0I사금 2025. 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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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시즌 3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3화의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성기훈을 비롯하여 주역 멤버들이 서로 팀을 꾸리고 하하호호 하는 모습이 영 익숙하지 않고 너무 태평해 보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목숨을 건 생존게임에서는 게임을 처음 맞닥뜨렸을 당시 주인공들의 절박하고 끔찍한 모습이 더 공감이 가고 몰입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주인공들은 두 번째 참가인 셈이라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그런 불안이나 공포가 무뎌진 탓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주인공들이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하하호호 하는 장면보다는 차라리 오프닝에서 형사인 준호가 참가자들로 위장하여 관리자 - 핑크색 옷 가면남 - 하나를 제압한 뒤 그 옷을 빼앗아 입고 게임이 벌어지는 무인도로 잠입하는 부분이 더 몰입감이 있었던 느낌. 


그리고 이 게임의 뒷배경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인 게, 지금 참가자들의 위에서 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관리자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숙소를 본다면 참가자들과 다를 바 없이 어딘가 강제로 수용당한 인물들이란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있거든요. 준호가 관리자들의 룰 - 대화 금지나 상급자들보다 먼저 말해선 안 된다는 것 -을 몰라 정체를 들킬 뻔한다거나, 관리자 각각의 숙소 안에 CCTV가 있어 그들을 감시하는 모습을 본다면 관리자들 역시 참가자들과는 결이 달라도 무언가 약점이 있어 협박을 당하거나 강제로 관리자 역을 도맡은 자들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들었고요. 또 조금 뻔한 전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흑막, 최고 관리자로 보이는 검은 가면남이 아무래도 준호가 찾는 형이 맞는 모양.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게임의 참가자들 중 90%가 넘는 수가 돌아오기는 했지만 200명에서 약간 부족한 숫자라는 건 결국 그 게임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들도 있다는 사실인데요. 이들이 현명한 선택을 한 건지, 아닌지는 결국 드라마의 진행을 보면 확실해지겠지요. 일단 주역 멤버들은 성기훈을 중심으로, 아는 동생인 상우, 외국인 노동자인 알리,  일남 노인 이렇게 한 팀이 자연스럽게 꾸려지고, 조폭인 덕수를 중심으로 탈북자인 새벽, 그리고 과연 밖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았을까 싶은 미녀가 완전 협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팀이 되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미녀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전편인 2화에서 개인사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라 그런가 이번 3화에서 비중을 좀 많이 차지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하는 짓을 보면 굳이 저게 필요한 장면(팬티 안에 담배를 숨기고 그걸 피우겠다고 난리를 치는 장면 같은 것)인가 싶은 행동도 있었고요. 이건 설마 다음 게임에서 라이터를 몰래 이용한다는 복선을 깔기 위해 좀 억지라고 해도 일부러 넣은 장면인가 싶더라고요. 조폭인 덕수한테 호감을 보이는 것도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게 설마 나쁜 남자 취향인 건지... 왜인지  미녀는 이번 3회차까지 보았을 때 상우와 함께 사망 플래그가 짙게 느껴지는 인물 중의 하나예요. 특히 상우 같은 경우는 자연스럽게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 기훈이나, 자신이 친절을 베풀었던 알리, 그리고 일남 노인과 한 팀이 되기는 하지만 정작 다음 게임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을 때 혼자 살아남으려고 입을 다물었다는 게 영 걸리더라고요.

처음 참가자들에게 도형을 선택하라는 제안이 주어졌을 때 저게 과연 무슨 게임일까 싶었는데, 상우는 밤 사이 몰래 건물을 염탐한 새벽으로부터 관리자들이 설탕을 녹이고 있었다는 말과 도형의 모양만 보고 다음 이어질 게임이 '달고나' 뽑기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확실히 서울대 출신이라는 설정답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물이긴 하지만, 달고나 뽑기에서 유리한 도형이 삼각형이라는 걸 알고 다른 멤버들한테 알려주지 않은 채 혼자 그걸 선택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여주는데요. 이런 생존게임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결국 오래 못 가고 죽는 클리셰가 있단 말이죠. 그리고 어이없게도 가장 까다로운 우산 형태를 고른 건 기훈이었는데, 주인공 버프라고 해야 할지 기훈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달고나의 뒷면을 핥아 경계를 녹이는 꼼수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제시간 안에 형태를 부수지 않고 깔끔하게 따기만 하면 그만인 건지 기훈의 이런 꼼수는 넘어가게 돼요.  


어쩌다 드라마 스포일러를 찾다가 주인공인 기훈이 가진 유리한 설정은 '운'이라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진심 작중에서 기훈은 내세울 만한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는 주인공이거든요. 차라리 상우 쪽이 더 머리를 쓰거나 아는 것이 더 많아 선택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그렇지만 결국 주인공이 기훈인 이상 가장 오래 살아남는 인물은 그가 되긴 하겠지만...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게임의 종류는 1화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3화의 '달고나'처럼 옛날의 한국 놀이인데 게임의 주최자가 이런 형태의 방식을 선택한 것에도 나름 이유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 밑바닥의 인간들에게 복잡한 룰을 가르치기보단 가장 간단하고 누구나 알만한 것으로 선택한 건지 이 부분도 알 수 없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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