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7권 : 「셜록 홈즈의 귀환」 리뷰
지난 『셜록 홈즈 전집』 6권의 「마지막 사건」에선 주인공 홈즈가 죽은 채로 결말이 났었지만 이번 7권의 타이틀이 「셜록 홈즈의 귀환」인 것처럼 첫 번째 단편인 「빈집의 모험」에서 홈즈는 의기양양하게 부활합니다. 정확하게는 죽었다 살아난 게 아니라 모리어티 일당의 눈을 속이기 위해 죽음으로 위장한 거였지만요. 두 번째 단편 「노우드의 건축 업자」는 건축업자란 제목 덕택에 어느 정도 트릭을 중반서 파악했는데요. 한 청년이 살인 누명을 쓰는데 실은 피해자가 죽은 게 아니라 옛적에 그 청년의 어머니에게 차인 원한을 갚고 빚에서도 도망칠 겸 건물 안에 숨어 죽은 척 위장했다는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단편집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나쁜 놈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번 단편에서 피해자 코스를 한 노인네가 젊었을 적 차인 이유도 이런 동물학대 행각 때문이었지요.
세번째 단편 「춤추는 사람 그림」은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의 「춤추는 인형」과 동일하므로 생략. 네 번째 단편 「자전거 타는 사람」은 연락이 끊긴 숙부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여성에게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강제결혼식을 올리려던 일당의 실패담입니다. 홈즈의 활약도 없지 않았지만, 실은 그 일당 중에서 정말 그 여성에게 반한 인간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이 풀린 것도 있고요. 특이한 건 이 시대의 결혼식은 혼인신고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를 세워놓고 결혼식을 올리면 성립이 되던 모양입니다. 홈즈의 말로는 중범죄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 이런 신부납치 형식의 범죄가 적지 않았던 듯.
다섯번째 단편 「프라이어리 학교」는 명문 귀족가문의 자제가 실종된 사건을 그 학교의 교장으로부터 의뢰받은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주동자는 그 자제의 배다른 숨겨진 형의 소행인데 사건이 본의 아니게 목격자의 살인으로까지 커지자 주동자는 겁먹고 도망가고 홈즈는 그들의 아버지를 추궁하여 한 가정의 막장 가족사를 듣게 되지요. 홈즈는 법의 편에 서는 사는 사람이지만 가끔 사건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 탓에 벌어진다는 것을 알면 그것을 종종 눈감아주기도 하는데 이번 전집의 다른 단편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요.
여섯번째 단편 「블랙피터」는 포악하고 가정폭력을 일삼던 '블랙피터'란 별명의 선장이 작살에 꿰뚫린 채로 죽음을 맞습니다. 이번 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탠리 홉킨스'라는 젊고 유능한 경위가 조력자로 등장하는 건데 이 홉킨스 경위는 이번 단편집에 레스트레이드 경감만큼 자주 등장하게 되지요. 이번 편에 등장한 가정폭력이란 코드도 다른 단편에서 반복되는데 아마 예나 지금이나 고질적인 범죄 중의 하나라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이런 면모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이번 편에서 가정폭력은 이번 사건의 주요점은 아니었고 오히려 중반에 등장하는 주식 먹튀 사건과 더 관련이 있었지요.
