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2022년~2023년)

『오징어 게임』 1시즌 6화 리뷰 (2022. 5. 30. 작성)

0I사금 2025. 1.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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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시즌 6화 리뷰입니다. 전편에서 관리자로 위장하여 잠입한 준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번 6화에선 다시 게임 참가자들인 성기훈 일행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더군요. (그 유명한 '깐부'가 여기서 나옴) 일단 전편에서 관리자들 일부와 짜고 장기를 적출하여 외부로 판매한 일행들은 공개처형당한 모습으로 참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들의 죄명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것이지만, 암만 생각해도 드라마 내에 진행되는 게임이 과연 공정한 룰을 가진 것이냐는 조금 의문일 수밖에 없어요. 이번 6화에 등장한 게임의 룰을 보면 진짜 최소한의 룰만 지정한 뒤 그것을 폭력으로 강제한 다음 참가자들이 상대방을 어떻게 속여먹든 상관없다는 투로 진행이 되니... 


이번에 등장한 게임은 다른 아닌 구슬치기인데, 꼭 전해지는 구슬치기 방식이 아니라 폭력을 쓰지 않고 제한 시간 내에 상대방에게 구슬을 20개 빼앗는 인간이 생존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서로 짝을 지으라고 했을 때 두 사람이 협력하여 게임을 하는 방식이라고 예상한 인간들의 통수를 치는 전개였는데, 참가자인 병기가 처형당하는 바람에 사람의 숫자가 39명이 되어 필연적으로 한 사람은 남게 되는 상황. 그런데 다음 게임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다음 게임도 으레 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강한 남성 참가자를 찾고, 미녀만 짝을 찾지 못한 채 버려지는데 설마 저 캐릭터가 저렇게 허무하게 퇴장을 할까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스포일러를 약간 찾아보니, 다행히 미녀는 생존하게 된 모양. 


그러고 보니 이번 회차에서 뚜렷하게 죽음이 묘사되는 인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이 있다는 게 일종의 복선이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이번 회차는 주인공인 기훈도 기훈이지만, 상우 역시 밑바닥을 보여주는 회차였다고 할까. 기훈이야 외부에서 사업 망하고 딸의 친권 뺏기고 노모의 저금까지 경마에 쏟아붓는 인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민폐의 정도가 심각하긴 해도 주변 사람에 한해서고 자기 인생 말아먹는 케이스에 가까웠지 범죄자 유형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파업으로 회사에서 쫓겨나 나락 가기 전에는 어느 정도 건실한 인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점은 있었고요. 노인이라는 이유로 공격받기 쉽고, 같은 팀으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일남 노인을 꾸준히 신경 써주는 점도 그렇고.

그래도 저 상황에서 인간성은 잃지 않았나 싶다가 게임이 진행되자 일남 노인의 치매 증상을 알고 말을 바꿔가며 구슬을 가져가는 행동을 보면 역시 저 상황에선 저런 게 본성이지 싶다가도 주인공한테 실망스럽다가, 목숨이 걸린 상황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럴만하다 싶다가 복잡해졌는데요. 알리를 속여서 그의 구슬 주머니를 바꿔치기한 후 살아남는 상우를 보면 그래도 기훈은 인간적인 구석은 더 남아 있다 싶기도 했어요. 그럴싸하게 알리를 속여먹고 살아남은 상우를 보면 이 자식은 진짜 좋은 머리를 저렇게 써먹는구나 싶더라고요... 게임에 참가 안 했으면 언젠가 저 머리로 더 큰 사고를 쳤을지도? 오히려 이 구슬치기 게임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 새벽과 지영의 팀이었고, 이 둘이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굉장히 인상에 깊게 남을 정도였어요.


어째서 지영이 전편에서 목사인 참가자에게 적대감을 보여줬는지 설명이 나오더라고요. 과거 지영은 목사였던 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엄마까지 살해당했다는 언급이 나오거든요. 게임 시작 전 목사 참가자가 여자는 남자 갈비뼈에서 나왔네 애초에 남자보다 못하네 뭐네 하면서 미녀를 배척하는 장면까지 생각하면 욕하기 싫어도 욕이 안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작중 미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선 미녀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을 정도였달까. 어째 특정 신앙들은 시대가 지났어도 성별에 한해서만큼은 구시대적 편견을 당연하게 유지하나 모르겠네요. 지영은 결국 엄마를 죽인 친부를 살해하고 수감되었다가 출소되자마자 명함을 받고 게임에 참가했다고 하는데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갈 데가 없었다는 이유였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지영은 이 목숨을 건 게임에서 자신처럼 암울한 과거를 품고 있는, 그러나 반드시 돌아가야 할 가족이 있는 새벽을 위해 일부러 게임에서 지는 선택을 하고 맙니다. 지영이 심정적으로 터놓을 수 있고, 애착을 가질 수 있을 대상을 이 게임 속에서 찾아낸 것도 참 아이러니였어요. 지영의 죽음 때문에 새벽이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결국 생존자는 한 사람(성기훈)이 될 것 같으니 앞으로의 전개는 암울...  뭐 거의 기훈은 일남 노인이 막판에 살려보내줘서 살았다 싶은 수준인데, 여기서 일남 노인의 죽음이 확실하게 묘사되지 않은 것, 구슬치기 게임에서 갑작스럽게 치매 증상을 보여 성기훈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게 반전이 있는 인물은 확실한 듯해요. VIP 맞는 것 같은 게 이름이 '오일남'인 것도 왠지 자동차 오일 생각나서 기훈이 일했던 회사 회장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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