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2022년~2023년)

『기묘한 이야기』 2시즌 1화-9화 리뷰 (2022. 6. 24. 작성)

0I사금 2025. 2.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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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2시즌 리뷰입니다. 1시즌을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여러 시즌이 나온 드라마에 약간 게으름이 더해져서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2시즌을 보게 되었는데요. 왠지 처음에는 소재의 참신함에 이끌려 보게 된 1시즌에 비하면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시즌부터는 내 취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관둘까 하다가 드라마 중간에 놓는 건 엔간해서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도 꾹 참고 한 번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또 리뷰를 한 회차씩 쓰는 건 이번엔 왠지 번거롭다는 생각에 9회 차를 다 보고 한꺼번에 쓰게 되었네요. 2시즌은 중반이 넘어서면서 윌의 몸속에 들어간 '뒤집힌 세계'의 괴물 - 데모도그(데모고르곤+도그)들의 수장인 마인드 플레이어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흥미진진해집니다. 특히 지루했던 전반부의 분위기를 뒤집기라고 할 것처럼 후반부 병원(연구소)이 데모도그들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은 꼭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오싹함과 긴장감을 주더라고요. 개인적으로 2시즌에서 최고였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이 데모도그 무리가 병원에 갇힌 일행을 습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2시즌 초반이 지루했다고 느낀 이유는 1시즌과 달리 공포 효과가 적고, 새로운 등장인물이 많아져 이걸 사건에 끼워 넣느라 설명이 많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중2병 같은 빌리와 맥스 남매는 왜 나왔나 싶을 지경. 드라마에서 빌리 잘생겼다고 칭찬하는 것도 좀 이해가 안 갔는데 외모적으로는 차라리 스티브가 낫지 않나 싶더라고요. 저게 미국 80년대 취향인가 억지로 납득했던 수준. 그나마 맥스는 루카스의 이야기를 꾸며낸 것 취급하다가 스티브가 이끄는 아이들 무리에 합류하면서 덩달아 주인공 포지션에 들어가게 됩니다만... 빌리 이 자식은 그냥 방해만 하려고 등장했나 싶을 정도로 거슬리는 역할이었어요. 중요한 순간에 끼어들어서 폭력 쓰기가 다라니... 스티브 캐릭터가 전 시즌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정도로 좋아졌는데 그런 스티브를 패는 것도 맘에 안 들었고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소재와 스토리에 비해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범하여 캐릭터 매력은 떨어진다고 보는데, 그래도 스티브는 캐릭터의 변화가 눈에 띄는 편이에요. 완전 미국 범팔이 같다고 해야 하나. 연구소 소장인 오언즈와 함께 후반부 갈수록 이미지가 갱신되는 캐릭터였습니다. 오언즈 소장은 브레너 소장처럼 악당일 거라는 예상을 엎고 호퍼와 일레븐을 돕는 역할로 전환되어서 반전이었고요.드라마의 유일한 흠이라면 자꾸 러브라인 같은 걸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모양새인데, 솔직히 마이클과 일레븐의 관계도 볼수록 어린애들이 대체 뭐하냐 싶을 정도라 딱히 공감은 안 가고 낸시와 조나단은 결사반대 수준. 조나단은 누누이 말하지만 그 캐릭터의 성별을 반전이라도 시켰어야 신선한 캐릭터거든요. 그럼 낸시와의 관계도 깔끔한 여성 연대를 보여줬을 텐데, 낸시랑 엮는 건 보는 사람 찜찜하기만 하더라고요. 만약 조나단이 여캐였으면 진심 드라마에서 조이스와 함께 최강 모녀라고 빨았을 텐데 말이죠. 꾸역꾸역 너드남 판타지를 실현시키려고 한 제작진의 아쉬운 센스라고 밖에.


거기다  스티브의 캐릭터가 조나단에 비하면 훨씬 발전하기 때문에 기왕 낸시랑 엮어줄 거면 스티브를 엮어줬으면 좋겠네요. 더스틴이랑 기타 아이들 챙겨주는 스티브가 호감. 더스틴은 데모도그 새끼 키우는 것 때문에 민폐다 싶다가도 스티브 따르는 모습이 귀여워서 밉상은 아니더라고요. 얘도 새로운 캐인 맥스한테 호감이었나 싶었는데 왠지 다음 시즌에서 루카스 동생인 에리카랑 더 얽히겠다 싶은 느낌. 2시즌에서 새로운 캐릭터지만 조이스의 연인인 밥은 굉장히 호감 가는 캐릭터였는데 배우가 다름 아니라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샘 역할을 한 배우더라고요. 1시즌에 일어난 사태를 전혀 모르고 중반에 사건에 끼어드는 인물이지만 윌이 그린 터널을 보면서 이것이 호킨스 마을의 지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이스 일행을 바로바로 도와주는 캐릭터라 답답함이 없었기도 했습니다. 보통 다른 작품에서 밥 같은 캐릭터의 포지션은 상황을 이해 못하고 눈치 없이 굴다가 별 하는 것 없이 주인공들을 부각하고 퇴장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이 드라마에서 밥은 끝까지 조이스 일행을 돕는 역할이라는 게 반전이었어요.


은근히 이 드라마는 괜찮다 싶은 캐릭터를 쉽게 죽여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1시즌에서 일레븐을 도와준 식당 주인 베니의 죽음도 그렇거니와, 이번 2시즌에서 조이스의 연인으로 등장한 밥의 죽음도 충격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굳이 저렇게 잔인하게 죽여야 했나 싶을 정도로... 생각해 보면 좋은 이미지를 쌓은 캐릭터를 충격적으로 퇴장시키는 게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미국의 80년대 발전 수준은 우리나라의  90년대인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외국의 이야기면서도 한국의 90년대 배경이라고 생각하면 어찌어찌 비슷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미국 드라마답게 한 시즌 이야기가 완결되었다고 끝이 아니라는 느낌으로 2시즌이 끝납니다. 일레븐의 힘으로 뒤집힌 세계와 연결된 입구는 소멸시켰지만 아직 데모도그의 수장인 마인드 플레이어가 건재하고 일레븐처럼 호킨스 연구소에서 실험당한 뒤 일레븐과 함께 복수를 시도하려고 한 '008'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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