일곱번째 단편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은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 뒤 돈을 뜯어내는 파렴치한의 이름입니다. 이번 편에선 홈즈가 이 자에게 약점을 잡힌 여성을 돕다가 오히려 제목의 그치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앞에서 말한 바대로 홈즈는 법의 편에 서지만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사건을 묻어두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살해당한 인간이 워낙 쓰레기 같은 작자라서...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도 가끔 있다고요. 오히려 이번 단편을 보면 홈즈가 결코 냉혈한이 아니라서 범죄 쪽으로 머리를 쓸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여덟번째 단편 「여섯 점의 나폴레옹상」은 나폴레옹상들이 계속 박살 나는 수상쩍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건 와중에 살인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재미나게도 나폴레옹상들의 소유자들 중 하나는 나폴레옹의 열성적인 숭배자이고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그 사건이 무정부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영국에도 여러 갈래의 사상들이 판을 치고 있던 모양이에요. 사건의 결말은 이탈리아의 명품 흑진주를 훔쳐낸 도둑이 몰래 여섯 개의 나폴레옹상 중 하나에 보물을 숨겨놓았고 그것을 찾아내기 위한 행동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아홉번째 단편 「세 학생」은 도둑맞은 시험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살인이나 절도, 혹은 의미불명의 실종 같이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특이하다 싶으면 홈즈가 사건을 접수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몰락한 가문의 자제의 소행이었고 그 가문의 집사로 지낸 바 있던 교수의 하인이 충성심에서 그 행동을 숨겨주었기 때문에 커진 사건이었죠. 결국 범인이었던 학생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열번째 단편 「금테 코안경」은 여성 살인자가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의도된 살인이 아니라 불행하게 일어난 '사고'로 밝혀지지요. 과거 무정부주의자였으나 동료를 팔고 과거를 감춘 교수와 그 교수의 잘못을 추궁하고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그의 아내가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릅니다. 홈즈는 그가 범행현장에 흘린 안경을 가지고 범인의 성별과 생김새까지 알아맞히지요. 이런 추리 방식은 홈즈 시리즈에서 많이 등장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 사건은 범인의 자살이라는 극적인 결말로 끝납니다.
열한번째 단편 「실종된 스리쿼터백」은 전도유망한 대학교 럭비팀의 선수가 실종된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실종이 아니라 연인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선수가 스스로 잠적한 사건이었죠. 이 단편은 사건 자체보다 오히려 홈즈가 인정할 만한 사람이 「보헤미아 스캔들」 사건의 아이린 애들러 이후 한번 더 등장한 것이 눈에 띄지 않나 싶습니다. 홈즈가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중 선수의 잠적을 몰래 도와준 레슬리 암스트롱 의사를 만나고 온 뒤 왓슨에게 하는 말이 암스트롱이 재능을 범죄 쪽으로 발휘하면 모리어티의 공백을 메꿀 것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열두번째 단편 「애비 그레인지 저택」은 「블랙피터」 편에서처럼 가정폭력이라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났는데 이번 사건의 핵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결혼하고 난 지 얼마 안 되어 줄곧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성과 그 여성을 남몰래 짝사랑해 온 남자가 등장하는데요. 결국 남자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홈즈는 법의 심판에 맡기기보단 인간적인 감정으로 그 사건을 묻어두기로 하지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홈즈가 사건을 묻어봤자 왓슨이 모조리 기록해서 책으로 내버리면 세상에 알려지는 거 아닌가 싶지만요...
마지막 단편 「두번째 얼룩」은 베스트 단편선에 동일한 내용이 있으니 생략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번 『셜록 홈즈 전집』 7권의 리뷰도 마무리했습니다. 재탕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좀 새롭게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건 제가 오랜만에 읽어서 내용을 다 잊어버린 탓도 있겠지만요. 홈즈의 새로운 면모를 알아가는 느낌이 든달까요?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홈즈는 완벽하다 싶을 만큼 여러 가지 재능을 갖추고 있고 오만한 사람이긴 하지만 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내향적이고 사람들과 사교적으로 지내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에요. 대신에 자기 취미에 심하게 몰두하여 요즘 말로 하면 '폐인'이나 오타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사람들에게 너무한다 싶을 만큼 무심해서 그런 점이 초탈한 인간처럼 보이게도 하지만 탐정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나약한 면모를 이해해 줄 줄도 아는 인간미가 있다는 것이 홈즈를 매력적인 인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왓슨의 매력은 부각되지 않지만 왓슨은 극의 인물이라기 보단 독자들의 시선을 대신하여 독자들을 사건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는다고 봐야 될 듯 싶네요. 하지만 자기가 만든 이런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을 작가 자신은 매우 싫어했다는 것은 아이러니. 아서 코난 도일의 이름을 남기게 한 게 바로 이 홈즈인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