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13화 리뷰 (2022. 7. 22. 작성)
드라마 『마인』 13화 리뷰입니다. 이번 13화를 재생하자마자 나온 것이 다름 아닌 한지용의 장례식이라 보면서 좀 당황했는데요. 전편인 12화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10일 전이라는 언급이 나와서 벌써 내가 모르는 새 그만큼 시간이 지나갔거나 놓친 내용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사건을 먼저 보여주고 그다음에 시간을 거슬러 전말을 파헤치는 형식이었고, 작중에 이런 구도가 몇 번 더 등장한 적이 있더라고요. 일단 엠마 수녀의 나레이션으로 한지용의 죽음을 미리 언급한 바 있고, 모든 이야기가 과거 편을 들려주는 형식이니까요.
한지용의 죽음을 목격한 건 엠마 수녀로, 엠마 수녀는 그 자리에 부인인 서희수와 또 다른 인물 -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있었다는 걸 경찰에게 증언합니다. 현재 드라마에선 잠적한 김집사 아니면 여자 셋 중 누군가가 범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상황인데 일단 한지용의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를 일으켜 카덴차 2층 난간에서 추락했다는 것. 하지만 엠마 수녀의 증언으로 살인일 가능성을 두어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경찰이 관련 인물들을 한 명씩 취조하면서 다시 과거로 올라가는 구도를 취하게 되는데, 일단 가장 먼저 취조를 받는 건 한진호인 모양이더라고요. 왜냐하면 한진호와 한지용의 갈등이 가장 표면적이기 때문이고, 한진호가 불법 격투장을 어떻게든 드러내려고 뛰어다닌 정황이 있어서요.
하지만 격투장 사건을 증언할 곽수창이 한지용의 술수로 살해당하는데다, 경찰은 윗선으로부터 효원 가 관련 수사를 중지하려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요. 이때 재벌인 한진호가 재벌이라고 봐주는 게 어딨냐며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경찰에게 소리치는 것이 나름 개그였습니다. 분명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 아저씨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폭소를 안겨주더라고요. 엠마 수녀의 일신회에 동생인 한진희가 가입하는 장면이랑 함께 웃겼다고 할까요. 이때쯤 되면 한지용은 거의 브레이크가 없어져서 자신의 치부와 관련된 이들을 살해하려고 드릉거리는데, 이혜진마저 한지용에게 위협을 겪은 데다 하준마저 아빠인 자기 거라며 서희수에게 내주지 않으려는 등 여러모로 위험한 플래그를 사방에 꽂고 다닙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지용이 주변에 너무 적을 많이 만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건 작 중 인물들도 마찬가지였고 한진호나 정서현이나 이 집안에서 한지용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는 말이 대놓고 나오기까지 할 정도였어요. 한편 정서현은 남편인 한진호에게 자신의 성 지향성 문제를 밝히며 원한다면 이혼을 해도 괜찮으니 지금은 한지용을 끌어내리는데 협력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의외로 한진호는 정서현의 커밍아웃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입니다. 사람이 열려있어서 그런 거라기보단 그 성격의 단순함이 늘 드러난 바 있고, 어차피 한진호 역시 애인을 셋이나 뒀을 정도로 떳떳한 인물은 아닌지라 정서현에게 뭐라 따질 수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런 점 말고도 지금 부인에게 묘한 애착은 있는 것도 같지만.
그런데 정서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레즈비언이라도 지금 불륜이 아니면 상관이 없다는 태도라서 저건 쿨한 건지, 단순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참 미묘한 지경. 자기 스스로 심플한 인간이라고 말하긴 했는데 그 '심플함'이 경영에는 도움이 안 되어도 저런 경우에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신기하더라고요. 어쨌든 정서현과 한진호는 한지용을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뜻을 합치고, 서희수 역시 효원 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혼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자신이 가진 주식 지분을 이용해 동서인 정서현을 차기 회장으로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한진호와 아들인 한수혁마저 정서현을 지지한다는 뜻을 보이니 뭐 남은 가족들이야 따라갈 수밖에 없겠지만은. 현재 정서현 말고 한지용한테 맞설 수 있는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때 한진호가 모친인 양순혜에게 한지용이 한회장의 친자가 아니라는 걸 밝히면서 양순혜는 그 좋아하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충격으로 울부짖게 되는데요. 분명 양순혜는 작중에서 고용인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히스테리를 부리는 등, 성격이 파탄 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서현이나 서희수에게 한방 먹는 게 일상이라서 로켓단 같은 포지션처럼 보여 마구 얄밉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어요. 다른 드라마였다면 3류 악역이었을 캐릭터도 정감이 가게 그려지는 게 이 드라마의 특이점. 오히려 한회장에게 속은 세월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심지어 자기 연적인 여자의 아들이니 한지용을 곱게 볼 수 있을 리는 없고, 오히려 하준이와 하준의 친모인 이혜진까지 보호하려는 서희수가 특별한 케이스라 보이더군요.
또 서희수가 한지용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걸 보면 그래도 남편인 한지용에게 일말의 인간성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물론 한지용이 서희수의 말을 들을 인간은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그런데 하준이 한지용에게 끌려갈 뻔했을 때, 이혜진한테 낳아줘서 고맙다고 하는 걸 보면 하준도 자기 친엄마가 누구인지 아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지금 엄마인 서희수와 같이 있고 싶다는 걸 보면 서희수에 대한 애착도 강해서 이 셋의 관계는 참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생각만. 그런데 한지용이 살해당한 사건 이후 충격으로 서희수는 기억을 잃고 하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이건 정말 아들에 대한 기억을 잃은 건지, 아니면 주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건지 모호하더라고요.